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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움 Sep 18. 2023

드라마 분석; <닥터 차정숙>

메디컬 로맨스 코미디, 3박자 조합의 믹스커피 같은 드라마

<닥터 차정숙> 포스터



드라마 소개 및 전체적인 평

<닥터 차정숙>은 가정 주부 차정숙이 의사로 제2의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그 안에서 속속들이 벌어지는 가정과 직장에서의 에피소드는 그 무게가 어떻든 캐주얼하게 흘러간다. 긍정적이고 단단한 메인 캐릭터와 미워할 수 없는 빌런들까지. 매력 있는 캐릭터들로 심각한 서사도 <닥터 차정숙>은 유쾌하게 풀어 나간다.  






강점


간 이식을 극구 반대하는 시어머니를 보는 차정숙 ⓒ 닥터 차정숙, 1화


“메인 스토리를 위한 시련기”

이 작품의 로그라인을 뽑자면, ‘가족에게 희생하며 살았던 주부 차정숙의 레지던트 홀로서기’겠다. 메인 서사를 위해 차정숙이 의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자 마음먹는 ‘계기’ 서사를 빠르게 진행한다. 그녀가 가족들에게 무관심과 푸대접을 받는 서사부터,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식해 주길 원치 않는 남편과 시어머니와의 갈등까지. 주인공이 받는 시련들이 1화에 전부 담겨있다. 다소 답답할 수 있는 서사를 두 에피소드 이상 담았다면, 초반부 시청자 이탈을 막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시련을 한 화에 압축하여 앞으로의 전개를 위한 빌드업 서사를 잘 뽑아냈다.






딸뻘 전소라에게 혼나는 차정  ⓒ닥터 차정숙, 4화


“다양한 사회의 단면을 담는 캐릭터”

 주인공 차정숙은 굉장히 다층적인 캐릭터이다. 우선, 차정숙이라는 캐릭터는 ‘40대 여성 가정 주부’의 애환을 보여준다. 가정 주부로서의 차정숙은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것이 없다. 의사 남편, 걱정 없는 경제력, 공부 잘하는 자녀 등 누가 봐도 행복한 가정이다. 하지만 그녀의 노고에 비해 가족들은 차정숙에게 관심이 없다. 남편과 자녀를 돌볼 뿐만 아니라 집안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 가정 주부만의 설움이 차정숙 캐릭터를 통해 드러난다.

 그런 그녀가 사회로 나간다. 새 삶을 살아보고자 도전했지만 ‘40대’ 레지던트로서 갖춰야 할 것들은 너무나도 많다. 진짜 의사가 되기 위한 배움, 젊은 층 사이에서 버텨야 하는 체력. 차정숙이라는 캐릭터는 직장에서 40대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현실까지 담아내며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로이에게 선을 긋는 차정숙  ⓒ닥터 차정숙, 10화


“하지만 제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저 스스로 찾아볼게요. 전 지금 전공의 과정을 잘 마치고 내 인생에 닥친 이 파도를 무사히 건너고 싶은 마음 밖에 없어요.”
“대신 제가 선생님 친구라는 사실은 잊지 마세요.”

-10화 中-



“일관성 있는 캐릭터 Leading”

<닥터 차정숙>에 나오는 인물들은 일관성 있게 캐릭터성을 유지한다. 이것은 차정숙과 로이의 관계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차정숙은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캐릭터다. 어떤 상황에 처하든 결국 본인의 힘과 의지로 상황을 헤쳐나간다. 작 중 삼각구도 포지션인 ‘로이’가 차정숙을 도우려 하지만 차정숙은 스스로 딛고 일어나겠다고 한다. 이런 차정숙에게 로이도 더 이상의 마음을 표현하진 않는다. 결국 ‘로이’도 차정숙의 성장을 돕는 인물로 곁에 남는다. 확실한 러브라인 구도가 형성되었다면, 성장에 초점이 가지 않고 흔한 클리셰로 그쳤을 것이다. 그들은 일관성 있게 서로의 조력자로, 좋은 친구로 서사를 쌓아간다.



인호와 정숙의 딸 이랑을 가족 모임에 부른 은서  ⓒ닥터 차정숙, 8화


 조연에게서도 알아차릴 수 있다. 승희의 딸 ‘은서’는 등장부터 계속 무슨 일을 꾸밀 것 같은 예감을 준다. 그래서 후반부에 승희, 인호, 이랑과 사자대면을 하게 만들었을 때조차도 전혀 갑작스러운 전개는 아니었다. 외과 동료 ‘소라’도 마찬가지다. 정숙의 아들 정민과 연인이지만 정숙의 정체를 모르고 모질게만 대했던 소라는 모든 사실을 알고도 일관되게 정숙을 대하고자 한다. 그리고 발전해 가는 그들의 관계 서사와 소라의 성장도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다.

 캐릭터가 붕괴되지 않아야 하는 건 서사 전개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지만, 극 후반까지 끌고 나가는 일이 어렵다. <닥터 차정숙>은 세세한 캐릭터 설정과 이를 풀어나가는 전개가 눈에 띄는 드라마다.





승희의 sns를 보고 인호와 승희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정숙  ⓒ닥터 차정숙, 8화


“갈등을 풀어내는 법과 focus”

주된 갈등 관계에 있는 인물은 서인호와 차정숙이지만, 인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 애심과 아이들의 갈등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서인호와 나머지 가족의 갈등 비중을 크게 두지 않고 캐주얼하게 그려낸다. 서브 캐릭터들의 갈등과 감정선은 빠르게 치고 나감으로써 시청자들은 차정숙의 감정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출 수 있다. 차정숙의 의심, 불안, 좌절, 성장을 점진적으로 보여준 것이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데 효과적이었다.






   

아쉬운 점


“아쉬운 캐릭터 감정 서사와 설정”

 로이가 차정숙을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약하다. 그가 차정숙에게 갖는 감정은 처음에는 연민과 호기심으로 시작했겠지만 밝고 유쾌한 그녀를 보며 또 다른 감정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삼각구도 포지션인 만큼 좀 더 확실한 서사가 있었으면 했다.

 

 외과의 ‘전소라’를 통해 시원시원하고 할 말은 다 하는 똑 부러진 여성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들은 결국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밉지만 밉지 않은 캐릭터여야 하는데 서인호 캐릭터가 이에 성공했다면 전소라는 의문이다. 할 말을 다 하는 것과 무례한 것은 너무 큰 차이이기 때문에 전소라 캐릭터가 보여준 모습들이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밖에 없었다.



“메디컬 드라마가 유의해야 할 정보적 오류”

무난한 스토리다 보니 사실 예상치 못한 전개가 기대되진 않는다. 그래서일까. 사이드 스토리가 자극적인 소재로 이루어져 있다. 유명배우와 몰래 사귀고 있지만 전남자친구의 아이를 혼전 임신한 여자 에피소드, 크론병을 앓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해 자살시도를 하는 남자 에피소드 등이 나온다. 하지만 자극적인 소재인만큼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크론병이 유전도 된다는 대사는 필자가 시청할 때도 걱정이 되었는데 심지어 유전(Inhereted)이 아닌 유전 (Genetic)적 요인이 있는 병으로 오류가 있는 대사였다. 많은 대중들에게 소비되는 콘텐츠인 만큼 특히 이러한 정보 전달에는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진 않은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개선점 제안과 필자의 생각


 초반부 시원시원한 전개로 확실한 흡입력이 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부의 전개 속도와는 비교가 된다. 아무래도 감정선과 성장 서사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겠지만, 늘어지는 느낌은 피할 수 없었다. 메디컬 서사인 사이드 스토리를 의사로서 차정숙이 성장하기 위한 에피소드 위주로 전개했으면 어땠을까.

 40대의 여성이 가정과 직장에서 겪는 애환들을 극 특유의 분위기로 유연하게 풀어냈다. <닥터 차정숙>은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힘인 공감과 재미를 보장하고 있다. 그래서 40대 여성들뿐 아니라 모든 연령대가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모두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저녁 시간 가족들과 둘러앉아 가볍게 즐기다가도 나와 닮은 모습에 눈물짓기도 하는, 코미디 가족 드라마로 정의하고 싶다. 차정숙 캐릭터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하며 즐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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