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군입대

[Essay]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꾸는 꿈 2

by 한은

[29]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큰 일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학업도 열심히 하는 중에 교수님들께서 여러 회사들을 소개해 주시고, 사람들을 소개해주셨다. 그리고 큐레이터 업무 중에 아이들을 좋아하는 모습에 과학관 관장님께서 감사하게도 나를 욕심 가져 주셔서 과학 작가가 되어보는 것을 추천해 주셨다. 하지만 군대가 나의 발목을 항상 잡고 있어서 불안했었는데 먼저 군대를 다녀오고 나의 새로운 일을 생각하기로 했다. 좋은 일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사실 자주 만났다던 J 친구와 교제하고 있었고, 15개월의 시간이 지나 끝내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군대 신청 날짜가 급하게 결정이 되면서 헤어진 6일 이후 급하게 입대하게 되었다. 훈련소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고 밥 먹다가도 눈물, 훈련 중에도 눈물 흘리며 훈련병의 신분을 이겨냈다. 괜히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훈련소 동기들의 모습을 보면 미웠다.


해군으로 입대했기 때문에 6주마다 외박을 나오는 것이 편하긴 했다. 하지만 그 누구와도 만나기 어려운 나의 복잡한 감정들로 인해 모든 휴가를 나를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혼자 여행 다녀보기도 하고 나의 복잡했던 마음을 조금씩 정리해 보기로 했다. 군대가 누구는 쉬웠다, 누구는 어려웠다 말이 많았지만 해군 소방서에서 군무했던 나로서 어려운 것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별의 아픔 때문이었을까 일을 너무 못했던 나였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찾아온 사춘기로 인해 감정이 격동하는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다. 휴가를 나가더라도 주변 친구들은 남녀 할 것 없이 일찍 결혼하여 만나기도 애매한 사이가 되어버려서 정말 외로웠다. 그래서 내가 열심히 일을 하면서 모아 왔던 돈들과 군인 월급을 더해서 그동안 만나왔던 "내 사람"들의 마음을 돈으로 사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돈은 잠깐이었고 나의 마음에 합당한 만남을 가지고 싶었던 욕심을 느낀 "내 사람"들도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했고, 내가 어려움만 주기 시작했다.


20대 초반부터 혼자의 시간을 깊게 가지게 되었다. 그 혼자의 시간들을 가지면서 잃어버린 진짜 "나"를 찾아보기로 했다. 굉장히 우울하고, 외롭고, 마음이 아프지만 인생에서 겪어야 하는 상황과 감정이라면 지금 당당하게 부딪히자는 생각에 열심히 깨지고, 더 아파보았다. 너무 아파서 더는 못할 것 같고 번아웃이 되려고 할 때, 전역을 하게 되었고 병장 마지막 휴가를 한 달 내내 나가면서 치렀던 대학 편입시험이 합격하여 새로운 지역에 가게 되었다. 꽤 오래 아파보니 덜 아픈 방법을 알게 된 것일까 마음 한 구석 추억 상자에 넣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세상을 조금 더 현실적이고, 나를 정확하게 보는 방법을 알게 되니 낭만이 없어진 줄 알았다. 그럼에도 낭만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낭만을 준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어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 낭만 있는 25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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