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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Mar 10. 2024

디지털 혁신 응용기술 개요

디지털 혁신-04

디지털 응용기술과 스마트 시스템

   지난 글(https://brunch.co.kr/@duk-hyun/106)에 설명한 것처럼 필자는 디지털 신기술 중에서 구체적인 스마트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활용되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메타버스, 3D 프린팅, 로봇/드론, 블록체인 등을 응용기술로 구분하였다. 스마트(smart) 시스템은 ‘예지 또는 적응(predictive or adaptation)을 위해 가용 데이터를 활용해서 특정 상황을 분석, 판단하고 필요한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센싱(sensing), 제어(control), 구동(actuating) 기능을 가진 인공 시스템’이다(참조: Wikipedia). 디지털 기술은 <표-1>에 예시한 것처럼 스마트 시스템 내에서 수행하는 기능에 따라 센싱-연결분석-판단실행-활용 등 3개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사람이 5감을 통해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두뇌에서 판단한 후에 사지를 통해 반응하는 과정에 해당한다. 

<표-1> 스마트 시스템 기능 구성 및 관련 기술


◯ 가상현실(VR)/증강현실(AR)/메타버스

     VR은 현실세계의 개체와 개체 간 상호작용을 모델링해서 가상세계로 만들어 놓고 전용기기(예: 메타의 ‘퀘스트’, 애플의 ‘비전프로’ 같은 Head-Mount Display, 특수 장갑)를 통해 접속한 사용자에게 몰입감과 실재감(實在感, presence)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AR은 스마트폰, 스마트 글라스, 투명 디스플레이 등을 통해 현실세계에 가상세계를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AR은 사용자에게 시각(즉, 영상/이미지)이나 청각(즉, 소리)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장래에는 후각, 촉각, 미각, 몸 전체 감각(somatosensory) 등도 제공하게 될 것이다. AR 사용자는 자신이 현실세계에 존재하고 있음을 인지하므로 VR에 비해 실재감은 떨어진다. AR은 스마트폰에서 즐기는 포켓몬고 게임이나 관심 있는 개체(예: 상품, 유적지)를 카메라로 비추면 화면에 가격이나 상품 정보를 표시해 주는 서비스에 적용된다. 고장 난 장비를 현장에 있는 작업자가 원격지에 있는 전문가와 소통하면서 직접 점검, 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에도 적용된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사용자가 3D 가상공간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avatar)를 통해 경제(예: 옷 구매), 사회(예: 모임 참석), 문화(예: 예술품 감상) 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이다. 메타버스는 1992년에 발표된 소설에 처음 등장한 단어로 ‘초월(超越)’을 의미하는 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Universe를 합친 것이다. 메타버스는 2003년에 등장한 Second Life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관련 기술 발전 발전에 따라 개념 자체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2007년 미국 미래학협회는 메타버스를 AR, 가상세계/VR, 싸이월드 같은 라이프로깅, 구글 Earth 같은 거울세계(Mirror Worlds) 등을 합친 개념으로 정의한 바 있다. 메타버스 생태계를 Radoff(2021)는 (네트워크/컴퓨팅) 인프라, 휴먼 인터페이스, 분권화 기술, 공간 컴퓨팅, 창조경제, 탐색 기능, 경험 서비스 등의 계층구조로, CB_Insights(2022)는 메타버스를 인프라, 액세스 HW, 가상화 도구, 가상세계 자체, 경제 인프라, (사용자) 경험 등의 집합으로 설명하였다. 


<그림-1> 메타버스의 7 계층 (출처: Jon Radoff, 2021)


   AR/VR/메타버스는 접근이 곤란하거나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현실세계를 가상화(假想化)하고 가상세계를 실감화(實感化)하는 기술로 게임, 관광, 교육, 의료, 국방, 제조, 물류, 유통, 스포츠 등 광범위한 영역에 활용된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는 생명체나 우주의 변화를 보여주거나 가상체험을 제공한다. 매장에서는 소비자가 옷을 입어보고 차량을 운전해 보며 가구 구입 후 배치 결과를 확인하는 식의 가상체험을 제공한다. 국방 R&D에서는 새로운 무기체계의 시험을 실제 상황이 아닌 가상환경에서 수행함으로써 비용 절감, 환경오염 방지, 안전성 향상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이 기술이 더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착용/이용해야 하는 기기/장비가 아직은 고가이고 장시간 착용할 때 건강에 해로우며 감각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거나 중독에 이를 수도 있는 점,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 가상체험(예: 망자와의 만남, 이성 교제)에 대한 사회적 수용 등이 개선 또는 해결되어야 한다. 


◯ 3D 프린팅

   3D 프린팅은 1984년, 미국 ‘3D Systems’사의 Charles W. Hull이 발명한 것으로 다양한 재료(예: 종이, 플라스틱, 유리, 세라믹, 금속)를 쌓아 올려 3차원 입체물을 만드는 기술이다. 이는 재료를 깎고 다듬는 종래의 절삭(Subtracting) 제조와는 다른 기술이기에 적층(Additive) 제조라고도 한다. 3D 프린팅은 제조 대상 개체를 3차원으로 모델링하고 재료를 가공(‘print’) 후 마감처리(‘finishing’) 하는 식의 공정을 거치기에 재료의 낭비가 없고 특이한 형상도 제조할 수 있다. 대표적 가공 기술로 선택적 레이저 소결(SLS), 압출적층조형(FDM), 광경화수지 조형(SLA), 적층물 제조(LOM) 등이 활용된다. 수십 년에 걸쳐 인쇄 가능한 재료의 종류가 많아지고 고 모델링 & 가공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3D 프린팅의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3D 프린팅은 현재 각종 제품의 시제품(prototype), 3D 피규어(figure), 신발, 의류, 장난감, 치과용 보철, 가전제품, 자동차 부품, 항공기 엔진의 연료분사장치, 건물/주택, 음식, 인공 피부/장기 등 제작에 활용되고 있다. 세포나 단백질, 인공장기 등을 만드는 기술은 ‘바이오 (3D) 프린팅’이라고 한다. 


   3D 프린팅은 제품을 미리 만들어서 창고에 넣어 두었다가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소비자의 주문 즉시 생산라인을 가동해서 제조하기에 재료비나 운반비, 재고비용 등을 줄이면서 온디맨드/맞춤/마이크로 제조를 실현한다. ‘온디맨드(On-Demand) 제조’란 소비자/고객이 원할 때 원하는 장소에서 생산-판매하는 것이다. ‘맞춤’ 제조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실제로 매장에서 셔츠를 맞춤 제작-판매하는 기업도 있다. ‘마이크로(micro) 제조’란 넓은 공장시설, 고가의 장비, 대규모 인력 등이 필요한 전통 방식과 달리 상대적으로 작은 시설, 몇 가지 전문화된 장비, 소수 인력만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로컬모터스(Local Motors, 2007~2022)는 3D 프린터, 오픈소스 HW, 글로벌 협업 전문가 네트워크 등을 이용해서 차량을 맞춤 생산-판매하는 혁신을 이룩한 바 있다. 


   3D 프린팅으로 양산용 제품, 고정밀 기계 부품, 전자회로 기판 등을 제작하는 것은 속도나 비용, 품질 측면에서 아직은 한계가 있다. 미세 분말 형태의 프린팅 재료를 보관하거나 가공하는 과정에서 냄새, 연기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더욱이 개인이나 기업이 만든 제조물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려운 데다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개인이나 기업이 위험 물자(예: 총기, 마약)를 제조하는 것을 차단하기 어려운 문제점도 안고 있다. 


◯ 로봇/드론, 에이전트 SW, RPA 

  로봇은 환경이나 문제를 인지-학습하고 상황을 판단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일련의 과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기계/전자장치를 가리키며 제조용, 전문 서비스용(예: 국방, 의료, 농작업, 수송), 개인 서비스용으로 분류된다. 전통적 로봇은 아날로그 센서, 프로세서, 액추에이터, 동력원 등을 가진 기계-전자장치지만, 스마트 로봇은 스마트 센서, AI, 통신, 이동/비행 장치, 정밀항법장치 등을 갖춘 스마트 시스템이다. 드론(Drone)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위치에서 인간을 대신한 작업(예: 고공 촬영, 농약 살포, 물품 운송)을 수행한다. 이동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특성이 있지만, 로봇을 포함해서 육상의 자율주행차, 해상의 자율주행선박, 공중의 드론 등은 모두 무인이동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외부 환경과 자체 운동량을 탐지/인식하고 스스로 다른 물체를 움직이거나 자세를 조정하면서 임무를 수행하고 조종자인 사람과 소통하는 장치인 것이다. 


   로봇은 직장이나 가정에서 인간에게는 힘든 육체노동을 줄여주고 위험하거나 고난도 작업을 대신하는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로봇이 AI와 결합되어 지능화되고 로봇 간 통신을 통해 집단지성을 쌓게 되면 인간 이상의 육체적/지적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일자리에 대한 위협을 넘어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가 되지 않도록 인간과 협업하는 로봇(‘코봇’ Cobot)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드론은 사생활을 침해하고 이미 전쟁 무기로 활용되고 있으며, 항로 이탈이나 충돌 사고 위험도 증가할 것이다. 


   로봇/드론이 HW 중심의 자동화 도구임에 반해 에이전트 SW와 RPA는 SW 중심의 자동화 도구이다. 에이전트(agent) SW는 사용자나 애플리케이션을 대신해서 특정 임무(예: 검색/추천, 거래)를 수행하는 SW 컴포넌트로 목표 지향 & 임무 지속성, 자주성, 이동성, 협업, 학습 및 적응성 등을 갖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 과정에서 상품 검색, 추천, 결제 등을 수행하는 SW나 컴퓨터 바이러스도 에이전트 SW에 속한다. RPA(Robot Process Automation)는 단순, 반복적인 사무 작업을 자동화해 주는 SW이다. RPA는 관리/사무 작업의 비용 절감과 함께 생산성/품질(정확도)/보안성/신축성/규칙준수성 등을 향상해 준다. 단, 업무별로 여러 개의 SW 봇(bot)을 설치하려면 상당한 시간/비용을 투자해야 하고 플랫폼을 바꾸면 기존 시스템을 새로운 환경으로 전환하는데 또 시간/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RPA는 예외 처리가 필요할 경우 사람처럼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므로 오히려 더 많은 시간/비용이 들 수도 있다. 


◯ 블록체인/암호화폐

   블록체인은 거래 기록을 중앙 서버가 아닌 분산된 네트워크에 저장해서 모든 참가자가 공동으로 기록, 관리하는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 기술이다. 여기에서 ‘거래(transaction)’란 개인이나 기업 간 물품의 구매/판매, 데이터/콘텐츠 교환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블록체인은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① 데이터를 여러 곳에 나누어 저장, 관리하는 분산 DB, ② 다수의 컴퓨터(node)를 모두 똑같은 권한을 가진 동료로 간주하는 P2P 통신, ③ 문서/콘텐츠의 송신자와 수신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서명, ④ 데이터 무결성을 확보하기 위한 암호화 해싱(hashing), ⑤ 참여자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합의 방식-예: 작업증명(PoW)과 지분증명(PoS)- 등이 복합된 기술이다. 

   암호화폐(Crypto-currency)는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거래의 투명성, 안전성, 신뢰성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일정 규칙에 따라 발행되어 참여자들이 사용하는 거래 수단이다. 2009년에 처음 등장한 1세대 블록체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public) 블록체인이며 비트코인(Bitcoin)을 암호화폐로 활용한다. 사전에 허가된 멤버(예: 특정 기업 임직원)만 참여 가능한 것을 프라이빗(private)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2015년부터 2세대 블록체인/암호화폐이더리움(Etherium), 코다(Corda) 등이 등장했다. 이더리움은 상황/조건 변경에 따라 계약 이행 방식을 다르게 규정할 수 있는 ‘스마트 계약’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다양한 분산 애플리케이션-‘DApp(디앱)’이라고 함-을 지원한다. 코다는 R3가 만든 플랫폼으로 컨소시엄 멤버를 위해 프라이빗과 퍼블릭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블록체인을 지원한다. 2017년 이후 등장한 3세대 블록체인/암호화폐(이를 ‘웹 3’라고도 함)인 이오스(EOS), 스팀(Steem) 등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예: 계약, 공문서, 인/허가, 전자투표, 공급망관리, SNS, 저작권 관리, 의료기록, 거래/결제 등)을 지원한다. 


   블록체인은 탈(脫)중앙화, 보안성, 확장성 등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3가지 목표-이를 ‘트릴레마(Trilemma)’라고 함-를 추구한다. 무한히 많은 참여자와 거래 기록을 관리하면서 종래와 같은 관리자/중개자는 배제하고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면서도 믿고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려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이상(dream)에 비해 필요한 기술과 법/제도, 생태계 등은 여전히 미성숙 상태이다. 기본적으로 트릴레마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기에 성능 및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 소액 결제와 자동화가 용이하고 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한다는 것은 강점이지만 처리 속도 면에서는 대량 트랜잭션을 처리하는 일반적 금융 거래에는 부적합하다. 강력한 리더십을 갖출 수 없는 분권화 체제이기에 기술 및 생태계 발전이 지연되고 이를 뒷받침할 인센티브인 암호화폐는 대부분 국가에서 화폐로 인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비트코인을 ‘채굴’(마이닝, mining)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기에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문제도 있다. 양자컴퓨팅 등장 시 블록체인의 핵심 기반인 보안 기능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 블록체인에 일단 기록된 거래내용은 절대로 삭제하거나 변경할 수 없는 것이 강점이지만, 기장 오류 정정, 작성자가 원하는 ‘잊힐 권리’ 행사, 공익을 위한 철거 등을 처리할 수 없는 것은 역기능이라 할 수 있다. //


<참고문헌>

Radoff, Jon(2021), “The Metaverse Value-Chain”, Medium, Apr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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