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 굉장히 놀라더라고요. 수상 내역은 극히 일부의 지인들에게만 알렸는데요. 하나같이 못 믿는 눈치였어요. 평소에 책과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는데, 글을 썼다고 하니 못 믿을 만도 하죠. 출판 계약 사실도 최대한 비밀로 했어요. 괜히 출판 홍보하고 다니다가 계약이 파기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거든요. 미리 알게 된 일부 지인들은 굉장히 기뻐해 주셨어요. 소방청에서는 소방발전에 큰 기여가 되면 청장상에 추천해준다고 하네요. 가능성은 낮지만 기대 정도는 해봐도 되겠죠?
A2: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인 듯싶은데요. 애매한 것 같아요. 40개의 스토리 모두 실제 출동 나간 경험을 기반으로 적은 것은 맞지만,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조금 각색한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면, 9화 '친구'의 여주인공은 사실 남성분이세요. 정(情)을 사랑으로 표현하기 위해 성별을 바꾸는 결정을 한 거죠. 그 날의 우려와는 달리, 반장님은 사흘 뒤 복귀하셨고요. 23화 '벚꽃'이나 37화 '비'의 경우, 시점(視點)을 바꾸어보기도 했어요. 제가 아닌 다른 직원의 입장에서 글을 전개해 본 것이죠.
A3: 딱 하나 고르기는 어렵고, 자살 출동들이 떠오르네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소방 조직의 목적인데, 그 소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허망함을 주거든요. 혹여나 자살 기도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더 마음이 아픕니다. 브런치 연재를 하면 어떤 검색어로 유입이 됐는지 통계가 나오는 데, 단연 1위를 차지하는 유입 검색어가 목맴이에요. 목맴 고통, 목맴 방법 등.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힘들고 지쳐있을 텐데, 제 글이 조금이나마 희망을 심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A4: 책을 굉장히 많이 봤습니다. 저는 소방서 경험이 짧은 편이라 책 한 권을 쓰기 위한 지식이 매우 부족했어요. 현장활동을 하며 구급대원에게 많이 배우긴 했지만, 워낙 분주한 상황인지라 효율적인 학습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119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 』,『사람 뇌의 구조와 기능』, 『특수환자 전문 응급처치학』등 책을 꾸준히 읽기도 하고, <기초 간호학 실습> 등 영상을 참고하기도 했어요. 의학전문대학원 준비하냐고 묻는 직원이 있을 정도였죠. 구급 분야뿐만 아니라『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 소방시설관리사 등 화재 분야의 책까지 정독하며, 소방조직에 관한 지식을 쌓는 게 최우선이었습니다.
A5: 네이버에서 재연재 중인『죽음에 관하여』라는 웹툰입니다. 신이 저승에 온 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작품인데요. 죽음이라는 게 무겁고 삭막한 소재잖아요. 그런데 섬세한 대화표현이나 작화, 배경음악 등을 이용해 잔잔한 느낌을 줄 수도 있더라고요. 특히나 소방관을 주제로 한 21화를 보고는, 소방을 글로 써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용 외적으로는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을 꼽아야 할 것 같아요. 문장 내에 조사(助詞)를 종종 생략하였는데, 이는 법정 스님의 저서에서 답습한 것입니다. 문장을 꾸미려는 욕심을 버리니, 간결하고 깔끔해지더라고요. 자연에 대한 표현을 많이 넣은 것도 이 저서의 영향인 것 같아요. <초속 5센티미터>는 글의 구성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화에서는 겨울, 여름, 봄 순서로 계절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는데요. 이를 오마주 하여 저도 봄이 아닌 가을을 글의 시작으로 했어요.
A6: 첫 번째 기준은 '쉽게' 였어요. 의학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응급상황에서 오가는 단어는 대부분 영어와 라틴어로 이루어져 있어요. 현장 상황을 있는 그대로 글에 담으면 생동감은 있겠지만, 이 분야가 생소한 독자들에게는 큰 벽으로 다가올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용어는 대부분 한글로 바꾸어 적고, 구급의약품의 용도나 처치 과정에 대해선 차근차근 설명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너무 자세히 설명하다 보면 일기라는 글 형식에서 벗어나더라고요. 난이도 조정하기 참 힘들었습니다.
두 번째 기준은 '다양하게' 였어요. 40개의 소재는 모두 다르지만, 실제로 마주하는 현장 상황은 그렇게 다양하지 않아요. 임산부나 공단 화재는 극히 드문 출동이죠. 하지만 제 글의 목적은 여러 사람들에게 소방조직을 소개하는 것이었고, 최대한 다양한 소재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실제 출동 빈도를 기준으로 글을 썼더라면, 아마 대여섯 가지 소재만 반복되어 지루했을 거예요.
A7: 21화 '숨을 쉬다'입니다. 대부분의 스토리는 하루나 이틀이면 어느 정도 초고가 나오는 데, 21화는 일주일 가량 손을 봤어요. 과호흡이라는 증상이 명쾌한 치료법이 없어 글을 쓰기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현장 처치 서술보다는 상황 묘사에 힘써야 했어요. 바쁜 사회 속의 현대인을 주제로 잡고, 이에 대비되는 따뜻함을 써 내려갔어요. 선배와 남자 친구가 그 매개체이고요. 제목도 상당히 잘 정한 것 같아서 뿌듯해요. 살아감에 있어 필수적인 '숨 쉬다'와 잠시 멈춘다는 의미의 '쉬다'를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네요.
A8: 독특한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소방 조직을 대상으로 한 도서가 많지 않거든요. 소재를 빼고 보면, 제 필력은 에세이 작가님들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라요. 소방을 소재로 한 기존 책들과 다른 점을 꼽자면,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아닌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전개된다는 점, 그리고 각 스토리 말미에 안전상식들을 수록했다는 점. 이 두 가지뿐인 것 같아요. 한참 부족한 글솜씨를 메우려 총 119가지의 안전상식을 담았으니, 그나마 덜 지루하게 읽을 수 있으실 겁니다.
A9: 먼 미래에 언젠가 다시 소방조직에 돌아오면 후속작을 준비하겠지만, 지금은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이번 출간을 계기로 어느 분야든 글쓰기는 꾸준히 할 것 같습니다. 당장은 내년에 있을 법학전문대학원 입시 준비에 몰두할 계획입니다. 권리를 침해당하고도 설움을 토해내지 못하는 소방관을 위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꼭 이루고 싶은 꿈이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 공부하고 있으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A10: 부족한 글이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면접 준비나 머리 식힐 수 있는 책으로, 전/현직 소방공무원분들에게는 자신의 일을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해주는 책으로, 그리고 나머지 일반 독자분들에게는 소방관의 삶은 이렇구나 경험하게 해주는 책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소방 조직에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조종묵 소방청장님이 제 책을 접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겐 크나큰 영광입니다. 책을 추천해주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