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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러 생각

보수와 진보

by 윤여경

이 둘은 어떻게 구분될까? 이 관계는 예전에 우파, 좌파라는 도식으로 시작되었다. 이 개념은 18세기말 프랑스 대혁명 시절 프랑스 의회 오른쪽에 온건파가, 왼쪽에 급진파가 앉았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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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19세기가 되고 1차 세계대전으로 귀족중심의 왕정은 사라지고 민주주의 공화정이 자리잡는다. 그런데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우파는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자가 되고, 좌파는 소련 중심의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우파-좌파는 온건과 급진을 넘어 이념적으로 변질되었고, 결국 냉전이라는 새로운 관계로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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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소련의 좌파가 무너지고 온 세상은 미국 중심의 우파가 되었다. 이후 세계는 우파-좌파에서 보수-진보로 전환하게 된다. 이 전환은 상당히 복잡한데... 간단히 말하면, 미국 중심의 우파는 자유무역을 강조하였고, 우리는 이를 신자유주의라 기억한다. 모든 세상이 신자유주의로 바뀌자 이 관계는 다시 무역을 바탕으로 한 보수-진보의 새로운 진영 논리로 전개된다. 이익을 중심에 두고 보수는 자국중심주의로, 진보는 자유무역주의로 진행된다. 약간 트럼프의 공화당과 오바마의 민주당 같은 느낌이랄까. 쉽게 말해 ‘우리만 잘 살자’와 ‘모두가 잘 살자’ 정도로랄까...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일단 내가 살아야 남도 사는 것이다. 그래서 보수-진보 구도는 보수의 승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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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진보는 노동운동과 결합되어 생명과 평화, 여성과 소수자의 인권과 권리를 주장하는 이념으로 확대된다. 이는 전반적으로 비폭력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로 자유무역주의와 결을 함께한다. 진보는 다양성을 주장으로 보수 중심의 구도를 깨려고 하고, 보수는 이미 기득권이 되어 있기에 기존의 질서를 지키려 한다. 그러다 보니 보수와 진보의 구도는 ‘지키는 자’와 ‘바꾸려는 자’로 변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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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지키려다 보니 미래 비젼을 상실하게 되었다. 민주주의에서 보수 세력도 시민에게 미래 비젼을 주어야 하는데... 딱히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상대방을 비난하는데 총력을 다한다. 진보는 나쁜놈이고 우리 질서를 망가뜨리려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이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생성되고, 언론 등 각종 매체가 동원된다. 이것이 바로 현재 우리 정치의 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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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미래를 상실했다. 그럼 앞으로 보수는 어떻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할까? 나는 보수는 새로운 가치 지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본다. 다양성과 대치되는 방향으로. 그것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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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서 다양성과 대치되는 개념은 적절성이다. 나는 보수의 새로운 가치의 바탕에 적절성과 온건함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본다. 마치 프랑스 대혁명 시절 우파가 취했던 입장처럼. 과거 귀족과 성직자들처럼 단순히 지키려 하고, 나아가 과거로 회귀하려는 태도로는 현재 보수 세력은 헤게모니를 상실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지난 정권이 그래서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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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보수는 이제 끝났다.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의 스팩터럼을 보수까지 확장하면서 현재 한국 보수를 대표한 국민의힘 세력은 갈등만 남을듯 싶다. 이제 보수는 변해야 한다. 새길을 찾아야 한다. 적절함이란 가치를 두고 앞으로 우리 시대 가장 적절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대한 대답을 찾을때 보수가 다시 헤게모니를 잡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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