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보는 두 마음
수직으로 내리는 비
우산을 때리는 소리
몸을 움츠르게 하고
튀어 오른 빗방울
슬픈 눈물처럼
달라붙는다.
이놈의 비
필요할 때
이놈의 비
멈춰야 할 때
알아서 오면 좋으련만
9층을 향해 가는
그나마 건강한 다리를
기어이 다 적셔 놓는다.
수직으로 내리는 비
9층을 지나
바닥을 때리는 소리는
유치원생 피아노 소리
눈에 보이는 빗방울은
누군가에게 준 적이 있는
장난감 수정 반지
이놈의 비
더 왔으면 하지만
이놈의 비
잊혀진 기억이 날 때 쯤
햇빛 속에 사라진다.
비
너에겐 자유가 있구나.
태초에 누군가가
잘 지키라고 준 자유를
맘껏 누릴 뿐인데
사람
너에겐 필요만 있구나.
썩어 문드러질
덩어리 하나 지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