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그럼 교사와 교육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식 전달자에서 질문 설계자로

by 쑥갓선생

2024년 가을, 한 고등학교 교사가 교무실에서 동료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학생들은 ChatGPT에게 물어보고,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얻어. 내가 준비한 수업 자료도 AI가 5분 만에 더 깔끔하게 만들어줘. 그럼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야?"


동료는 한참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솔직히, 나도 요즘 그 생각을 해."


이 대화는 전 세계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AI 시대의 교육을 논의하다 보면, 항상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교사는 뭘 해야 하나요?" "AI가 다 할 수 있다면, 교사의 역할은 뭔가요?"


이 질문은 불안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불안은 정당하다. 기술이 인간의 일을 대신할 때마다,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그 일을 해온 사람들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AI 시대에 교사의 역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해진다. 다만, 그 역할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교사는 언제부터 지식 전달자가 되었을까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렇게 회상했다. "내가 교직에 처음 들어왔을 때, 선배 교사들이 말했어요. '네가 가장 많이 알아야 해. 학생들이 질문하면 바로 답할 수 있어야지.' 그래서 나는 매일 밤 교과서를 외우고, 백과사전을 뒤지고, 자료를 준비했죠."


전통적으로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었다. 학생보다 더 많이 알고, 더 정확하게 설명하며,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는 사람. 이것이 수백 년간 교사의 핵심 역할이었다.


그러나 AI는 이 역할을 압도적으로 잘 수행한다. 2025년 통계에 따르면, AI 교육 시장은 75억 7천만 달러에서 2034년 1,12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교사의 83%가 2023-2024 학년도에 개인적 또는 학교 관련 활동에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했다.


가장 흔한 활용은 무엇이었나? 조사와 콘텐츠 수집이 44%, 수업 계획 작성이 38%, 정보 요약이 38%, 교실 자료 생성이 37%였다. 즉, AI는 이미 교사의 전통적 업무 중 상당 부분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솔직하게 말했다. "처음에는 위협받는 느낌이었어요. AI가 내가 준비한 수업 자료보다 더 나은 걸 만들어내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깨달았어요. 내가 자료를 만드는 데 쓰던 시간이 아까운 게 아니라, 학생들과 대화할 시간이 부족한 게 진짜 문제라는 걸."


버지니아 공대의 관찰


버지니아 공대(Virginia Tech)의 에이미 앨런(Amy Allen) 교수는 예비 교사 교육에서 중요한 관찰을 했다. AI를 활용하는 예비 교사들의 수업을 보면서, 그녀는 AI의 한계와 교사의 역할을 동시에 발견했다.


앨런 교수는 말했다. "우리는 ChatGPT가 틀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학생들에게 인간의 분별력과 생성형 AI 도구를 지원으로 사용하기 전에 주제에 대해 지식을 갖추는 것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녀는 예비 교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AI는 여러분이 더 적게 알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분이 더 깊이 알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AI가 제공하는 답이 맞는지 틀린지, 충분한지 부족한지 판단하려면, 여러분이 먼저 알아야 하니까요."


학습 설계자로의 전환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 보고서에서 교사의 미래 역할을 "학습 설계자(learning architects)"로 정의했다. 교사는 AI 도구를 활용하여 정교한 교육 경험을 조율하면서도 멘토이자 가이드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유지하는 사람이다.


이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교사의 역할은 변화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예전에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가르치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피타고라스 정리를 어떤 질문으로 시작할까'를 고민해요. 같은 정리라도, '왜 삼각형은 특별할까?'로 시작하는 것과 '직각삼각형의 세 변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로 시작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수업이 되거든요."


이것이 첫 번째 변화다. 지식 전달에서 질문 설계로. 교사는 이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어떻게 질문으로 만들 것인가"를 더 많이 고민한다.


두 번째 변화는 정답 제시에서 탐구 촉진으로의 이동이다. 한 고등학교 역사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학생이 '한국전쟁은 왜 일어났어요?'라고 물으면, 예전에는 원인을 나열해줬어요. 지금은 '넌 어떻게 생각해? ChatGPT한테 물어봤어? 그 답에 뭐가 빠진 것 같아?'라고 되묻죠."


세 번째 변화는 가장 역설적이다. 효율성 추구에서 불편함 설계로. AI는 학습을 매끄럽게 만든다. 교사의 역할은 이 매끄러움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것이다.


부산의 한 중학교 교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일부러 답이 명확하지 않은 질문을 줘요. 'AI가 이렇게 답했는데, 이게 맞을까?'라고 물으면, 학생들은 불편해해요. 확실한 답을 원하거든요.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진짜 생각이 시작돼요."


현장의 목소리들


하지만 이런 역할 전환이 모든 교사에게 쉬운 것은 아니다. 2025년 통계는 우려스러운 현실을 보여준다. 교사의 68%가 도시 지역에서 어떤 종류의 AI 교육도 받지 못했다. 26%의 학군만이 2024-2025 학년도에 AI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었다.


버지니아 공대의 샐리 하무다(Sally Hamouda) 교수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많은 학교에는 훈련된 교사, 최신 자료, 커리큘럼 지원이 부족합니다. 일부 학군의 경우 이러한 격차가 엄청납니다. 교육자들은 종종 신흥 기술을 가르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들 스스로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 동시에 가득 찬 교실, 제한된 예산, 시간 부족을 관리해야 합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솔직하게 털어놨다. "관리자들은 'AI 시대에 맞춰 수업을 혁신하라'고 해요. 하지만 연수는 없어요. 시간도 없고, 예산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어요. 그냥 혼자서 알아서 하라는 거죠."


Microsoft 조사에 따르면, 50%의 교사가 가장 큰 도전 과제로 교육과 지원 부족을 꼽았다. 이것은 개별 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교사를 위한 실질적 제안


그렇다면 지금 당장, 이 불완전한 상황 속에서 교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첫째, AI를 투명하게 사용하라. 한 고등학교 영어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번 수업 자료를 ChatGPT로 만들었어요. 내가 입력한 프롬프트는 이거였고, AI가 준 답은 이거였어요. 그런데 나는 이 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렇게 수정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학생들은 교사가 AI를 어떻게 비판적으로 사용하는지 직접 본다.


둘째, AI를 비판적 사고의 도구로 활용하라. 서울의 한 과학 교사는 학생들에게 과제를 낸다. "ChatGPT에게 기후변화에 대해 물어보세요. 그 답을 분석하고, 어떤 관점이 빠졌는지,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보고서를 쓰세요." AI는 완벽한 답을 주는 도구가 아니라, 비판적 사고를 연습하는 대상이 된다.


셋째, 과정을 가시화하는 평가를 설계하라. 한 대학 교수는 학생들에게 에세이와 함께 "학습 일지"를 제출하게 한다. 어떤 질문에서 시작했는지, 어떤 자료를 찾았는지, AI를 언제 어떻게 사용했는지, 어떤 부분에서 막혔는지, 어떻게 돌파했는지. 결과물만 평가하지 않고, 그 과정 전체를 본다.


넷째, 동료 교사들과 협력하라. 버지니아 공대의 에이미 앨런 교수는 강조한다. "우리가 역사 교육자이자 교사 교육자로서 계속 돌아오는 것 중 하나는, 이 도구들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더 많이 배우지 않으면, 양질의 교육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우리보다 덜 아는 사람들이 그것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구현될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에 "AI 실험실"을 연다. 교사 5-6명이 모여 각자 시도한 AI 활용 사례를 공유한다. 성공한 것도, 실패한 것도. 한 교사는 말했다. "혼자 하면 막막해요. 같이 하면 용기가 나요."


다섯째, 행정 업무에는 AI를 적극 활용하라. 최근 조사에 따르면, AI를 사용하는 교사들이 상당한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 성적 입력, 학부모 통지문 작성, 회의록 정리. 이런 일에 AI를 사용해서 아낀 시간을, 학생과의 의미 있는 대화에 투자하라.


교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World Economic Forum은 명확히 선언한다. "AI는 결코 고품질의 인간 주도 교육학을 대체하지 못할 것입니다."


교육 시장의 폭발적 성장, 2025년 약 76억 달러에서 2034년 1,123억 달러로 예측되는 이 숫자는 교사의 종말이 아니라, 교사-AI 협력의 시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협력이 성공하려면, 교사는 스스로를 재정의해야 한다. 더 이상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잘 질문하는 사람", "가장 사려 깊게 불편함을 설계하는 사람", "가장 인간적인 판단을 내리는 사람"으로.


한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나를 보고 '저 선생님은 다 알아'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학생들은 나를 보고 '저 선생님은 뭘 물어야 할지 알아'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했죠. 그런데 지금은, 이게 더 어렵고 더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아요."


결국 교사의 역할 변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교육이 정보 전달이라면 AI가 더 낫다. 하지만 교육이 인간을 변화시키는 일이라면, 교사는 여전히 필수적이다.


다만 그 교사는 AI 이전의 교사와는 다른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전환의 여정에서, 우리는 교사를 혼자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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