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밥벌이 #2
제목만 봐서는 사회생활 잘하는 팁을 알차게 알려줄 것 같지만 내가 그럴 만큼 사회생활을 잘하는지 나도 의문이다. 그래도 사회에서 약간 굴러먹은 짬이 있는 내가 느끼는 '사회생활 잘하는 법' 쯤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나는 홍보팀에서 팀장으로 있다. 뭐 팀장이라고 해봤자 몇 명 없는 팀에 리더일 뿐이고 온갖 실무를 도맡아 하고 있기에 무늬만 팀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암튼 이러한 위치에 있어서일까 가끔 팀원들이 나를 너무 친구처럼 대한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내가 그들의 상위자고 나한테 잘 보여야 성과를 잘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못하는 듯 보인다.
관계가 그러하니 때때로 내가 싫은 소리를 하거나 냉정하게 지적을 할 때면 무척이나 당황하는 팀원들을 볼 수 있다. 나는 대체로 다정하거나 친구 같지만 실망했을 때는 누구보다 차가워진다.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 사회생활 잘하는 팁은 내 성과를 평가해줄 상위자의 스타일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상위자에게 아부를 잘하라는 뜻은 아니다.
나의 경우, 시간에 무척 예민한 편이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이고 일정이 뒤죽박죽 되는 것, 또한 기한을 못 맞추는 사람을 무척 싫어하는 부류다.
무척이나 싫어하기 때문에 나는 시간에 관한 한 철저하게 지키려고 애를 쓴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대부분 일정은 제깍 맞춘다.
우리 삶은 늘 예기치 않는 일들로 가득하다. 그 상황에서 일정을 반드시 맞춘다는 건 예기치 않는 일정들을 미리 계산해서 무엇이든 먼저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항상 기한보다 며칠 전에 업무를 마감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팀에는 일도 곧잘 하고 눈치도 빠르고 아부도 잘하지만 출퇴근이 제멋대로인 팀원이 있다. 우리 회사는 유연근무제로 운영되기에 출퇴근 시간을 딱 맞추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에 4시간만 일해도 되는 것은 아닌데, 그 팀원은 주로 늦게 출근하고 주로 일찍 퇴근하는 식으로 스스로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한다.
팀의 리더인 나는 대개 종 땡 치면 출근하고 되도록 늦게 퇴근한다.
하지만 그 팀원은 나의 눈치는 전혀 보지 않고 알아서 출퇴근한다. 뭐 그건 그렇다고 쳐도 이렇게 여유롭게 근무를 하다가 일이 많아서 풀근무, 야근을 하게 되는 날이면 온갖 인상과 짜증이 난무한다.
나는 열 번쯤 참다가 폭발하면 그 누구보다 냉정해지는 사람인데, 열 두 번쯤 참고 폭발한 적이 있다. 세상 냉정하게 "너 마음대로 회사를 다니려면 일을 제대로 해라"라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팀원은 억울하다는 말들을 늘어놓는다.
백 번을 잘했다 하더라도 팀장이 정말 싫어하는 짓을 한 번 했다면 그건 그 팀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뭐 정말 한 번 싫은 짓을 했다고 혼냈다는 건 아니다.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는 팀장의 성향을 파악하고 적어도 팀장이 싫어하는 일은 줄이는 게 좋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나에게도 팀장 눈치를 보던 때가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은 있으며, 나 또한 대표님의 성향을 파악하여 대표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우선으로 하되, 싫어하는 행동은 눈에 띄지 않게 하고 있다.
나는 가족이든, 회사 동료든, 친구든 신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 두번 '그럴 수도 있지'가 쌓여 '쟤는 늘 저러더라'가 되면 안 되는 것이다.
뭐 '저런 상위자에게 잘보여야 하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당신이 나중에 빌런 팀장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내가 팀장을 밟고 올라설 만큼 뛰어나지 않다면, 적당히 눈치보고 행동하길 추천한다.
물론, 팀장 입장에서 본 팀원들 사례이며 또 내가 팀원 입장이라면 다를 수도 있다. 각자의 입장대로 생각하는 건 당연하며 어쩔 수 없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