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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Nov 07. 2023

플랫폼 경제의 성과와 해결과제

플랫폼 경제-06

플랫폼 경제의 기술/경제/사회 측면의 성과

   플랫폼 경제는 플랫폼 상품을 중심으로 생산자/구매자, 소비자/이용자 등이 참여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성과를 나누면서 함께 발전하는 경제시스템이다. 플랫폼 상품은 제품 형태로 다른 제품/서비스에 포함되거나 연결/중개/거래/협업/집적/통합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 형태로 개인/기업 사용자에게 제공된다. 

   기술 측면에서 플랫폼은 HW나 SW로 구성된 아날로그/디지털 시스템에서 공통요소를 추출해서 상호운용과 재사용이 가능한 구성품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는 긍정적인 면에서는 생산자/소비자에게 효율성, 효과성, 효용성 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경우, 플랫폼의 오류나 불안정이 그것을 활용하는 제품/서비스의 기능/성능을 위협하는 결과가 된다. 또한, 산업 내 경쟁이 줄어들면서 플랫폼 자체에 대한 혁신이 부족하거나 지연되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경제 측면에서 플랫폼은 새로운 제품/서비스와 산업을 통해 소비자에게 여러 가지 편익을 제공해 왔다. 예를 들면,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은 고정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운수업과 숙박업을 운영하는 식의 창의적 BM을 제시하였으며, 파트타임 드라이버와 겸직 숙박업주 같은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 기회를 만들어냈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디지털 기술이 가진 확장성에 힘입어서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여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동일한 제품/서비스와 고객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 넷플릭스, 유튜브, 틱톡 등은 우수한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 취향에 알맞은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 메타 등은 SNS와 광고 플랫폼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며, 마이크로소프트, 깃허브, 줌 등은 기업간, 개인간 협업과 지식 공유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사회 측면에서 플랫폼은 사람과 조직, 커뮤니티를 연결하고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해주는 사회적 인프라 역할을 담당한다. 다양한 형태의 SNS가 개인과 집단 간 의사소통과 협업, 아이디어/지식/정보/콘텐츠의 교환/공유를 촉진시켰다. 그 결과 개인/공동체 생활의 편익이 향상되고 사회 개혁(예: Black Lives Matter)이나 정치 개혁(예: 튀니지 혁명)이 가속화되었다. 


   플랫폼 경제의 성과는 이론적으로는 여러 참여자가 함께 만든 결과물이지만, 실제로는 소수의 플랫폼 기업이 만든 혁신적 제품/서비스와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BM)에서 생겨난 네트워크 효과가 합쳐진 결과이다. 이런 점에서 플랫폼 경제가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나 문제점은 대부분 플랫폼 기업의 공로 또는 과실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플랫폼의 과실보다 성과가 훨씬 더 크고 오래 지속된다면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지금까지 등장한 문제와 앞으로 등장할 문제가 플랫폼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에 대한 철저한 분석, 대처가 필요할 것이다.  

  

플랫폼 자본주의 vs. 플랫폼 협동주의 

   플랫폼 기업이 이룩한 성과를 요약하면 (1) 생산자는 공통구성품인 플랫폼을 통해 생산활동의 중복성과 복잡성을 줄임으로써 원가 절감, 시간 단축, 규격화/표준화 등의 효과를 얻었고 (2) 소비자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여러 가지 서비스를 통해 비용 절감, 시간 단축, 편의성 향상 등의 효익을 얻은 것이다. Parker et al.(2016)은 성공한 플랫폼 기업이 독/과점 수준의 성과를 거둔 이유로 우수한 플랫폼 기술/서비스가 만든 공급쪽 규모의 경제, 참여자 증가로 얻은 네트워크 효과(즉, ‘수요쪽 규모의 경제’), 멀티호밍(multi-homing)을 제한하는 것, 전환비용(switching cost)을 높인 것, 전문기업이 들어갈 틈새를 허용하지 않은 것 등을 꼽았다. 규모의 경제나 네트워크 효과는 플랫폼 BM 자체의 강점이지만, 플랫폼 기업의 일부 전략은 불공정 거래와 혁신의 지연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소비자는 ‘멀티호밍’ 즉, 필요에 따라 여러 개의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고 자신이 선호하는 다른 플랫폼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일부 플랫폼 기업은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유사한 경쟁자의 서비스를 ‘포획’(envelope, 필자는 ‘보쌈’으로 번역함)해서 영역을 넓힌 것도 공정 거래에 반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은 비즈니스 태동기에는 혁신의 주체로 생태계를 주도하지만, 성장-성숙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이용자 참여와 외부 혁신가에 의한 혁신 비중을 높여가야 한다. 플랫폼 기업이 계속해서 생태계 운영 전반을 장악, 통제하는 경우, 산업과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궁극적으로 쇠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기업가/투자자인 Dixon(2018)은 ‘플랫폼 기업이 처음에는 이용자를 끌어들이다가(attract) 점차 착취하고(extract), 초기에는 보완자인 개발자, 크리에이터, 타 기업 등과 협력하다가(cooperate) 결국에는 경쟁한다(compete)’고 하였다(<그림-1> 참조). ‘플랫폼 자본주의’(Platform Capitalism)는 이처럼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 


<그림 1> 플랫폼 기업과 이용자/보완자 간의 관계 변화 (출처: Dixon, 2018)     


   Scholz(2016)는 공유경제로 포장된 플랫폼 자본주의의 무수한 병폐(예: 독점, 보완자 착취, ‘이용자 도구화’)를 소유권 변경,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 연대(solidarity) 활성화 등을 통해 해결하자는 ‘플랫폼 협동주의(Cooperativism)’를 제안하였다. 실제로 기존 플랫폼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중개 사이트, 여러 나라의 도시, 생산소비자(‘Produser’) 등이 만든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Loconomics는 샌프란시스코의 프리랜서들이 만든 플랫폼으로 일정액의 월회비를 내는 회원들에게는 중개료 없이 일거리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Munibnb는 에어비앤비와 유사한 BM을 가진 서비스로 세계 여러 나라 도시(정부)가 서로 협력해서 여행자에게 숙소를 알선하는 플랫폼이다.  


플랫폼 경제로 인한 경제/사회 측면의 역기능

   플랫폼 기업이 만든 경제 측면의 역기능으로 불공정 거래와 소수 기업에 의한 ‘승자독식(Winners-Takes-All)’ 문제를 들 수 있다. 여러 플랫폼 기업이 파트타임 근로자에 대한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정, 보완자의 기여에 대한 불충분한 보상, 판매가격 인상, 소비자/이용자 편익과 선택권/협상권 제한 등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또한, 성숙 단계에 이른 플랫폼 기업이 혁신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거나 외부 보완자가 이룩한 혁신 결과물을 부당하게 탈취하는 식의 폐해도 등장하였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독과점 문제로, 구글은 검색 엔진을 통한 불공정 거래로, 애플은 앱스토어의 불공정한 거래 조건으로, 메타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EU에서 규제 대상이 된 적이 있다. 


   플랫폼 기업에 의한 사회 측면의 역기능으로 프라이버시 및 보안 침해,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 조장, 자원/에너지 과소비 등을 들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이 소비자/이용자로부터 얻은 개인정보나 기업정보를 소홀하게 취급해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거나 비밀/민감(secret or sensitive) 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다. 플랫폼이 연령이나 소득, 신분/지위 등 특정 계층이나 관점에 치우칠 때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된다. 플랫폼이 다양한 이용자를 고려하지 않아서 한쪽에 치우친 데이터/정보나 허위 또는 혐오 발언 등이 생산-유통되면서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도 역기능 중 하나이다. 참고로 사용자가 어느 한쪽의 의견에만 귀를 기울이고 맹신하게 되는 것을 ‘에코 챔버(Echo chamber, 反響室) 효과’라고 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나 대규언어모델(LLM)에 기반한 생성형 AI 플랫폼 경우, 엄청난 컴퓨팅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하기에 환경보호에 역행하는 결과가 된다.  


지속 가능한 플랫폼 경제를 위한 해결과제

   플랫폼 경제는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여러 참여자가 상호협력하는 가운데 공진화하는 플랫폼 생태계로 발전될 때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이 될 수 있다. 그와 같은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는 플랫폼 기업의 성과가 생태계 차원의 성과로 확장되고, 플랫폼 기업과 BM이 고의 또는 실수로 일으킨 여러 가지 부작용이 해소되거나 완화되어야 한다. 이는 플랫폼 기업의 생태계 전략, 정부의 촉진 및 규제 정책, 그리고 이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개발 등에 의해 달성될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은 앞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적어도 다음 2가지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하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자율 규제와 정부 규제가 ‘닭과 달걀 문제’처럼 계속 겉돌아서 플랫폼 생태계의 건전성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면 스스로 쇠퇴할 가능성이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자율/타율 규제는 학자/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계속 제기해 온 문제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효과적인 해법이 등장하지 않았기에 발상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플랫폼 기업 중심의 기존 중앙집중식 생태계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분산형 내지 분권형 생태계로 재편성될 가능성이다. 일반적으로 정보처리 방식은 중앙집중식(‘monolithic’, 모노리식), 분산처리, 클라이언트-서버 방식 등을 거쳐 객체/컴포넌트/웹서비스, 그리고 마이크로 서비스 중심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Dixon(2018)과 Vegne(2020)가 언급한 것처럼 향후 블록체인에 기반한 웹 3.0 시대가 본격화되면 플랫폼 자체도 분권/분산 체제로 전환되면서 혼란기를 겪게 될 것이다. 


  위와 같은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플랫폼 기업은 우선 게이트키퍼(gatekeeper)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식의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외부 보완자에 의한 혁신 비중과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방적 거버넌스와 개방형 아키텍처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방적 거버넌스는 생태계 구성-운영 관련 의사결정에 다양한 생태계 참여자의 요구/기대를 반영하는 식의 제도/절차를 포함한다. 개방형 아키텍처는 다양한 제품/서비스/솔루션 등이 쉽게 접목될 수 있는 기술구조를 가리킨다. 


   건전한 플랫폼 생태계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플랫폼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와 소비자/이용자를 포함한 외부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지원도 필요하다. 모든 이해관계자는 플랫폼이 가진 광범위한 정치/경제/사회/문화/기술 측면의 영향력을 헤아려서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는 플랫폼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참여/지원하여야 한다. 정부는 플랫폼을 통한 경제/사회적 가치가 향상되도록 혁신을 유도하면서 소비자/이용자의 권익과 복리를 보호하는 식으로 촉진과 규제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  


<참고 문헌>

∙Dixon, Chris(2018), “Why Decentralization Matters”, Medium, Feb 19.

∙Parker, Geoffrey G., Marshall W. Van Alstyne, and Sangeet Paul Choudary(2016), ‘Platform Revolution’, W. W. Norton Company. 

∙Scholz, Trebor(2016), Platform Cooperativism, Rosa Luxemburg Stiftung, New York Office, Jan.

∙Vergne, JP(2020), "Decentralized vs. Distributed Organization- Blockchain, ML and the Future of the Digital Platform", Organization Theory, v.1, p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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