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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시은에게

넓은 세상, 찬란한 내일로 나아가는 큰딸에게

by papamoon

네가 캐나다로 떠나는 이 순간을, 아빠는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가슴을 벅차게 하면서도, 동시에 허전함과 그리움이 밀려와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빠 손을 꼭 잡고 아장아장 걷던 네 작은 발걸음이,
이제는 혼자서도 당당하게 낯선 땅을 향해 나아가는 의젓한 청춘이 되었구나.
아빠는 네가 태어났던 그날을 잊을 수 없어.
처음 세상에 나와 울음을 터뜨렸을 때의 그 힘찬 생명력과 아빠 가슴에 안겼을 때의 그 따스함을 말이야.
그날부터 지금까지 너는 아빠에게 가장 큰 기쁨이자 가장 깊은 사랑이었다.
첫걸음을 뗄 때, 처음 말을 할 때,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때, 그리고 지금 대학에 입학하게 된 이 순간까지,

너의 모든 순간이 아빠에게는 가슴 벅찬 선물이었단다.
이제 너만의 날개를 펼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너를 보며,

아빠가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어.
그것은 바로 아빠가 평생 품고 살아온 인생의 지혜를 네게 전해주는 것이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흔들리지 않는 생의 지혜

사랑하는 우리 딸이 새로운 시작을 하는 오늘, 아빠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네게 전해주고 싶어.
이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아빠가 인생의 크고 작은 파도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게 해 준 나침반 같은 믿음이란다.
살아가다 보면 네 마음을 하늘 높이 띄워줄 기쁜 순간들이 찾아올 거야.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거둘 때, 마음이 통하는 소중한 사람을 만날 때,

꿈꿔온 일들이 하나씩 이루어질 때 말이지.
그런 순간에도 너무 들뜨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그 기쁨을 받아들이렴.
기쁨은 영원할 것 같아도 결코 길지 않고, 환희에 취하면 정작 소중한 것들을 놓치게 된단다.

반대로 견디기 어려운 슬픔과 좌절이 밀려오는 날도 분명히 있을 거야.
간절히 바라던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할 때,
온 세상이 등을 돌린 것 같은 외로움에 휩싸일 때 말이야.
그런 순간에도 기억해 줘. 이 아픔이 너를 영원히 지배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가장 어두운 밤에도 새벽은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것을.
그 고통의 시간을 지나고 나면, 너는 더욱 단단해지고 더욱 깊이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을 거란다.

세상 모든 일이 사람의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 법이란다.

솔직히 말하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훨씬 많을 거야.
그럴 때마다 절망하지 말고, 이 모든 것이 네 인생이라는 큰 그림의 한 부분임을 받아들이렴.

그 모든 경험이 모여 너라는 사람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갈 테니까.


감사와 겸손 - 마음의 보석

딸아, 아빠가 네게 간절히 바라는 것은 네가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감사는 좋은 일이 생겼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니야.

매일 아침 눈을 뜰 수 있음에, 건강한 몸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네 곁의 모든 소중한 것들에게 감사하는 거란다.
그리고 꼭 기억해라. 인사를 잘해야 한다.

인사는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이고, 세상과 마음을 여는 첫걸음이란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될 때, 따뜻한 인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곧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겸손함은 감사와 함께 걷는 마음이야.

네가 이룬 모든 성취가 온전히 네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님을 기억하렴.
너를 낳고 키운 부모의 사랑, 너를 가르쳐준 선생님들의 수고,

네 곁에서 응원해 준 친구들의 마음이 모두 함께 만들어낸 결실이란다.
그리고 그 모든 것 위에 하나님의 은혜가 있음을 잊지 말아 줘.


너만의 길을 당당히 걸어가렴

딸아, 이제 너는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 앞에 서게 될 거야.
그때마다 남들의 시선이나 기대에 휘둘리지 말고,

네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진실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렴.
때로는 그 선택이 다른 사람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진정 네가 원하는 길이라면 용기를 내어 당당히 걸어가야 한단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젊은 시절의 방황과 시행착오는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란다.
넘어져 봐야 일어서는 법을 알게 되고, 길을 잃어봐야 비로소 진짜 목적지를 찾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아름답고 선한 것을 곁에 가까이에 두려고 최대한 노력하렴. 사람도, 책도, 음악도 마찬가지야.

너의 마음을 맑게 하고 따뜻하게 하는 것들이 결국 네 인생의 결을 만들어 준단다.

마지막으로 무엇을 하든, 같은 시간, 같은 노력을 꾸준히 하면 인생이 단단해진단다.
하루하루의 작은 쌓임이 너의 미래를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기둥이 되어 줄 거야.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어떤 꿈을 품든, 아빠는 너를 믿는다.
네 안에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 힘과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사랑이 있단다.
베풀 시(施), 은혜 은(恩)을 쓰는 우리 시은이의 이름처럼, 그 선함을 세상에 아낌없이 나누어주렴.


고난 속에서 피어나는 믿음

내 사랑하는 딸아, 아빠는 네가 신앙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래도 괜찮단다.

믿음이란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
하지만 언젠가, 네가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들을 마주하게 될 때,
자연스럽게 우리 시은이가 하나님을 찾게 될 거라고 아빠는 믿는다.
인생에는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아픔과 시련이 찾아올 때가 있단다.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얼마나 작고 연약한 존재인지,

얼마나 많은 것들이 우리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인지 깨닫게 되지.
그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믿음이 시작되는 때란다. 고통 속에서 하나님을 부르게 되고,

그 간절한 부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될 거야.

네가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괴로울 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을 때,
미래가 불안하고 두려울 때, 그때 조용히 기도해 보렴. 처음에는 어색할 수도 있어.

하지만 계속 기도하다 보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너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계획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알게 될 거야.
믿음은 지성을 버리는 것이 아니야.

오히려 네가 대학에서 배우게 될 지혜와 지식들이 믿음과 만날 때, 더욱 아름다운 영성으로 승화될 거란다.
학문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눈이 열리고, 믿음으로 영원을 바라보는 마음이 자라날 때,

너는 진정으로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아직은 네게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어.

하지만 언젠가 네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이 아빠의 말들을 한 번쯤 떠올려보렴.

그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에게 길을 물어보렴. 분명히 응답해 주실 거야.


부모의 변치 않는 사랑

사랑하는 딸아,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어떤 사람이 되든,

성공하든 실패하든, 기쁠 때든 슬플 때든, 아빠와 엄마의 사랑은 절대 변하지 않을 거야.
네가 스스로 자랑스러울 때나 실망스러울 때도,

아빠와 엄마에게는 언제나 우리 시은이가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딸이란다.
부모의 사랑은 조건도 없고 끝도 없단다. 힘들고 외로울 때는 언제든지 아빠에게 전화해.
비록 바로 달려가서 안아줄 수는 없겠지만, 네 마음을 들어주고 함께 아파해줄 수는 있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아빠는 매일 너를 위해 기도할 거야.
하나님께서 너와 함께하시고, 너의 모든 걸음을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할게.

이제 정말 떠나는구나. 아빠는 너무나 자랑스럽다.
네가 용기를 내어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그리고 꿋꿋하게 너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벅차오른단다.
너는 분명히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아니, 이미 충분히 훌륭한 사람이야.

건강하게 잘 지내고, 가끔은 아빠 생각도 해주렴.
그리고 꼭 기억해 줘. 네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며 살든,
아빠의 마음은 언제나 너와 함께라는 것을.
네가 웃으면 아빠도 웃고, 네가 울면 아빠도 울고, 네가 꿈꾸면 아빠도 함께 꿈꿀 거야.


2025년 8월 19일

세상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너를 사랑하는 아빠가, 온 마음을 다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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