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2호선인 두 냥짜리 무인전동차는 크기도 작다. 승객이 얼마 타지 않았는데 벌써 비좁다. 그런 무인전동차도 출근 시간이 지난 오전 열 시쯤이면 제법 여유로워서 빈 자리가 몇 개 있었지만 서서 갈 생각에 열차 끄트머리로 가서 전철 벽에 등을 기대며 자리를 잡았다. 서서 갈 때면 나는 언제나 이 자리를 찾는다. 노약자석이 끝나는 곳에서 전동차 한 칸과 다른 칸을 연결해주는 이 공간은 통로같아서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고 에어컨 바람도 세지 않아 내게는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전철에 몸을 맡기고 20년 만에 재조명된 밀양 집단성폭행 사건 기사를 휴대폰으로 보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내 앞을 느릿한 걸음으로 지나가셨다. 동시에 노약자석이 소란스러워졌다.
'자리 다툼인가?'
흘깃 보니 노약자석 맞은 편에서 유모차 손잡이를 손에 꼭 쥐고 있는 아이 엄마가 열심히 사양하는 중이었다.
"저는 금방 내려요. 괜찮아요."
다투는게 아니라 양보하는 뜻밖의 상황이다.
‘이런 장면은 흔치 않은데..’
흥미로웠다. 아이 엄마가 연신 괜찮다고하는데 대체 무슨 일인걸까.
노약자석에 앉은 어떤 할아버지가 아이 엄마에게 앉으라며 자리를 양보했는데, 조금 전 내 앞을 지나간 할머니가 그 빈자리로 향했던 것. 할머니는 아이 엄마를 보자 차마 앉지 못하고 그 앞에 그대로 서 있었으며 아이 엄마는 할머니를 위해 애써 양보하느라 소란스러웠던 것이다.
서로 양보만 하는 통에 결론이 나지 않자 보다 못한 또 다른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 엄마와 할머니 모두 자리에 앉힘으로써 소동은 정리됐고 전철 안은 다시 평화로워졌다. 자리를 양보한 할아버지는 유모차 맞은 편에 서서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아이가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걸며 즐거워하셨다.
이제 곧 내려야하는 나는 굳이 그 틈새를 지나가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일부러 옆 칸으로 건너갔다. 내가 내리는 역에서 그들은 여전히 앉아있었고 금방 내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평온한 지하철을 꿈꾸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이런 소동이라면 매일 겪어도 즐거울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