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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Jun 09. 2024

디지털 혁신 전술: 시스템 구현

디지털 혁신-12

디지털 시스템 구현 전술

   디지털 혁신을 시작하면서 CDO는 기존 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비교, 선택하게 된다. 여기에서 (기존 또는 새로운) ‘시스템’은 제품/서비스, 생산공정, 유통방식, 비즈니스 모델, 내부 업무 프로세스, 외부 거래/협업 프로세스 등을 포함한다. ‘여러 가지 대안’은 시간, 비용, 위험, 효익 측면에서 차이가 있기에 외부 여건과 내부 역량을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할 대상이다. 디지털 시스템 구현을 위한 중요 의사결정 문제로 ‘시스템 개발방법론(SDM: System Development Methodology)’과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PMM: Project Management Methodology)’ 선정, ‘(자체)개발-도입’(Make vs. Buy) 판단 등을 꼽을 수 있다. SDM은 대상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개발하는데 필요한 기본 원리, 활동, 기법, 산출물, 도구, 성공사례 등의 집합체이다. PMM은 일정 기간 진행될 ‘프로젝트’의 목표, 일정, 비용, 품질, 인력, 의사소통, 위험, 조달, 이해관계자 등을 효율적,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필요한 원리, 기법, 도구 등의 집합체이다. SDM은 개발 대상 시스템의 사용자 요구 분석, 설계, 개발, 시험, 운영 등 작업에 대한 지침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 공장’ 건설 프로젝트에서 SDM은 공장의 현재 상황과 목표 시스템, 개발할 시스템의 기능과 구성, 제작(또는 구매)할 HW와 SW, 시험해 볼 기능/성능 등을 표나 글, 그림 등으로 정리해서 개발자, 관리자, 사용자 등이 서로 이해, 소통하게 해 준다. PMM은 프로젝트가 정해진 기간, 비용 내에서 기대 이상의 품질로 완료될 수 있도록 제반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준다. 2가지 방법론은 모두 기술 측면과 경영관리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지만, SDM은 주로 기술자가, PMM은 주로 관리자가 사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른 전술적 판단 문제와 마찬가지로 어떤 SDM 또는 PMM을 선정하는가에 따라 개발 시스템의 기능/성능, 품질과 프로젝트 수행 기간, 비용 등이 달라질 수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판단 과제인 ‘개발-도입’ 결정은 필요한 구성품이나 작업 전부(또는 일부)를 기업 내부에서 수행할 것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도입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이것 또한 개발 시스템의 품질과 기업의 장/단기 성과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표적 SDM으로 정형화된 절차와 문서를 강조하는 폭포수(waterfall) 모형과 고객이 원하는 시스템의 신속 개발을 강조하는 애자일(agile) 모형이 있다. 대표적 PMM으로 미국에서 발전한 PMBOK(Project Management Body of Knowledge), 유럽에서 발전한 PRINCE(Projects IN Controlled Environment)와 PRINCE2, 컨설팅 회사인 KPMG가 개발한 ITPM(Information Technology PM) 등이 있다. 대부분 기업은 여건(예: 규모, 지역/국가) 또는 구성원 역량에 알맞은 PMM을 선택,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하에서는 나머지 2가지 전술적 판단 문제를 심층 검토할 것이다. 

 

디지털 시스템 구현개발방법론 유형

   시스템 개발방법론(SDM)은 정형화된 절차와 산출물로 구성된 체계적(systematic) 방법론과 상황에 따라 탄력적 절차를 적용하는 임의적(ad-hoc) 방법론으로 나눌 수 있다. SDM은 논리적 기반인 수명주기모형(또는 프로세스 모형)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 ‘수명주기 모형’은 하나의 시스템이 아이디어로부터 실체(實體)로 만들어지고 최종 산출물로 완성되어 사용자에게 배포, 활용되다가 폐기될 때까지 과정을 몇 개의 단계로 나눈 것이다. 이는 인간의 생애주기를 태아기, 유년기, 청소년기, 중/장년기, 노년기 등으로 나누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1970년대에 등장한 폭포수(Waterfall) 모형은 가장 널리 쓰여온 체계적 방법론으로 시스템 수명주기를 (사용자) 요구분석, 설계, 구현, 테스트, 통합, 배치 단계로 나눈다. 폭포수 모형과 그 변형인 V-모형 같은 체계적 개발방법론은 장기간이 소요되는 대규모 시스템이나 개발 규격의 변동 가능성이 적은 안정적 시스템에는 적합하지만, 구현기술이나 사용자 요구사항이 자주 변하는 상황에서는 효율성과 효과성이 모두 떨어진다. 소규모이면서 변동성이 큰 시스템 경우, 그와 같은 방법론을 적용하는데 투입되는 시간, 비용, 노력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효익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한편, 시스템 수명주기 모형에는 폭포수 모형 외에도 나선형 모형, 점증적(漸增的) 모형, 진화적(進化的) 모형 등이 있다. 나선형(spiral) 모형은 ‘문제 정의-위험 분석-개발/검증-고객평가’ 사이클을 반복함으로써 실패 가능성을 줄일 것을 목표로 한다. 점증적(incremental) 모형은 완성될 시스템의 모습을 개발 착수 시에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기에 벽돌을 쌓아가듯 구성품(‘블록’이라고 함)을 하나하나 완성해 가는 방식이다. 반면, 진화적(evolutionary) 모형은 완성될 시스템의 모습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식별된 일부 요구사항을 반영한 시스템을 먼저 개발, 배포하고(‘릴리스-1’) 새로운(또는 추가할) 요구사항이 식별되면 기존 시스템을 수정/보완하거나 재개발해서 배포하는(‘릴리스-2’) 식의 프로세스를 반복하는 것이다. 애자일(agile) 방법론은 여러 가지 수명주기 모형의 특/장점을 결합한 임의적 방법론으로 2000년대 초부터 스타트업을 포함한 많은 혁신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다. 


   애자일 방법론은 종래의 체계적 방법론이 결과물의 품질보다는 방법론 자체의 형식적 요건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문제점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 발전하였다. 애자일 방법론은 SW 산업 리더들이 만든 ‘애자일 선언(agile manifesto, 2001)’에 담긴 것처럼 ① (사전에 정의된) 프로세스/도구보다 개인(개발자, QA)과의 상호작용을 중시, ② 규격화된 포괄적 문서 작성 작업보다 실제 쓸모 있는 SW를 만드는 것을 중시, ③ 계약조건을 협상-조정하는 것보다 고객과의 협업을 중시, ④ 계획을 준수하는 것보다 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중시한다. 애자일 방법론은 양질의 SW를 빠르게 전달할 것을 목표로 하는 익스트림(extreme) 프로그래밍, 고품질 SW를 만들기 위해 프로그래머 2명이 함께 개발하는 페어(pair) 프로그래밍, 단기간에 집중 개발하는 스크럼(scrum) 방법론 등을 포함한다. ‘스크럼 방법론’은 예를 들면, 30일 이내에 개발할 수 있는 사이즈로 정의한 SW 모듈인 스프린트(sprint)가 목표 수준(예: 고객이 채택)에 이를 때까지 ‘릴리즈 계획-신속 개발-수락시험(acceptance test)’ 사이클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시스템 구현개발방법론 선정

  디지털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개발방법론은 실제로는 어느 한 가지를 모든 프로젝트에 일관되게 적용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알맞은 방법론을 선택하고 필요한 부분을 수정, 보완해서 적용하는 식이 된다. 애자일 방법론은 상당한 학습과 훈련,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폭포수 모형과 체계적 방법론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했고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확산하기도 했으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구현할 시스템의 특성, 개발자 역량, 사용자 참여 및 수용 등에 따라 애자일 방법론은 물론, 폭포수 모형, 나선형 모형, 점진적 모형, 진화적 모형 등이 모두 ‘알맞은’ 방법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Boonstra & Offenbeek(2021)는 디지털 시스템 구현 프로젝트를 특성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각각에 알맞은 프로젝트 관리 전략을 제시하였다. 디지털 시스템 구현 프로젝트는 필요한 기술의 복잡도, 이해관계자 관여도(즉, 저항이나 협력 정도), 개발팀 및 현업부서 역량 등에 알맞은 전략-전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SDM 또한 획일적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알맞은 것을 선택,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은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적용 기술의 확실성’(certainty)과 ‘이해관계자 합의/지원’(agreement)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각각에 알맞은 전략을 제안하였다. 필자는 그들이 제시한 4가지 프로젝트 관리 전략에 알맞은 SDM을 아래(‘⇒’)와 같이 추천한다.

 A. 확실성이 높고 합의/지원도 높은 프로젝트는 ‘계획 중심(planned) 전략’ 

   ⇒ 폭포수 모형 적용: 계획 수립-요구사항 분석-시스템 설계/구현/시험-배포.

 B. 확실성이 높지만, 합의/지원이 낮은 프로젝트는 ‘다원(plural) 전략

   ⇒ 점증적 모형 적용; 목표 시스템의 범위나 최종 결과물은 명확한 편이지만, 이해관계자와의 요구사항을 조정,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합의된 부분을 먼저 구현-배포하고, 새로운 기능을 점차 추가, 확장해 감. 

 C. 확실성이 낮지만, 합의/지원은 높은 프로젝트는 ‘학습/실험 전략

   ⇒ 나선형 모형 적용; 구현 용이성이 높고 실패 가능성이 낮은 기술을 활용해서 시제품을 개발, 배포하고 안정성이 확인됨에 따라 개발/적용 범위를 확대해 감. 

 D. 확실성도 낮고, 합의/지원도 낮은 프로젝트는 ‘대화 및 미래 시나리오 전략’ 

   ⇒ 애자일/진화적 모형 적용; 이해관계자에게 구현 결과를 시나리오로 제시해서 합의/지원을 확보하고 최종 목표 수준에 이를 때까지 ‘계획/목표 설정-신속개발-수락시험’ 사이클을 반복함. 


   이론적으로는 A, B, C, D 4가지 전략/모형이 비슷한 비율로 사용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어느 기업에서든 ‘확실성’ 또는 ‘합의/지원’이 낮은 C나 D 타입 프로젝트가 많을 것이기에 애자일/진화적 모형이 더 많이 활용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D에서 ‘애자일 모형’은 수요자의 요구와 반응에 비중을 둔 것이고, ‘진화적 모형’은 공급자의 제한된 역량을 감안한 것이다.  


디지털 시스템 구현, (자체)개발 vs. 도입

   ‘개발-도입’ 의사결정은 목표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자산이나 역량을 기업 내부에서 ‘개발’할 것인지 아니면 외부로부터 ‘도입’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자산’은 ① 컴퓨터 HW를 포함한 물적 자산, ② 개발자나 디지털 리더 같은 인적 자산, ③ 패키지 SW, 데이터(베이스), 특허, 저작권 등 지적 자산 등을 가리킨다. ‘역량’은 SW 개발능력, HW/설비 운영능력, 파트너/소비자 협업능력 등을 가리킨다. ‘도입’은 실제로는 여러 가지 변형 즉, 구매(: 대가를 한꺼번에 지불하고 소유권을 확보), 임차/리스(: 소유권 없이 이용권만 확보), 공동개발맞춤개발(SI: System Integration), 구독(subscription), 라이선스 구매크라우드(crowd) 소싱/펀딩 등을 포함한다. ‘개발-도입’ 의사결정은 실제로는 두 가지 방안을 적절히 절충한 결과가 될 것이며, 그 비중은 구현 대상 자산이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필요한 서버의 50%는 구매하고 나머지 50%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 개발인력의 70%는 내부 인력, 30%는 프리랜서 활용; 개발 대상인 10개 시스템 중 7개는 ‘개발’, 3개는 SI 방식으로 ‘도입’하는 식이 된다는 것이다. 


   WEF(2016)는 디지털 혁신에 필요한 역량은 개발(‘Build’), 도입(‘Buy’), 협업(‘Partner’) 같은 종래의 방식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 투자(‘Invest’)하거나 (내/외부 기업을) 육성(‘Incubate or Accelerate’)하는 방식으로 확보할 것을 제안하였다. ‘개발’은 일반적으로 개발 대상 시스템이 자사 핵심역량에 해당하고 필요한 인재나 기술을 확보해서 시스템을 개발한 후 시장을 공략(또는 방어)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채택한다. 이는 기술 및 시장 지배력 확보/보호, 비용 최소화, 시스템 차별화, 수정/보완 및 업그레이드의 용이성 같은 이점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다양하면서 빠르게 변하는 신기술을 모두 확보해서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려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고 위험요인이 수반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도입’은 일반적으로 대상 시스템이 자사 핵심역량에 해당하지 않거나 시장을 공략/방어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고 개발에 필요한 자산/역량을 확보하기 어려울 때 채택한다. 도입은 개발과 달리 시간 측면에서는 이점이 있지만, 핵심기술 확보, 비용,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방안이다. 따라서, 선도기업과 조기에 협력 관계를 구축해서 경쟁이나 투자 부담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타트업을 M&A 할 경우, 스타트업의 혁신 동력이 위축되거나 인수 후 내부 통합이 지연되어 시너지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협력(Partner)’은 대상 시스템을 ‘소유’할 필요가 없고 파트너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때, 또는 새로운 시스템이나 BM의 적합성과 생존성을 탐색하고자 할 때 알맞은 방안이다. ‘인큐베이팅’은 창업 단계 기업에게 필요한 공간이나 사업 개발-운영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며, ‘액셀러레이팅’은 성장 단계에 들어선 스타트업에게 투자 유치나 사업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전통산업에 속한 기업 중에서 DX를 선도했던 GE는 2015년에 전담 사업부인 GE Digital을 설립하고 전체 직원 약 3만명 중 40% 정도를 SW 엔지니어로 확보해서 산업용 IoT 솔루션인 Predix를 개발, 판매하였다. 3D 프린터를 활용해서 차량을 주문생산하는 혁신적 BM을 운영했던 로컬모터스(2007~2022)는 IBM의 IoT와 AI 플랫폼 왓슨을 도입, 적용한 자율주행버스 올리(Olli)를 개발, 판매하였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GE Predix의 ‘개발’ 결과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고 로컬모터스의 ‘도입’ 결과는 시장 창출에 실패하면서 결국 폐업에 이르렀다. 미국의 FAMGA, 중국의 BAT 등 글로벌 테크기업들은 혁신적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M&A 하거나 투자, 육성함으로써 기존 시장을 방어하고 신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 


<참고문헌>

∙Boonstra, A. & M. van Offenbeek(2021), "Tailoring the Implementation of Digital Business", Ch.5 in ‘Digital Transformation: A Guide to Managers’ by Baalmans et al.(eds), Groningen Digital Business Centre, Univ. of Groningen.

∙WEF(2016), Digital Transformation of Industries,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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