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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개인/집단 학습과 메타인지

개념과 통찰-11

by 김덕현

개인이나 집단의 편향된 지식의 문제점

개인이나 집단 간 이해관계의 대립은 잘못된 지식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기에 지식 자체와 그것을 만드는 교육/학습 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개인이나 집단이 저출산, 고령화, 다문화, 환경오염 등 사회적 난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의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를 잘못 인식하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확산 이후 온갖 지식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전문가의 위상이 낮아졌다. 생성형 AI가 등장함에 따라 지식 자체가 민주화되어 누구나 쉽게 전문 지식에 접하다 보니 일반인과 전문가를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상당한 기간에 걸쳐 축적된 높은 수준의 지식이나 경험, 통찰조차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현 단계의 생성형 AI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의 오류나 편향성, 듣기 좋은 얘기만 하는 ‘아부’ 등 때문에 그대로 쓰면 안 되는 결과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위험한 것은 정부나 기업이 LLM 기반 챗봇이 제공한 정책/전략을 검증이나 확인 없이 채택하는 일이다. ‘확률적 앵무새’가 제시한 무난한 방책은 (나 자신이나 우리 조직에서만 모를 뿐이지) 이미 어딘가에서 실행해 본 것들이어서 기술/경제/운영 측면의 타당성 외에도 문맥적 타당성에 따라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맥적 타당성(contextual feasibility)이란 필자가 만든 용어로써 어떤 정책/전략이 right TIME, right PLACE, right OCCASION 즉, 시간/장소/상황에 알맞은 것인지 여부를 가리킨다.


현 단계에서 AI가 제공한 지식을 객관적인 검증 없이 활용하다 보면 개인/조직과 AI의 ‘확증편향’은 점점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진짜 전문가들의 통찰’이라는 양화(良貨)는 가짜 내지 가치 없는 지식이라는 악화(惡貨)에 밀려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대로 5~10년 내에 AGI가 등장할지라도 인간 전문가의 통찰과 인간 중심 및 인간 존중 가치관은 계속해서 중요한 사회적 자산으로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 AI 시대에 개인이나 집단이 합리적이면서 보편적 사고와 행동 방식을 견지하려면, ‘안다고 믿는 것에 대한 호의적 의심’을 통해 지식세계를 넓혀야 한다. 특히, 지식과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의 편향성이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낯선 것 또는 다른 세상’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폭과 깊이를 키워야 한다. 원격탐사(remote sensing) 기술의 일종인 딥 센싱(Deep sensing)은 여러 가지 센서와 장비/기술을 활용해서 감시 대상인 개체의 행동이나 상태를 깊게 파악하기 위한 군사 기술이다. 은행이 빅데이터, AI, 서베이,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이탈 가능한 고객의 특성을 찾아내는 것, 또 경영자가 현장의 애로를 파악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 실무자들과 격의 없는 대화 기회를 만드는 것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메타인지를 이해, 활용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메타인지, 학습-성찰-실행-경험

아는 것에 대한 의심을 통해 올바른 지식을 갖추는 능력을 메타인지(meta cognition)라고 한다. ‘meta’는 무언가를 넘어선다는 ‘초(超)’를 의미하는 접두사로 메타 데이터, 메타 지식, 메타버스 등에 쓰이고 있다. ‘메타 데이터’는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 예를 들면, 수많은 사람의 데이터를 표현하기 위한 데이터인 성별, 나이, 성명, 생년월일 등을 가리킨다. 여러 기관이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메타 데이터를 표준화, 공유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메타 지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이해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내가 생성형 AI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처음에 접하게 된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학습과정이나 다른 전문가와 소통, 토론한 과정에 대한 지식을 가리킨다. (이글의 초점과는 상관없는 용어지만)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결합하는 기술과 그 결과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를 가리킨다.


‘메타인지’는 1976년, 미국의 발달심리학자인 John. H. Flavel이 정의한 용어로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 · 발견 · 통제 · 판단하는 정신 작용’, '인식에 대한 인식', '생각에 대한 생각', '다른 사람의 의식에 대해 의식', ‘고차원으로 생각하는 기술(higher-order thinking skills)’이다(위키백과). 메타인지라는 용어 자체는 새로운 것일 수도 있지만, 유사한 개념은 예전부터 존재했기에 성현들의 가르침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하고, 키에르케고르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한 것은 내가 아는 것 또는 이해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우치려 한 것이다.


메타인지에 대한 초기 이론은 개념 자체가 모호해서 측정/평가하기 어렵고 (집단이 아닌) 개인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비판이 있었기에 여러 학자들이 그런 문제점을 개선해 왔다. 예를 들면, 메타인지 자체를 ‘지식-조절-경험’으로 구조화하고, 인지하는 것을 넘어 행동을 포함하며,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적용 가능한 개념으로 발전시킨 것이다(참조: 퍼플렉시티). ‘지식(Knowledge)’이란 결국 내가 무언가를 알고, 이해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쓰는 방법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조절(Regulation)’은 지식을 어떻게 실행하고 조절할 것인지, ‘경험(Experience)’은 일련의 과정에서 내가 어떻게 느끼고 판단하는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 메타인지를 통해 개인은 자기주도 학습과 성찰을 거쳐 사고나 행동을 수정하고, 집단은 여럿이 함께 협력해서 학습하고 성찰하며 비판적 토론을 통해 전체가 올바른 지식을 얻고 쓸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


AI 시대의 교육시스템과 메타인지

A의 수준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여러 가지 경제, 사회 변화도 빨라지고 있다. 다만, 모든 혁신이 그랬듯이 모든 사람이나 조직이 똑같은 속도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혁명, 정보혁명을 거쳐 광범위한 기술융합이 만드는 신세계로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농업시대에 살고 있는 인류도 있고 여전히 산업시대의 사고방식과 행태를 가진 개인이나 조직도 있다. 반면, AI를 탑재한 로봇을 CEO로 임명한 첨단 기업도 있다. AI는 고비용-저효율이 심각한 각급 교육(기관)에서 종래의 교수/교사(who), 교과목/교육과정(what), 교육방법(how) 등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미 미국 애리조나 대학, 스탠퍼드 대학 등을 포함한 국내/외 많은 교육기관이 그런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AI 기반 교육혁신은 초기에는 교육/학습/연구/행정 등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것을 목표로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교육목적(why)의 재정립에 따라 온갖 수단을 새롭게 설계-구현하는 식의 혁신으로 발전할 것이다. 기존 교육 시스템은 ‘지식을 탐구하고 전달’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었지만, AI 시대에는 개인과 조직이 ‘문제를 바르게 정의하고 해결’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주된 목적이 되리라는 것이다. ‘교수 또는 학생’ 식의 획일적 구분이 아니라 AI를 포함한 참여자 모두가 멘토-멘티가 되는 역할 분담이 이루어질 것이고, AI는 지식 제공자일 뿐만 아니라 멘토-멘티를 연결하는 중개자로서 인간을 돕고 협력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AI 시대 교육에서 메타인지 과정 즉, 지식을 얻고 조절하며 실행을 통해 경험으로 축적하는 일련의 활동은 더욱더 중요한 정보시스템으로 구축, 운영해야 한다. 광범위한 자료원으로부터 올바른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중에서 의미 있는 것을 뽑아서 지식으로 축적하며 실행 결과를 반추해서 데이터/지식/행동을 조정함으로써 바람직한 경험을 축적하는 식의 교육 시스템으로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 '아는 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 '아는 것을 어떻게 써야 효과적인지를 알고 있는가?' 같은 질문을 통해 선언적/절차적/상황적 지식을 제공해야 한다. 학습이나 문제해결 과정을 계획하고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해서 결과에 따라 자원 투입이나 전략/방침을 수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와 같은 메타인지 교육시스템은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을 대상으로 구축해서 기업이나 정부, 나아가 국가 차원의 지식과 판단이 편향되지 않고 올바른 것으로 유지, 발전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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