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ledge Expansion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는 동안 유럽에서는 여러 분야가 번성하며 새로운 지식이 탄생했으며, 심지어 그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들이 생겨났다. 이러한 새로운 분야들로부터 나온 창조적인 아이디어들은 인류가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새로운 지식을 쏟아내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지식 증가와 수명 연장의 시대적 변화는 양적, 질적으로 서로 매우 유사하다. 지식과 수명을 표준화해 보면, 증가 추세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식은 오래전부터 누적되며 점진적으로 늘어났다. 수렵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넘어가면서, 수렵 사회에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지식이 농경 사회에서 필요하게 되었다. 불의 사용과 농경 도입, 농업 혁명을 통해 정착 생활이 가능해지고, 언어와 숫자의 도입으로 기록 보존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대규모 사회 집단화와 종교를 통한 집단 유지가 이뤄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하부 구조를 포함한 대규모 국가와 제국의 출현이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대국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서구의 대항해 시대는 현대 문명사회의 기반이 되는 새로운 지식을 축적하기 시작한 중요한 시기였으며, 부의 축적은 나중에 자본주의 사회의 출발점이 되었다. 과학이 발전하기 시작한 이 시기에는 지식이 계속해서 쌓여 갔다.
보시다시피 지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인간의 평균 수명이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일 수도 있다. 지식은 축적되므로 쌓이지만, 수명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식은 점차 축적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크기에 관해서는 실제로 그러지 못했다. 1900년 이전까지는 지식의 성장률이 존재하긴 했다 해도 아주 미미하여 실질적으로 변화가 없는 수준이었고, 이후 급격한 증가에 비추어 볼 때 사실상 변화가 없다고 볼 수 있다. 19세기까지 지식 증가율은 대략 100년마다 두 배씩이었으며, 이런 패턴은 수천 연간 지속되었다. 1900년에 접어들며 증가율에서 큰 변화가 시작되었는데, 이는 인간 평균 수명의 증가 추이와 매우 비슷하다. 지식의 급격한 확장이 시작되는 전조는 19세기말부터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는 20세기에 들어서 증가율의 기울기가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 주요 원인이 되었다.
20세기 초반부터 성장률의 변동은 세 차례에 걸쳐 일어났다. 초기 단계는 20세기 시작에서 2차 세계대전 종료 시까지 약 50년간이며, 이 시기 동안 지식의 양은 25년마다 2배 증가했다. 이전의 100년 동안 2배 증가한 것과 비교해 볼 때, 8배나 증가했으니 이 시기에 방대한 지식이 생겨났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2차 세계대전 종료 후부터 현재까지로, 지식의 양은 평균적으로 약 13개월마다 2배로 증가해 왔다. 19세기까지의 한 세기 동안의 지식 증가를 비교하면, 현재 같은 기간 동안 약 290배의 증가율을 보여주어 증가량이 엄청나다. 1950년을 전환점으로 지식은 이전과 다른 훨씬 가파른 기울기로 지수함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30세기 이전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분야가 훨씬 더 많이 나타나며, 이러한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이 대량으로 생산되었다. 이는 학문, 산업, 예술 등 모든 분야에 해당한다. 아래 그림은 기원후부터 현재까지 지식 성장률을 확인할 수 있는 그래프이며,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인간의 평균 수명 그래프와 상당히 유사함을 보여준다.
닷컴과 인터넷 시대의 세 번째 단계에서 지식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트위터(현재 X)의 전신인 SMS가 2005년에 출시되기 전 해 동안 축적된 지식은 대략 700페타바이트(PB)에 달한다. 이 크기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 데이터를 CD에 저장한다면, 약 5억 개의 CD가 필요할 것이다. 이 많은 CD를 쌓으면, 지구의 지름 12,742km를 초과할 정도다. 이해를 돕기 위한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보통 장편소설 한 권은 대체로 1메가바이트(MB) 정도인데, 700페타바이트는 7천억 권의 장편소설과 맞먹는다. 이 책들을 단 1초에 한 권씩 읽는다 해도, 대략 22만 년이 소요되는 엄청난 양이다. 1PB는 1MB의 1억 배다. 1MB를 한 개의 콩으로 비유해 보자. 1MB의 천 배가 되는 1기가바이트(GB)는 인간의 유전 정보 정도의 크기로, 키가 작은 사람과 비교될 수 있다. 1000 GB인 1 테라바이트(TB)는 가정용 데스크톱 PC의 평균적인 하드디스크 크기다. 1TB는 일 년 동안 전 세계에서 출판되는 모든 문학책과 거의 비슷한 양이며, 길이는 한강 다리와 비슷하다. 1페타바이트(PB)는 1TB의 천 배이며, 한국의 모든 공공도서관의 장서와 비슷한 양으로, 부산에서 나진(함경북도 소재)까지의 거리와 비교된다. 1 엑사바이트(EB)는 1PB의 천 배로, 인류가 일 년 동안 생성하는 지식의 약 70% 정도이며, 태양 반경과 비교될 수 있다. 인류가 한 해에 쌓는 약 0.7 EB의 지식량을 가늠해 보면, 실로 놀라운 일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가 널리 퍼지면서 디지털 정보의 생성이 급격히 많아지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데이터양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13년 전 세계적으로 축적된 데이터는 4.4 ZB였으며, 2020년에는 그 수치가 44 ZB에 이르렀다. 이는 7년 사이에 10배가 넘게 늘어난 것이다. 1 ZB는 천 엑사바이트이며, 이는 백만 PB와 같다.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만들고 이용함으로써, 이것은 막대한 지식의 저장소가 된다. 2024년 현재, 인터넷 이용자 수가 대략 50억으로 평가되기에 생성된 데이터의 양이 얼마나 많을지 추정할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며 새로운 기술 및 산업 분야의 연구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런 연구의 성과로 현재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유전자 조작 등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이는 지식의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빅 데이터와 데이터 과학 분야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보인다. 정부, 기업, 연구소 등이 생성하고 분석하는 방대한 데이터로부터 새로운 인사이트와 지식을 추출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힘입어, 현재 연간 축적되는 지식의 양은 이전과 비교해 많이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일 약 2.5억 개의 트윗이 만들어지는데, 이는 오직 트위터의 수치에 불과하므로 온라인상의 다른 플랫폼과 미디어를 고려하면 이 숫자는 훨씬 클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식의 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반면에, 이 지식의 유효기간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지식의 유효기간이란 특정 분야의 지식 중 반 정도가 부정되거나 불필요해지는 시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축적되는 지식과 쓸모없어진 지식이 나란히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21세기는 지식의 시대가 아니라, 배움의 시대로 볼 수 있다.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보다는 변화하는 세상을 해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발견하며,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2030년경에는 현재 있는 직업의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식 팽창의 단계를 세 단계로 나눈 것이 좀 이상하지 않은가? 맞다. 이제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 이 시대야 말로 네 번째 단계로 불러야 마땅하다. 이제 이 방대한 데이터를 제대로 분류하여 지구상의 인간 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는 시대야말로 데이터의 방대한 양을 넘어 질로서 승부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