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20
지난 글에서 정리했듯이 디지털 마케팅은 1990년대의 인터넷 마케팅, 2000년대의 모바일/유비쿼터스 마케팅, 그리고 2010년대의 초연결 마케팅 등으로 진화해 왔다. 필립 코틀러는 상황(context) 마케팅, 공간(spatial) 마케팅, 메타(meta) 마케팅 등 여러 가지 이름의 신개념 마케팅을 소개했지만, 이들은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여러 가지 기회 중 일부를 강조한 것이다. ‘메타 마케팅’은 AR/VR/메타버스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사용자들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간 경계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몰입하고 오감을 통해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 진행되는 마케팅을 가리킨다. 이는 핵심기술의 미성숙, 기기와 솔루션의 경제성 부족, 사용자 편의성이나 안전 미흡 등으로 인해 아직은 실용화가 어려운 개념이다. 필자가 21세기 마케팅을 대표하는 핵심어로 ‘초연결’을 꼽은 이유는 마케팅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생산자-소비자 간, 나아가 이해관계자 간의 연결 범위와 상호작용 수준이 신기술 발전에 힘입어서 획기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마케팅은 기업과 소비자간 상호작용을 단방향에서 양방향으로 만들었지만, 초연결 마케팅은 기업과 소비자 간에 시간적, 공간적 차이와 심지어 역할 측면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였다. 실제로 소비자는 기업이 생산한 완성품을 구매, 소비하는 역할을 넘어서서 자발적으로, 또는 생산자 요청에 따라 상품 개발이나 판매에 참여하는 보완적 혁신자 역할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생산(자)과 소비(자)는 지금처럼 명확하게 2개 그룹으로 나뉜 게 아니라 점차 하나로 수렴(converge)할 것이다. 미래의 상거래는 ‘AI 에이전트’가 한편으로는 소비자에게 알맞은 상품을 추천 또는 구매해 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산자에게 소비자의 요구나 기대를 분석해서 전달해 주는 식이 될 것이다.
PwC(2016)는 디지털 마케팅의 시범과제로 e-CRM, 옴니채널 거래, 셀프-서비스 포탈, 동적 가격책정, 개인화 판매/마케팅, 전자지불 등을 꼽았다. 고객관계관리(CRM)는 고객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고객만족 내지 고객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매우 중요한 도구이다. CRM은 고객의 명시적 요구를 반영한 맞춤화(customization)와 내재된 필요(needs)와 욕구(wants)까지 충족시키는 개인화(personalization) 지원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 옴니(omni) 채널은 여러 가지 종류의 물리적 채널을 하나로 연결, 통합한 논리적 채널이다. 이를 통해 ① 소비자는 어느 곳에서 주문(또는 요청)하든 관계없이(‘order from anywhere’) 똑같은 제품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② 기업은 누가 어디에서 주문(또는 요청)하든 일관성 있게 처리할 수 있게(‘fulfill from anywhere’) 된다. 옴니채널은 여러 유통 채널뿐만 아니라 제품/서비스 판매와 연관된 전/후방의 모든 업무기능과 조직, 데이터, 프로세스, 기술, 정보시스템 등의 연결, 통합이 전제되어야 한다. 셀프-서비스 포탈은 필요한 상품 정보나 솔루션을 사용자가 직접 찾고 판매자/생산자에게 추가적인 지원도 요청할 수 있는 지능적 웹사이트이다. 동적 가격책정(dynamic pricing)은 1990년대에 등장한 인터넷 경매/역경매, 다자간 흥정 같은 거래 방식을 가리키며, 오늘날 수요자/공급자의 요구사항과 여건을 실시간에 파악해서 거래에 적용하는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예를 들면, 우버는 승차 및 운행 지역의 수요와 공급, 교통상황, 할인 혜택 등에 따라 달라지는 요금제를 운영한다.
<연결/일관화/통합 유통방식(예)>
▸O2O(Online to Offline, Offline to Online):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에 진출하거나 오프라인 기업이 온라인에 진출하는 것. 순수 온라인 기업인 와비파커는 고객 밀착 서비스를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한 반면, 오프라인 기반의 월마트, 코스트코 등은 온라인 매장을 개설하였음.
▸O4O(Online for Offline): 오프라인 기업/사업을 위한 온라인 서비스를 가리킴. 유통(예: 당근마켓), 배달(예: 배민), 부동산 거래(예: 직방), 숙박(예: 야놀자) 등 오프라인 사업을 지원하는 플랫폼/앱 서비스(예: 우리동네GS, 포켓CU)가 여기에 속함.
▸D2C(Direct-To-Consumer): B2C에서 진화한 개념으로 제조/판매업체가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와 거래하는 방식. (예) 23andMe(유전자 검사), 올버즈(신발), 보노보스(의류), 캐스퍼(침대 매트리스) 등
▸C2M(Customer to Manufacturer):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제품 생산을 요청하는 것. (예) 농산물 중심 소셜 커머스 플랫폼인 판둬둬는 소비자의 요청을 식품 제조업체에 전달해서 실제 제품을 생산하도록 함.
▸아마존의 ‘원클릭 쇼핑’: 상품 선택, 배송지 입력, 대금결제 순(順)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구매/판매 프로세스를 끊김이 없도록 일관화함으로써 소비자/생산자의 작업 처리 시간/비용을 줄이고 소비자 만족도도 높임.
▸유니레버(Unilever) 통합 마케팅 플랫폼: 지리적으로 분산되고 다양한 문화적 특성을 가진 글로벌 시장/사업장을 데이터 공유 중심의 플랫폼으로 통합해서 운영을 효율화함. 2023년 기준, 전체 거래의 15%가 디지털 거래로 전환됨.
▸나이키의 옴니채널: 온라인, 오프라인, 각종 SNS, 매장에서 AR 경험 등을 통합.
▸프랑스 BNP 파리바 은행의 옴니채널: 기존 CRM과 여러 가지 멀티채널(: 웹사이트, 모바일 앱, SNS 등)을 통합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및 정보보안 시스템을 도입함.
<분리/분할/분권화 유통방식(예)>
▸시장/고객 세분화: 빅데이터, AI 등을 활용, 소비자 특성이나 기호를 분석해서 차별화된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하고 등급에 따라 점점 더 높은 수준의 보상을 제공해서 고객충성도를 높임. (예) IBM, 신한카드 등의 세분화 마케팅; 스타벅스의 고객 리워드(reward) 차등화.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고가 상품(예: 미술품, 골동품)을 다수의 구매자에게 분할, 판매함.
▸IBM & 머스크, TradeLens 플랫폼: IBM과 덴마크 물류기업 Maersk가 공동개발한 시스템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글로벌 공급망을 분권화 관리함으로써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운송 시간과 관련 비용을 줄임. (현재 운영 중단 상태임).
▸오픈바자르(OpenBzzaar), P2P 거래 플랫폼: 캐나다의 오픈마켓 플랫폼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수수료를 받지 않고 P2P 거래를 중개함.
<지능화/자동화/무인화 유통방식(예)>
▸아마존의 무인매장 Go: 카메라와 스마트 센서, AI 등을 적용한 무인매장으로 소비자가 매장에 입장해서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고 대금도 자동 지불함. 소비자가 쇼핑을 마치고 퇴장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직원의 간여 없이 처리할 수 있음.
▸마케팅 자동화: 광고/홍보 타깃 선정, 이메일 작성/발송, SNS 마케팅, 캠페인 관리, 리드(lead) 생성/관리, 고객관리, 성과분석 등을 SW로 대체해서 시간/비용을 줄이고 성공률도 높임. 생성형 AI 등장 이후에는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애니메이션 등의 제작 비용/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이게 됨.
▸아마존, DHL 등의 물류 자동화: 아마존은 키바(KIVA), 프로테우스(Proteus), 고카트(GoCart) 등 10여 종의 로봇을 활용해서 대량 주문이행을 위한 창고 내 물류 작업을 자동화함. DHL은 드론을 활용한 ‘파셀콥터(Parcelcopter)’ 서비스로 과거 30분이 걸리던 도서/산간 지역 배송 시간을 8분으로 단축함.
<실시간화/온디맨드 유통방식(예)>
▸나이키 실시간 디자인 시스템: 웹사이트를 통해 소비자가 운동화를 직접 디자인하고 3차원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한 후 주문하면 약 4주 만에 완제품을 배송함.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의 실시간 스트리밍: 영화, 음악을 종래의 다운로드 방식이 아닌 스트리밍(streaming) 즉, 접속과 동시에 송신, 재생하는 방식을 적용.
▸배민, 도어대시 등의 실시간 배달; 아고라, 야놀자 등의 실시간 숙박 예약; 스카이스캐너의 실시간 항공 예약.
▸우버(Uber), 카카오택시 등의 온디맨드 차량 호출: 소비자가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차량/요금 대안을 제시하고 그중에서 선택하도록 함.
▸스타벅스, 사이렌오더: 2014년 스타벅스 코리아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로 고객이 앱을 통해 미리 음료를 주문토록 함으로써 대기시간을 제로로 만듦(회원은 결제까지 가능). 작은 혁신이지만, 고객 충성도를 크게 높이는 성과를 거둠.
<가상화/실감화/실체화 유통방식(예)>
▸구찌의 가상 쇼핑, 현대건설의 가상 모델하우스, 이케아의 가상 가구 배치, 포드의 가상 테스트 드라이브, 삼성전자와 BMW의 VR 쇼룸 등: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VR을 활용한 가상체험 제공.
▸세포라의 가상 메이크업(‘Virtual Artist’), 자라의 가상피팅(Virtual Fitting), 로레알의 가상시착(‘Virtual Try-on’): AR을 활용, 상품 구매 전에 가상체험 제공.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실시간 3D 시각화 협업 플랫폼.
▸국립중앙박물관의 메타버스 박물관: 네이버의 제페토 플랫폼 안에 가상 박물관 세계를 만들어서 이용자에게 가상세계를 통한 투어 경험 제공.
▸광고/판촉용 피규어(figure). 3D 프린터로 실물을 축소한 모형이나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개체를 실물로 제작.
▸가상인간(Virtual Human) 광고 모델 또는 인플루언서. (예) 싸이더스의 ‘로지’, LG전자의 ‘김래아’, 온마인드의 ‘수아’ 등.
<맞춤/개인화/친인간 유통방식(예)>
▸버버리의 맞춤(bespoke) 판매: 고객이 원하는 실루엣, 섬유, 컬러, 디자인 등을 조합한 약 120만 개 옵션 중에서 하나의 옷을 선택할 수 있게 함.
▸삼성전자의 맞춤(bespoke) 판매: 지펠냉장고를 5가지 용량, 3가지 홈바, 2가지 디스펜서, 7가지 색상 등을 조합한 210가지 모델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게 함.
▸아마존, 넷플릭스, 스티치픽스 등의 개인화 추천 시스템: 대부분의 상거래 플랫폼에 구현된 기능으로 소비자의 개인 특성이나 기호, 라이프 스타일, 구매 이력 등을 빅데이터와 AI로 분석해서 최상의 제품/서비스를 추천함.
▸아마존의 예측배송: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 물품을 소비자의 주문-결제 전에 미리 배송해 주는 서비스.
▸네슬레의 웰니스(건강관리) 앱: 고객의 건강과 영양 상태를 분석해서 맞춤형 식단과 영양제를 추천하는 서비스.
▸레고의 사용자 참여형 콘텐츠 플랫폼 ‘Ideas’: 사용자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모으고 그중에서 유망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해서 수익을 나눔.
▸인슈어더박스의 pay-as-you-drive 요금제: GPS, 센서, 텔레매틱스, 지능적 SW 등을 활용해서 운전 습관(예: 급가속, 급제동)에 따라 운전자 보험료를 차등 부과함.
<친환경/저에너지 유통방식(예)>
▸롯데마트의 친환경 유통: 종이 패키지와 생(生)분해가 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해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임.
▸페덱스(FedEx),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CJ대한통운 등의 친환경(‘녹색’) 물류: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송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지속가능 에너지를 사용하는 식의 친환경 운송, 포장재 재활용, 재고 최적화 등을 실천함.
▸한국식품연구원의 저에너지 물류: 냉장·냉동 운송 차량의 적재량에 관계없이 동일한 조건에서 수/배송이 가능한 저에너지 물류 시스템을 개발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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