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 제임스 설터
#표지
겉모습에 끌렸나보다. 책을 고르는 이유는 많다. 작가는 몰랐다. James Salter 조상이 염전업자? 허튼생각이나 했는데,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세계대전과 한국전에 참전한 전투기 조종사였고, 헐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에 연출까지 한 화려한 이력을 가진 작가다. 사진을 보니 미남이었다.
#산문
<그때 그곳에서>를 처음 읽었다. 소설은 아니고 여행기.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있는 풍경그림 표지에 혹해서 (자전거 그림들을 모으던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설터가 아들과 일본에서 자전거를 타는 [잘 안가는 길]이라는 글도 있었다. 여행과 스키, 암벽등반 등 그의 관심사들이 배경. 내가 가본 쉬농성이야기를 썼다. 작가가 친근해지는 이유는 글 때문이다.
#작가
두 번째 책도 소설은 아니었다. <소설을 쓰고 싶다면>은 문학 강연집. 그가 '작가의 작가'라는 칭호를 받는 소설가라는 걸 알았는데, 그 후에 읽은 뉴요커의 교열자 메리 노리스의 책에 등장해서 "역시!"하고 반가웠다. 책을 이어읽다가 다른 책에서 이야기가 꼬리를 물면 신이 난다. 그의 소설을 읽어봐야 겠다고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담았다. 설터는 소설가였다.
#글쓰기란
"감옥, 절대 석방되지 않을 것이지만 어찌 보면 낙원인 섬과 같다. 고독, 사색, 이 순간 이해한 것과 온 마음으로 믿고 싶은 것의 정수를 단어에 담는 놀라운 기쁜이 있는 섬"_ "오직 글쓰기로 보존된 것들만이 현실로 남아 있을 가능성을 갖는 것이다"_라고. 보물섬이구나. “개미같은 근면의 승리”로 만들어진 보물섬.
#경험
설터의 글은 그가 살아온 모든 것이었다. 비록 산문 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나는 그의 글 속에서 그를 보았다. 스키타는 것을 좋아하고 프랑스를 사랑하고 암벽등반과 같은 스포츠의 정신을 추구하는 사람. 헐리우드에서의 유령과 같았던 자기 자신을 버리고 야망을 재쳐놓고 진정한 삶을 찾아갔던 작가. 글을 쓰고 싶어서 군복을 벗었던 장교.
#독자
나는 작가들의 바람을 실현시키는 귀한 존재다. 이렇게 작가 전작읽기로 매 년 그의 책을 사고 다음 책 읽기를 계획하고 또 산다. 그리고 읽고 필사까지하고 리뷰를 쓴다. 글쓰기 섬에서 보내온 "책"이라는 것에 존재 이유를 만들어 주는 독자.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을 사라지지 않게 만들어주는 독자의 길. 작가 못지않게 가끔은 고독하다. 작가는 늘어가는데 독자는 줄어드는 절망의 시대를 살아간다.
#덧붙임
작가전작읽기는 독서가의 업그레이드 코스 같은거. 나의 전작읽기 작가들이 좀 있다. 필받으면 쭉쭉 이어읽거나, 1년에 이들의 작품 중 한 권 정도는 읽고 가자_는 기분으로. 신간은 꼭 사고. 내 인생의 첫 전작읽기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 첫 책은 1990년이었다. 덕후의 길도 쉽지 않다. 참고로_ 국내 설터의 책 중에서 이번에 출판된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이 그 중에 최고 판매부수를 기록. 음... 역시 쓰는 거에 관심있는 이들이 읽는 것도 많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