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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Nov 21. 2024

북토크에서 만난 소설가 김영하

2024년 11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많이 알려지고 인기 있는 소설가를 꼽으라면 김영하님이 5위 안에는 들지 않을까. 물론 흔히 말하는 뇌피셜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소설가 순위' 같은 통계를 본 건 아니니.


하지만 적어도 순위권 안에 들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 이유는 작가가 가진 고유한 매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김영하님이 말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지식은 많되 주관이 뚜렷하고, 그 주관 속에는 올바름이 깃들어있으면서 살짝 반항아 기질이 엿보인다. 지식과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낼 땐 내 말이 맞다 고집부리지 않는다. 청중으로부터 공감을 얻는 방향으로 내용을 전개하면서도 종종 폭소가 터지게 하는 재치도 지녔다.


글도 잘 쓰는데 말 까지 잘한다니, 세상 참 불공평하다는 투정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번 북토크는 2024년 인천 미추홀북으로 선정된 <작별인사>라는 소설을 주제로 기획되었지만 참가자들은 '김영하'라는 사람을 만나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것 같았다.(미추홀북은 인천시에서 한 해 한 권 읽기를 목표로 시민들이 직접 올해의 책을 정하는 행사다) 책 읽는 사람들에겐 인기 많은 연예인인 것 같은 느낌?


<작별인사>는 Ai가 인간의 지능과 맞먹는 시대를 배경으로 감정, 지능, 생명이 가진 유한함, 너와 내가 다르다는 개별성 등을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감탄했던 건 인간을 위협하는 인공지능이라는 막연한 공포를 개연성있게 그려낸 상상력이다. 이미 삶에 인공지능이 함께하고 있고(우리가 인지하든 아니든) 점점 더 발전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사물 인터넷에 머물러 있을 뿐 '사람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김영하님이 그려낸 세상에는 겉모습으론 사람인지 로봇인지 구분되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감정과 관계라는 영역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사람과 다르다고 판단해야할지 어려운 로봇이 등장한다.


우리가 그저 로봇이 인간을 죽이는 때가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만 갖고 있었을 뿐이라면 김영하님은 그 너머를 그렸다. 인간과 로봇이 다르지 않은 시대. 관계를 소중히하고 연민을 품을 줄 아는 사람같은 로봇 시대 말이다. 그 때가 되면 과연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망가진 로봇을 폐기처분할까? 죽을 때까지 옆에 둘까?


작가에게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섬세하게 짚어내다니 놀라웠다.



북토크에서는 소설에만 한정하지 않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소설은 어쨌든 우리가 사는 세상을 그리고 있고, 그 안에서 그려지는 고민도 우리네와 별다르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 이 평범함을 김영하님은 이런저런 소재를 끌어와서 설득력있게 자신의 생각으로 풀어냈다. 소설가라고하여 모두 주관이 뚜렷한 건 아니겠으나 김영하님만큼은 세상을 사는 자신만의 철학이 정립되어있고, 그 안에서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가는 멋진 분이다. 그런 올곧음이 대중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게 아니었을까.


할 일이 쌓여있는데 김영하님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해 알쓸신잡을 정주행해야하나 고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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