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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May 26. 2024

디지털 혁신 전술: 디지털화 대상

디지털 혁신-11

디지털 혁신 대상 분류와 범위

   기업 경쟁력은 기술, 인력, 장비 등 투입요소(input), 가치를 창출-전달-획득하는 프로세스(process), 그리고 산출물(output) 등에 따라 달라진다. 기업이 디지털 혁신을 위해 전략적으로 투자할 대상은 (업무) 기능, 자산, 기량 등 3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기능(function)’은 기획, 인사, 재무, 생산, 마케팅, IT 식으로 기업이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프로세스/활동을 목적이나 전문성을 기준으로 그루핑 한 것이다. 기능은 기업이 본연의 임무나 주력 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나눈 것이기에 업력(age)이나 규모, 산업에 따라 범위나 분류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업력이 길고 규모가 큰 대기업은 다수의 세분된 기능을 운영하고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소수의 기능을 운영한다. ‘기능’은 구체적으로는 일련의 활동/작업을 논리적으로 연결한 여러 가지 프로세스의 집합이다. ‘자산(asset)’은 기업이 목적 달성을 위해 획득, 사용하는 재화를 가리키며 일반적으로 유동성에 따라 고정자산/유동자산, 형태에 따라 유형자산/무형자산으로 구분한다. 필자는 자산을 편의상 물적 자산(예: 장비, 설비, 자재), 지적 자산(예: 지식/기술, 데이터/정보, SW, 디자인/브랜드), 인적 자산(예: 직원, 파트너) 등으로 구분할 것이다. ‘기량(skill)’은 구성원이 학습을 통해 얻은 지식을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익숙하게 활용하는 능력이다. 표현력, 의사소통 능력, 관리 능력, 문제해결 능력, 기계 조작 능력, 시스템 개발 능력, 협업 능력 등이 개인 또는 팀의 기량인 것이다. 기업이 가진 자산과 구성원의 기량을 합친 것이 역량(capability)이며, 그중에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을 핵심역량(core competency)이라고 한다. 


   디지털 혁신은 기업이 가진 핵심역량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전사 차원에서 새롭거나 향상된 가치를 얻기 위한 것이다. 디지털화 대상인 역량 중에는 디지털화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한 것도 있고 디지털화가 가능하더라도 비용이나 기간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도 있다. 로봇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해 왔고 AI는 시각/청각을 포함한 인식 능력과 지적 활동을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수준의 기술로는 디지털화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상당한 시간-비용이 필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고, 디지털화를 지양해야 할 영역도 있다. 인간의 창의력, 공감/협업 능력, 상식에 입각한 문제해결 능력, 예외상황에 대처하는 유연성 등은 여전히 디지털화가 제한적인 영역이다. 꿈과 이상(理想), 도전정신, 자아의식, 윤리의식 등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경영자는 인간 존중이라는 가치 위에서 디지털화가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 디지털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여야 한다. 산업 현장에 이미 널리 도입, 활용 중인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보조하거나 협업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트렌드가 늘어나는 것처럼 AI도 인간을 보조하거나 인간과 역할분담을 통해 ‘윈-윈’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디지털화 대상: (업무기능

   ‘기능’의 디지털화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모든 기능이 대상이지만, 실제로는 ROI나 준비도/성숙도를 고려한 우선순위에 따라 일부 기능을 대상으로 시작해서 점차 범위를 확대하고 수준을 고도화하는 식이 될 것이다. 기능의 디지털화는 수요자인 시장/고객으로부터 공급자인 기업으로 들어오는 흐름의 시작 부분인 고객지원/판매/마케팅 기능을 먼저 진행하고 이어 제품/서비스 생산 기능, 그리고 가치사슬의 앞부분인 구매/조달 기능 순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하면, 공급자 관점이 아닌 수요자 관점에서 가치사슬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디지털화를 진행하는 것이다. BCG의 DX 프레임워크인 Digital Acceleration Index(DAI)도 시장유통(: 고객여정, 제품개발, 디지털 마케팅, 개인화, 판매, 디지털 가격 책정), 생산운영(: 제조, 디지털 공급망, 조달, 서비스 생산), 관리지원(: 본부, 공통서비스, 고객 서비스) 등을 ‘디지털 중추’로 정의하고 있다. 


   디지털화는 궁극적으로 모든 기능을 대상으로 하되 기능 간에 존재하는 경계/장벽을 제거하여야 한다. WEF/액센추어(2023)의 조사에 의하면 DX 선도기업들은 최근 기능별 업무 개선이나 디지털화를 넘어서 ‘전사적 재창조’(TER: Total Enterprise Reinvention)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 그들은 기업을 DX 수준에 따라 리더(leader), 도약자(leapfrogger), 후발주자(laggard) 등으로 구분하였으나, 2022년에는 그와 같은 구분을 재창조(reinventor, 조사 대상 기업의 약 8%), 변환자(transformer, 약 86%), 최적화(optimizer, 약 6%)로 변경하였다. ‘최적화’는 제한된 범위의 업무기능만 DX를 추진 중인 기업들이다. 반면, ‘재창조’는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활동 전반에서 가능성/기회가 있는 곳을 찾아서 핵심역량을 재창조하는 기업들이다. TER 전략의 핵심은 외부 환경 분석 결과를 내부 전략에 반영하는 Outside-in 관점, 신기술에 대한 이해 향상, 인재 확보와 역량 개발, 조직 간 벽/경계 제거, 중단 없는 재창조, 변화관리, 의사소통, 파트너 협업 등에 있다. ‘조직 간 벽/경계 제거’는 기술적으로는 데이터 공유와 프로세스 연결을 통해 실현될 수 있지만, 구성원의 마인드와 조직문화의 개방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WEF/액센추어(2023)는 여러 가지 업무기능을 DX 전략 유형별 ‘재창조’ 효과(또는 영향력)의 크기에 따라 아래와 같이 분류하였다. 판매/고객지원/마케팅 등이 맨 먼저 디지털화해야 할 기능이라는 것이다. 

 o 성장 가속화(Accelerate Growth) 전략 경우

    [재창조 효과 높음] 판매, 고객지원, 마케팅, [중간] 사업단, R&D, [낮음] 신사업모델, 기업전략

 o 운영 최적화(Optimize Operations) 전략 경우

    [높음] 조달, 공급망관리, 설계/제조, 지속가능성; [중간] 재무; [낮음] 산업특화 기능, 인력관리, 법률, IT.     

디지털화 대상역량 핵심역량

   기업이 가진 역량(즉, 자산+기량)은 아래와 같이 구분할 수 있다(김덕현, 2022). 

 o 물적 역량: 유형자산에 속하는 장비/설비, 토지, 건물, 차량, 창고, 자재/부품 등과 이들을 제조, 정비, 유지보수, 관리하는 데 필요한 기술, 도구 등을 활용하는 기량. 

 o 지적 역량: 무형자산에 속하는 데이터/정보, 지식/경험, SW, 지식재산권(IP), 디자인, 브랜드 등과 이들을 확보해서 기업활동 전반에 활용하는 기량. IP에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 산업재산권과 저작권, 新지식재산권 등이 포함됨. 

 o 인적 역량: 제품/서비스의 생산-판매와 이들에 대한 경영관리 및 지원을 담당하는 경영/관리자, 기술자 등 사람과 이들을 확보해서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조직화하고 리드하며 경력개발이나 평가/보상을 통해 기량을 높이는 능력. 

 o 사업화 역량: 신규 개발 제품/서비스를 지속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사업으로 만들기 위한 기술 및 경영관리 측면의 역량으로 금전적 자산과 인적/지적/물적 자산 등이 모두 필요한 역량임. 


   ‘역량’의 디지털화는 논리적으로는 기업의 모든 역량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관련 기술 발전이나 사회적 수용, 그리고 기업 전략에 따라 범위와 수준이 달라진다. 디지털화가 불가능하거나 법/제도나 사회적 정서가 디지털화를 허용/수용하지 않는 영역은 제외되어야 하지만, 역으로 사회적 수요를 합법적 제품/서비스로 만드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1990년대 이후 보편화 된 전자상거래에서 의약품이나 무기는 여전히 거래 금지 품목이지만,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SW나 게임 형태로 제공되는 ‘디지털 의료기기’(Digital Therapuetics 또는 SaMD: Software as a Medical Device)는 최근에 부상한 유망 사업 영역이다. 역량의 디지털화는 또한, 산업별, 기업별로 대상과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전통 제조업에서는 제조 시설과 장비, 핵심 부품, 정밀가공 공정, 고숙련 기술자/근로자 등 물적 역량이 핵심역량이지만,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가치를 실현한 플랫폼 기업들은 정보시스템, 데이터, 지식재산권, SW 개발자, 비즈니스 모델 등 지적/인적 역량이 핵심역량이다. 산업 간 경계를 초월한 융합 제품/서비스로 신시장을 창출하려는 기업의 핵심역량에는 보유 역량뿐만 아니라 미(未) 보유 상태지만, 장차 확보하게 될 역량도 포함된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일찍부터 미보유 역량을 외부에서 도입하거나 기존 기업을 M&A하고, 파트너로 연결하며, 스타트업 투자나 인큐베이팅 등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 


디지털화 대상물적/지적/인적 역량

   물적 자산은 역사 이래 지금까지 인류의 삶 전반을 뒷받침해 온 중요 자산이기에 이를 디지털화함으로써 커다란 경제적, 사회적 효익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종이책을 디지털화한 전자책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시간 단축, 비용 절감, 품질 향상, 새로운 경험 등을 제공한다.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비대면 거래/협업 또한, 비슷한 가치를 창출한다. 물적 자산의 디지털화는 물리적 개체의 속성을 데이터로 표현하고 기계/전자장치를 활용해서 이동/구동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면, 제조업의 생산공정은 상품이나 장비의 특성을 3D 스캐너를 활용해서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고 CAD/CAM으로 수치 모델로 표현, 전달해서 3D 애니메이션 같은 디지털 객체로 구현하거나 3D 프린터를 활용해서 실물로 제작하는 식으로 전환된다. 물적 자산은 특정 개체에 속성, 위치, 환경, 상태 등을 측정하기 위한 센서를 부착(또는 삽입)하고 다른 개체와 유/무선 통신망으로 연결함으로써 실시간 수준에서 데이터를 교환하는 스마트 객체로 변환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스마트 객체나 디지털 상품은 축소재생산이 아닌 확대재생산이 가능하고 저비용, 고속으로 이동/수송할 수 있으며 안정적이면서 높은 수준의 품질도 얻을 수 있다. 물적 자산의 디지털화는 기업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전술 중 하나인 것이다. 


   지적 자산의 디지털화 또한 여러 가지 이득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높은 효율성, 경제성, 품질 등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무형인 데이터나 SW, 콘텐츠 등을 만들고 전파-활용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자체의 손실이나 훼손, 프라이버시 침해, 비밀자료 유출, 지적재산권 침해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여야 한다. 디지털화된 지적 자산은 기업이 내부의 생산활동이나 경영관리에 활용할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외부에 유상으로 판매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하는 새로운 상품이 될 수도 있다. 산업 시대에는 물적 역량이 핵심역량이었지만, 정보 시대 내지 디지털 시대에는 지적 역량이 핵심역량이므로 이 또한 적극적으로 디지털화해야 할 대상이다. 


   인적 자산의 디지털화는 인간 근로자가 수행하던 활동을 로봇이나 AI로 대체하거나 메타버스를 활용해서 아예 아바타(‘디지털 휴먼’)로 만드는 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인간을 대체하는 작업은 높은 위험이 수반되는 작업(예: 고층빌딩 건설, 독극물 취급, 무거운 물건 적재/하역), 인간 능력이 미치지 않는 작업(예: 우주기지 건설), 인간의 정신/육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작업(예: 단순-반복 작업, 과도한 감정 소비)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바타는 아직은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일부 영역(예: 뉴스 앵커, 광고 모델, 어학 교사)에 시험 적용되고 있다. 이를 널리 확산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휴먼 자체와 디지털화가 확산하면서 나타나는 역기능을 해소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직은 디지털 휴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고 딥페이크(Deep fake)와 생성형 AI 기술 발전으로 인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위험도 큰 상태이다. 사이버 중독/폭력/범죄, 디지털 디바이드 등의 폐해도 극복해야 한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효과적 대책이 마련된다면, 인적 역량의 디지털화 또한 중요한 디지털 혁신 전술이 될 것이다. 


   디지털 기량은 구성원이 여러 가지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해결 대상 문제에 따라 알맞은 기술을 선택해서 각종 자산을 효율적/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다. 이는 구성원 전체에 대한 교육훈련과 인식 전환, 전사 차원 조직문화 혁신 등을 통해 확보하여야 한다. 물적/지적/인적 역량도 (업무) 기능과 마찬가지로 기업 전략과 DX 전략에 따라 디지털화 범위와 수준을 확장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  


<참고문헌>

∙WEF & Accenture(2023), Total Enterprise Reinvention. 

∙김덕현(2022), 전방위(360도) 기업혁신 전략-전술, 부크크(Bookk),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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