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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ys Jun 25. 2023

요의 데이팅앱 이야기

에너지가 많이 들까 봐 (2023.06)


오늘은 아침에 요를 만났다.

요는 이스라엘계 미국 남자. 같은 회사에 다닌다.


그는 최근에 이별 후 적적한지 이따금 나한테 연락을 해서 사소한 얘기를 늘어놓는다.

주제 중에 하나는 데이팅 앱인데

백인 남자라면 인기가 좋은 이곳 특성인지 잘도 매치를 찾아 데이트를 갔다 오곤 한다.


이런저런 얘기 중에 요가 The third date가 기로점이라는 얘기를 했다. 세 번째 데이트 콘셉트는 한국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미국인이 그런 얘길 하니까 신선했다. 물론 한국처럼 관계의 정의를 요구하는 기로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더 나아가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데이트라니 뭐 삼세판은 만국 공통인 듯싶다.


아무튼 한동안 데이팅 라이프에서 멀어져 있는 내게 그가 다음 데이트를 나가느냐 마느냐 그런 가볍고 간지러운 얘기를 늘어놓는 게 내 입장에서는 싫지는 않았다.


Now that I am listening to your multple dating stories, I feel the first date is like a screening interview, and the next round is to deep dive the actual qualities.


내가 이렇게 얘기하니 요는 경악을 했다. 첫 데이트를 스크리닝 인터뷰에 비유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정말 최악의 비유였다. 하지만 그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Yeah, the first date is like your representative is meeting the respresentative of that person.이라고 말했다.


Also, you often get this first date fallacy. You feel very impressive with that person easily, but actually, you just got interested in getting to know a new person. Nothing more.


그러니 첫 번째 데이트를 통과하고도 두 번째 만남에서는 실망하는 경우가 다반사. 그는 열 번의 스와이프를 통해 한 명과 매치를 맺고, 또 실제로 만나 첫 번째, 두 번째 데이트를 통과하기까지는 꽤 여러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둥의 얘기를 했는데 남의 얘긴데도 얼마나 피곤하던지.


I feel drained already. I thought I am just holding at the moment, but seems like I have to retire from that life.


다음 주에 큰 보고를 마치고 잠시 비치를 끼고 있는 리조트에 휴양을 갈까 생각 중이었다. 그동안 고생한 나 자신에게 보상을 좀 줄 겸. 한참 요가 리트릿과 리조트를 알아보다가 비행기 타고 보트를 타고 섬을 갈 생각을 하니 어딜 가고 싶은 마음이 쏙 들어갔다.


집중하던 어깨를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잠시 감았다. 이내 다시 몸을 침대에 뉘이며, 그냥 집에 있을까...

그냥 집에 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기도 한데...


뭐가 그렇게 두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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