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오글거려도 재미있잖아.
[1] 오글거려도 재미있잖아 :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해.
좋게 말하면 순수하고, 나쁘게 말하면 아직 철이 없다고 해야 할까?
항상 어리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사람들에게 기대고 싶고, 어리광 부리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지만 바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늘 여러 생각이 충돌한다. 흔히 말하는 세상의 쓴맛, 단맛, 매운 맛을 어느정도 보았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먹어봐야 하는 더 많은 감칠맛이 존재하는 것에 가끔은 현타가 올 때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일찍 그 쓴맛, 단맛, 매운맛을 경험하게 되어서 다른 맛이 나를 치더라도 질긴 고기도 씹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학생의 삶이 끝나고 진짜 어른들의 세계에 발을 딛었을 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건조했던 기억이 난무하다. 너무 물기가 없어서 내가 물기가 되어보려 해도 그 물기를 닦는 사람들이 항상 존재했다...ㅋㅋ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적당한 물기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했었다.
너는 좀 능청스러운 것 같아.
애어른, 애늙은이 같다는 말도 항상 들어왔다.
언제부터인가 건조해진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촉촉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고 나의 외모가 촉촉함을 가져온다거나 상큼한 이미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분명 징그러웠을 순간들이 많았을 것이다...ㅋㅋㅋㅋㅋ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재개그 같은 나만의 말들을 하는 이유는 그래도 다들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2] MZ와 α(알파)
나는 대학 동기들, 여러 형 누나들과도 잘지내지만 나 자신이 정말 재미있게 노는 순간이 언제인가 곰곰히 생각을 해봤을 때는 학생들과 놀 때 가장 재미있게 노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도 이제... 체력이 꺾이고 있어서인지.. 학생들의 에너지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있다.
대학생 때 그룹과제를 하게 되면 어떻게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하고 분위기 메이커로 열심히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좀 지나니까 나보다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후배들도 생겨나고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굳이 나서지는 않는다. 그냥 진득하게 "어~ 왔어? 밥은?" 이렇게 물어보는게 너무 좋아졌다.
지금 MZ와 α세대를 많이 만나야 하는 교사의 자리에 있게 되면서 장난을 안칠 수 없는데 요즘 친구들은 다들 똑똑해서 말장난을 하면 금방 이해하다 못해 리액션이 너무 재미있다. 어떻게 보면 노잼일 수 있는 말장난들과 노는 방법들이 언택트(비대면)에 익숙해진 요즘 학생들에게는 재미있는 요소로 작용이 될 수 있다. 어른들에게 능청스러움이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말장난이 되는 것에 신기할 때가 정말 많다.
[3] 오글거리는 로멘틱
사랑을 시작하는 단계를 위해 오글거리지만 남녀 서로가 스파크를 만들기 위해 대단히 노력한다.
교사인 나도 학생들과 삶을 공유하기 위해 많은 스파크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중에 하나가 말장난이었다. 무례한 말 장난이 아닌 각자의 삶에 다가가기 위한 노크였다.
나는 학생들과 제일 잘 논다. 태생부터 교사의 체질이었던 것이 아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싫던, 좋던 어떻게든 친해지기 위해 부딪히면서까지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했는데 요즘은 MBTI가 뭐냐 물으며 바로 선을 만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기도 했었다. 학생들이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 향수처럼 존재하고 배워왔던 나의 작은 아날로그틱한 습관들이 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준다.
요즘 여학생들은 금방 멋진 숙녀가 되어버려서 장난을 멈추어야 할 때가 있어서 아쉽지만 꺄르르 웃는 모습을 볼 때면 웬지 교사로 지내는 이 시간이 가장 재미있기도 하고, 남학생들도 금방 멋진 남자들로 성장하지만 같이 철 없는 행동을 하면 이상한 교감을 느끼며 서로가 재미있다.
오글거려도 서로가 재미있으니 추억이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