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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Nov 24. 2019

두 어머니

그 누구도 함부로 애기할 수 없다 

고향에 계신 두 분 어머니(어머님과 장모님)를 뵙고

올라오는 마음



두 어머닌

세상을 처음 만난 날 가지고 온

머릿속 새하얀 도화지에

90년 삶 속에 어지럽게 그려진

파랑 노랑 빨강 검정 선을

하나하나 지워가고 있었다.     


두 어머닌

지우느라 두께가 얇아진

하얀 도화지를 만든다.

처음 태어날 때처럼

가지고 가기 위해...          


한 어머닌

너무나 많이 지워진 선 때문에

한 어머닌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빨강 선 때문에

복잡한 선들로 그려진 도화지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화내거나 흉보거나 슬퍼한다.   

  

나도 힘든데 왜 그러냐고

화내고

난 물질과 정신을 다 가지고 갈 수 있다고

흉보고

해줄 게 아무것도 없어

슬퍼한다.     


두 어머니가

살아오신 시간 동안 혼자만 쌓아놓은

고됨과

슬픔과

기쁨의

눈물 도화지를 우린 볼 수 없다.     


볼 수 없는 도화지

이해 못 하는 그림을

오늘도

두 어머닌

아무도 모르게 

하나하나 지운다.



얇더라도

처음 태어날 때처럼

가지고 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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