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희 Feb 06. 2024

인간 수명

Life Expectancy

인간의 평균 수명이 70세를 넘어선 것은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30에서 40세 정도로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는 것 중에 가장 오래된 기원전 10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조사해 보면 20세기 전까지는 인간의 평균 수명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 아마도 기록이 없는 기원전 10세기 이전에는 평균 수명이 그 이후보다 같거나 적었을 것이라 추론할 수 있다. 이토록 오랫동안 평균 수명에 변화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질병에 의한 사망률이 거의 같았기 때문이다. 전쟁이나 기아 등에 의한 사망도 있지만 이들 요소는 부정기적이고 무작위적이며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지 않다.     


질병은 올바로 고치는 방법이 알려진다면 치료할 수 있으므로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인간이 병을 제대로 고치기 시작한 지는 불과 100년 조금 넘었을 뿐이라는 얘기이다. 그 이전에는 장소와 시대와 무관하게 인류는 각종 질병에 시달렸고 때로는 치명적인 전염병에 노출되기도 하였지만 올바른 치료는 없었다. 수천, 수만 년 동안 동양이든 서양이든 의학 지식은 병을 치료하는 데 거의 도움을 주지 못했다. 수만 년 동안의 인류의 치료 의술은 지난 한 세기 동안의 의료 기술의 발전에 못 미쳤다. 1900년 전후부터는 상황이 바뀌어 비록 유럽이라는 한정된 지역에서 일어났을지라도 인간의 평균 수명이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BC10에서 오늘날까지의 인간 평균 수명 그래프


대략 1900년대부터 유럽에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게 된 데에는 당시 유럽의 모든 학문의 새로운 변화와 매우 깊은 관계가 있다. 당연히 의학에도 이전에는 전혀 없었던 발전이 있었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병의 치료는 주술이나 점성술에 의존하여 치료의 방법에서 고대와 큰 차이가 없었다. 기원후 2세기에 만들어진 갈레노스의 의학 체계가 19세기까지 유럽의 치료 방법이 되어 왔다. 비록 17세기에 베살리우스, 하비 등에 의해 인체가 올바르게 이해되어 갈레노스 체계의 수많은 오류가 수정되었을지라도 병 치료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극적 결과만을 가져다줄 뿐이었다. 이 상황은 19세기 중반까지 계속 이어졌다.  

    

수 세기 동안 새로운 질병 이론과 치료법이 종종 개발되었지만, 모든 치료 방법은 거의 쓸모가 없었다.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올바른 방법은 19세기말이 되어서야 비로소 발견되었다. 인류는 세 가지 혁신적인 방법을 발견하여 역사상 처음으로 주술이나 점성술 또는 민간요법에서 탈피하여 의료의 혁신을 성취하였다. 전염병에 대한 이해와 이를 대처하는 방법이 강구되고, 백신이 만들어지고, 병의 사전 예방을 위해 위생 관리 등이 이루어졌다. 질병이 치료되기 시작한 19세기말은 인간의 평균 수명이 인류 사상 처음으로 증가하는 시발이 되는 시점이었다. 이때부터 평균 수명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게 되며 20세기 중반부터는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다. 의료 혁신이 유럽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시작은 유럽 대륙이다.  


평균 수명은 그가 속해 있는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경제적 상황이 좋으면 의료의 수혜도 좋으므로 강한 경제권 영역의 사람들의 수명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경제적으로 빈곤한 지역에서 평균 수명은 옛날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경제력이 가장 강했던 유럽은 1870년대부터 수명의 증가세를 보이므로 가장 빠르다. 유럽 다음으로 오세아니아와 아메리카가 뒤따른다.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뒤떨어진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수십 년이 지나서야 수명 증가의 조짐이 나타난다. 아시아는 1920년대부터 수명의 증가가 시작되고 경제적으로 더 낙후된 아프리카는 1930년대부터 수명이 늘어나게 되어 아시아보다 10년 정도 더 늦다. 오늘날 서방 선진국에서의 평균 수명은 80세 수준이고 그에 반해 아직 저개발 된 나라가 많은 아프리카 지역의 평균 수명은 50세를 웃돌고 있어 유럽의 20세기 초의 수준과 비슷하다. 이처럼 경제력에 따른 대륙별, 나라별로 큰 차이는 있으나 평균 수명은 증가 추세여서 현재 지구상 전 지역의 인간 수명을 평균하면 약 70세 정도이다. 인간 수명 연장의 묘약을 가져다준 것은 병의 올바른 해석과 그에 대한 올바른 처방에 기인한다. 이러한 의학의 발전은 다른 모든 분야의 발전과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인류가 축적한 지식의 크기 추이도 인간 수명 그래프와 질적으로 똑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식(데이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