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26
조직문화는 학자/전문가들이 여러 가지로 정의하고 있는 용어/개념이다. 국어사전은 조직문화를 ‘집단 안에서 개인과 집단이 협력하는 방식을 특정 짓는 가치와 규범, 신념, 그리고 행동 양식의 규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노자(老子)는 ‘(한 사람의) 생각은 말을 만들고 말은 행동이 되며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성격이 되고 성격은 운명이 된다’라고 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조직(운영)은 구성원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사고방식’은 가치관, 신념, 경영철학, 운영원리(예: 효율성 또는 다양성 추구, 포용) 등을, ‘행동 양식’은 구성원의 업무 수행방식, 타인/타 부서 협력방식 등을 포함한다. 구성원의 숫자와 특성(예: 성/sex, 연령, 인종, 출신 지역 등)이 다양할수록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의 편차가 클 수밖에 없기에 이를 조절, 통합하는 메커니즘의 유효성이 성과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조직문화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듯 학자/전문가의 관점이나 초점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이 제시되었다. 예를 들면, 개방적/폐쇄적, 수평적/수직적, 능동적/수동적, 자율적/타율적, 국부적(local) 또는 전사적(enterprise-wide), 과정(process) 중시 또는 결과(output) 중시 등의 유형을 찾을 수 있다. 위계적 조직구조는 일반적으로 수직적 의사소통, 분산형 조직구조(예: 팀 중심)는 수평적 의사소통을 하게 되므로 그에 상응하는 조직문화가 형성된다. 사업부나 부문 중심 조직은 사일로(silo)가 되면 전사 차원의 목표 통합이 더딜 수 있다. 결과 또는 성과 중시 조직은 직원이나 고객의 학습과 성장에 대한 고려가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무형인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이 함께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경험을 거치면서 실체화(embodiment) 된다.
조직문화는 조직 외부 요인 및 내부 요인의 영향을 받고 또 그것에 영향을 끼친다. 외부 요인은 조직이 위치한 국가, 지역, 산업, 그리고 생산/판매 제품, 역사, 규모 등을 포함한다. 예를 들면, 미국, EU, 일본, 한국의 조직문화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전통이나 가치관에서 비롯된 차이를 갖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장수기업과 스타트업,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서로 다른 문화를 갖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대부분 수평적 의사소통, 개방과 공유를 통한 협력, 자율성, 창의성 등이 높은 조직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조직문화에 영향을 끼치는 내부 요인으로는 창업 이념이나 경영진의 경영철학, 구성원이 합의하는 원칙이나 운영원리, 그리고 리더십, 조직구조, 절차/제도를 포함하는 거버넌스를 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엔비디아는 창업자/CEO의 경영철학인 ‘지적 정직함(intellectual honesty)’에 따라 실제 데이터와 사실을 존중하고, 객관적 &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식의 지속적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지적 정직함’은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수용하며 그걸 딛고 다시 도전하는 정신이다. 고어는 ‘직원 개인의 역량과 잠재력이 기업을 성장시킨다’는 창업자의 신념에 따라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팀을 구성해서 업무를 수행한다. 조직은 자율, 공정, 헌신, 실험 등 4가지 핵심가치와 ‘흘수선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흘수선 원칙’은 모든 구성원은 자신이 맡은 일을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회사 전체가 위험한 지경에 이를 정도로 심각할 때만 ‘동료’와 상의하라는 지침이다. 고어는 직급과 관리자가 없이 모든 직원이 대등한 ‘동료’(associate)인 격자형(lattice) 조직구조를 유지한다.
조직문화의 디지털화란 구성원들의 가치관을 포함한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디지털 조직운영에 적합한 것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WEF(2017)에 의하면 디지털 조직은 고객 중심, 간소화, (실행이나 운영 前) 설계, (지식/경험/자산) 공유 등을 통해 효율성, 효용성, 유연성, 기민성, 창발성 등을 높여간다. 디지털화를 통해 조직은 업무 수행에 투입되는 시간/비용을 줄이고, 직원/고객 만족도를 높이며, 내/외부 환경 변화에 빠르고 적합하게 대응하고 연결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Capgemini(2017)는 조사를 통해 디지털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이 조직문화라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협업 실행, 혁신, 개방적 문화, 디지털 우선(Digital First) 의식구조, 기민성/유연성, 고객지향/고객중심,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등 7가지 차원에서 개발할 것을 제안하였다. 디지털 조직문화는 경험/직관이 아닌 데이터 기반 사고와 폐쇄적/독단적이 아닌 개방적/협업적 행동으로 실체화되어야 한다. 디지털 혁신에서 조직문화를 디지털화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변화 전략이어야 한다. 다만, 변화의 핵심은 디지털 기술보다는 사람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기술은 잠재적 영향력은 매우 크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일 뿐이며 조직은 공동의 이익을 얻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조직문화의 디지털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o 열린 소통과 협업 확대: 개방-연결-협업은 오늘날 모든 조직에 필요한 혁신 동력이다. 디지털 혁신을 위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과업은 기업 내부 구성원 및 부문 간의 벽과 외부와의 경계를 낮추는 일이라는 것이다. 다음, 공동 작업과 교차기능팀(cross-functional team) 운영을 확대함으로써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 전사 차원의 팀워크, 구성원/파트너 간 신뢰 등을 높여야 한다. 슬랙(Slack), MS 팀즈(Teams), 플로우(Flow) 등 협업 플랫폼은 횡적 연결과 신속한 의사소통을 지원한다.
o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확대: 각종 의사결정은 사실에 입각한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조직운영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 빅데이터 분석, AI/머신러닝 등을 활용해서 의사결정의 수준과 속도를 높이고 단순반복 작업은 자동화할 수 있다.
o 유연성과 기민성 향상: 유연성(flexibility)은 조직 내/외부 환경 변화를 넓게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며, 기민성(agility)은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서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센서/IoT, AI, 에이전트, 로봇 등 기술은 상황 인지-판단-실행 과정을 자동화/지능화함으로써 유연성과 기민성을 높여준다. 2000년대 초 SW산업에서 발전해서 타 산업으로 확산한 애자일(agile) 개발방법론과 경영기법은 그 자체가 유연성과 기민성을 높이는 수단이다.
o 다양성과 포용성 확대: 다양성(variety)은 구성요소의 특성(예: 직원의 인종, 종교)이 여러 가지 점에서 다른 것이고 포용성(inclusivity)은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연결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인 창의성을 높여준다. 디지털 도구들은 기본적으로 데이터 공유와 프로세스 통합을 지원하므로 이를 통해 연결 기회와 협업 경험을 늘릴 수 있다.
o 지속적 학습과 혁신: 디지털 조직은 일상적 연결을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경험을 얻는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이 되어야 한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나 오프라인 교육을 통해 신기술이나 새로운 업무방식을 학습하고 혁신 경험을 교환, 공유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혁신 능력을 높여야 한다.
o 디지털 퍼스트 마인드셋 확대: 디지털화가 확산하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실무자들에게 ‘아날로그 방식보다 디지털 방식이 더 좋다’는 인식이 생기고 확고해져야 한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여러 가지 도구를 업무에 적용해서 실제 성공 경험으로 축적될 때 실현될 수 있다.
조직문화를 디지털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바람직한 디지털 조직문화를 정의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장/단기 계획 수립, 세부 과제 실행, 성과관리 등이 하나의 순환적 프로세스로 내재화되어야 한다. 또한, 계획-실행 과정에서 등장하는 위험요인을 식별해서 사전-도중-사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Capgemini(2017)는 경영진과 직원 간에 디지털 조직문화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몇 가지 실행방안을 제시하였다. 즉, 직원들이 디지털 문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고, 성공/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권장하는 디지털 KPI를 설계하며, 직원들이 공감하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디지털 협업 도구를 활용함으로써 의사소통의 투명성과 범위를 확대하며, 중요한 디지털 스킬에 투자하고,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에 기반해서 변화를 추진하며, 리더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한 후 실행 작업에 직접 참여하라는 것이다. 이는 top-down과 bottom-up 접근의 조화를 강조한 것이다. ‘시스템 사고’를 적용하라는 것은 사안별, 단편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 달성에 필요한 여러 가지 변화를 한꺼번에 추진하라는 것이다.
White(2018)는 디지털 문화를 확립하는 6가지 방법으로 조직/산업 차원에서 디지털 문화에 대한 관점 통일, 유용한 신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기, 고유의 조직문화와 하위문화(sub-culture) 테마 개발, 인재 채용기준 변경, 변화 수용, 계층적 조직구조를 목적 중심 구조로 대체하는 것 등을 꼽았다. ‘관점 통일’이란 디지털 문화 조성을 위한 원칙이나 규범, 의식(儀式), 행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공감대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테슬라는 타 기업의 방대한 규정집과는 차별화된 ‘Anti-Handbook Handbook’이라는 4쪽짜리 직원 활동 지침에 입각해서 높은 수준의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침은 ‘우리는 세상을 바꿀 것이며 그러기 위해 모든 것을 기꺼이 다시('새롭게') 생각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신뢰, 의사소통, 의무, 목표와 피드백, 안전, 출근/지각/병가/휴가, 겸직, 피해야 할 일 등을 담고 있다. White가 언급한 ‘신기술 제대로 활용하기’는 목표 달성에 알맞은 수단을 선택해서 기대하는 성과가 나오도록 활용하라는 것이다. 잘못된 기술을 선정하거나 적합한 기술을 잘못 활용하면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DX & AI 전환을 위한 인재는 과거처럼 지식/경험만 중시할 것이라 아니라 충만한 호기심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환경의 유/불리와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적응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목적 중심’ 조직운영의 예로 구글은 OKR(Objective & Key Results)을 활용해서 사업 목표와 핵심성과를 통합하고 있다.
조직문화를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저항이나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준비와 대응, 특히 변화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o 기존 문화와의 충돌: 전통적 아날로그 문화와 새로운 디지털 문화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 문화의 장점을 발굴, 유지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도입하고 변화 자체는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o 실직 또는 직무 배제에 대한 두려움 증가: 디지털화 결과 일자리를 잃거나 담당 직무에서 배제될 것을 두려워하는 직원이 존재할 수 있다. 해당 직원에게는 예상되는 고용 및 직무 변화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수긍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o 디지털 피로와 정체성 약화: 디지털화가 확대되면서 직원들이 피로를 느끼거나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 약해질 수 있다. 디지털화가 직원의 인식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사후에 검토해서 알맞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o 세대 간 갈등과 기술 격차 문제: 디지털 도구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직원과 기술 친화 세대/직원 간의 간극도 장애 요인 중 하나이다. 세대별 맞춤형 교육과 세대 간 협력을 촉진하는 프로그램(예: Boomer와 MZ 세대 공동 수행 프로젝트)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o 프로젝트 실패에 대한 두려움 증가: 디지털화 과정에서 기술을 잘못 적용했거나 예상치 못한 원인 때문에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중단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실패를 용인하고 의미 있는 ‘시행착오’를 조직 전체가 공유하는 것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문화 디지털화는 일시적, 단기적이 아닌 지속적, 장기적 과업이므로 효과적 변화관리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간단하면서 명쾌한 접근방식은 1950년대에 르윈(K. Lewin)이 제시한 3단계 즉, ‘녹이기(unfreezing)-변화(change)-얼리기(freezing)’ 전략이다. ‘녹이기’는 구성원 심리적 저항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변화의 필요성이나 방향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해야 한다. ‘변화’는 파급효과가 큰 영역의 긍정적 성과는 키우면서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고 예기치 못한 위협요인에 대응하는 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얼리기’는 제도/절차나 의식(儀式), 행동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녹이기’와 ‘얼리기’는 ‘변화’ 못지않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작업이다.
o 구글: '20% 룰’이라는 정책을 통해 직원들이 업무 시간의 20%를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 결과 직원들의 자율성이 향상되고 혁신적 아이디어가 증가하였다.
o IBM: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툴과 AI 기술을 도입하여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든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작업 효율성이 향상되고 수집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요구를 빠르게 파악, 대응하게 되었다.
o 넷플릭스: 유연한 조직문화를 통해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직원 간 소통을 강화하고 정보 공유를 통해 지속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o 삼성전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를 강화하여 조직문화의 디지털화를 이끌었다. 직원들에게 데이터 활용 교육을 제공해서 역량을 높이고,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여 고객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업무에 반영함으로써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전반적으로 고객경험을 개선하고 있다.
o 카카오: 직원 간 정보 공유와 소통을 위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직원들이 자신의 전문지식을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부서 간 협업을 증진시켰다.
참고문헌
∙Capgemini(2017), The Digital Culture Challenge: Closing the Employee-Leadership Gap, Digital Transformation Institute, June.
∙WEF(2017), Digital Transformation Initiative: Executive Summary.
∙White, Sarah K.(2018), “변혁의 근간 '디지털 문화'를 확립하는 6가지 방법”, CIO,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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