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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샘의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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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움 May 12. 2023

과메기: 구룡포(1)

바다를 삼킨 아이


과메기

 2004년, 내가 초등학교를 막 입학했을 때였다. 아버지 직업상 우리 가족은 해마다 이사를 다녀야 했고, 그 해 갑자기 포항의 작은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00읍 00리'


 지금까지와는 다른, 처음 보는 주소였다. 전에 있던 곳에서는 유치원을 마치면 피아노를 치러 갔지만, 이 동네에서는 방과 후면 학교 앞 냇가에서 도롱뇽 잡는 아이들을 구경했다. 모든 게 낯설었다. 이 낯섦은 싫지 않은 새로움이었고, 호기심이었다.


 초등학교는 우리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딱 하나가 있었다. 동네 아이들은 대부분 그 학교를 다녔다. 다른 학교를 찾으려면 차를 타고 어느 정도 시내로 나가야 했다. 학교 앞에는 졸졸 거리는 냇가가 좁지도, 넓지도 않은 길 중간을 떡하니 가르고 흘렀다. 그곳은 냇가가 차지하는 공간이 더 넓었다.

 

 우리 학교는 나름 철봉도 있었고, 그네도, 미끄럼틀도 있었다. 운동장도 꽤 넓었다. 아니, 내가 작았던가? 운동장을 한참 내달려 다다른 곳에는 곧바로 우리 반이 보였다. 나는 1학년 1반이었고, 모든 1학년 친구들과 친했다. 우리 학교는 한 학년에 한 반만 존재하는 그런 작은 곳이었으니까.


 그 해, 나는 낯선 동네의 작은 학교를 다니며 그곳에 수많은 발자국들을 남겼다. 여덟 살이 남긴 자그마한 흔적이었다.




 


 그곳에 살면서 처음 먹는 것들이 많았다. 부모님은 저녁 약속이 있을 때 나를 항상 데리고 가셨다. 늘 가는 곳은 대문에 '과메기'라는 빨갛고 큰 글씨가 적힌 식당이었다. 식당 바로 앞에는 바다가 있었고, 그것 외에는 끌리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식사가 끝나갈 때쯤 먹을 수 있었던 매운탕과 공깃밥을 얼른 먹고 까만 저녁바다를 구경하고 싶었다.


 과메기를 처음 먹었던 날은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왜 이런 걸 먹을까?'라는 문장이 문을 두드렸다. 작은 식당 탓에 옹기종기 무릎을 맞대고 앉은 어른들은 연신 맛있다며 웃었다. 질세라 오물오물 수를 세며 과메기를 씹어냈다. 지금의 내가 봐도 짭조름하면서 비린 것이 분명 아이가 좋아할 만한 맛은 아니었다.


 바다가 형체가 있었다면 이 납작하고 네모난 과메기일 것 같았다.

나는 여덟에 바다를 씹어냈다. 바다 내음을 느꼈고, 그것은 초가을 저녁같이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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