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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ys Mar 21. 2023

새벽에 개 짖는 소리

온몸을 감싸는 서늘한 기운과

밖에서 울리는 개 짖는 소리에 잠이 깼다


어렸을 적 공주 외갓집에서 자면

새벽엔 항상 시골의 추운 공기와

마당에서 키우던 개, 지나가던 개가 짖는 소리 때문에

깨곤 했는데


오늘 간만에 별안간 25층에서 들리는

바깥 개소리 덕분에 어렸을 적 나로 돌아간 기분에

휘감겨 눈이 떠진 것이다


외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엄마 아빠

늘 사랑받으며 막내처럼 자라온 나

조금 이기적이고 어리광이 잔뜩한 내가 그리워

일어나면서부터 눈물이 찔끔 흘렀다


내가 사랑했던

나를 사랑했던

모두가 너무너무 그리웠다

잠깐만 돌아가서 한번만 세게 안고

보고 싶은 얼굴을 만져보고

조금만 시간을 보내다 돌아올 수는 없을까


사랑만 있으면 행복한 나인데

사랑이 없어 수분감 없이 쩍쩍 갈라진 입술같은 나


한없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실키한 사틴 블라우스에 반짝거리는 로퍼와

슬랙스를 입고 곧 출근해

난 다 알고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발표를 마치고

새로운 매니저라고 웃으며 인사하며 회식에 참가할 나


속은 그저 위태롭게 한발로 서서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 아이에 불과한 존재라 생각하니

모든 것을 그만 두고 그냥 주저 앉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나는 늘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는데

한번도 타협한 적도 없는데

왜 인생은 그 반대로 흘러가는 걸까


코가 막힌다 감기에 걸릴 것만 같다

십분 뒤면 출근 준비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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