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교육 시스템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개별 노력을 넘어, 구조의 전환으로

by 쑥갓선생

2024년 9월, 한국 교육부는 2025년부터 초중고교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한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우리 아이들이 실험 대상이 되는 건가요?" "AI 교과서로 정말 배울 수 있나요?" "데이터는 어떻게 관리되나요?" 곧이어 56,505명이 서명한 반대 청원이 올라왔다.

같은 시기, 미국에서는 여러 주 교육부가 AI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Alabama, Louisiana, Nevada. 각 주마다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아직 답을 모른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개별 교사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훌륭한 교사라도, 시스템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교육 시스템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교육의 두 가지 목적, 어중간한 AI

한국의 혼란은 단순한 준비 부족이 아니었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AI 교과서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한국 교육은 오랫동안 두 가지 목적 사이에서 갈등해왔다. 첫째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교육이다. 문제 풀이 기술, 정답 찾기, 빠른 계산. 이것은 입시라는 명확한 목표를 향한다.

둘째는 교과목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교육이다. 개념의 깊이, 학문적 호기심, 평생 학습 능력. 이것은 시험 이후의 삶을 위한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시험을 위한 교육은 효율성을 추구한다. 최단 시간에 최고 점수. 반면 지속적 학습을 위한 교육은 과정을 중시한다. 실패를 경험하고, 질문을 키우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그런데 현재 AI 디지털 교과서는 이 둘을 어중간하게 타게팅하고 있다. "개별 맞춤 학습"이라는 이름으로 학생의 수준에 맞춘 문제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시험 대비인지 진정한 학습인지 불명확하다.

한 교사는 시범 운영 후 이렇게 말했다. "AI 교과서가 학생에게 '틀린 문제'를 반복해서 제공하더라고요. 효율적이죠. 시험 대비로는. 하지만 학생은 점점 수학이 싫어졌어요. '왜 이걸 배워야 하는지' 질문할 기회는 없었거든요."

또 다른 교사는 덧붙였다. "학생들이 AI의 추천을 따라가기만 해요.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더 알고 싶은지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AI가 주는 대로 풀고, 맞으면 다음으로 넘어가고."

이것이 현장의 혼란이었다. AI 교과서가 시험 성적을 올리는 도구인가, 학습 동기를 키우는 도구인가? 정책 입안자들은 "둘 다"라고 말하지만, 현장에서는 "둘 다 아니다"가 되고 있었다.


선택하지 못하는 정책

학부모들의 우려는 이 혼란을 반영했다. 56,505명이 서명한 청원의 핵심 요구는 세 가지였다. 첫째, 스크린 타임 증가에 대한 우려. 둘째, 데이터 프라이버시. 셋째, 학습 효과에 대한 과학적 증거 부족.

하지만 이 요구들 아래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깔려 있었다. "이게 우리 아이들의 입시에 도움이 되나요?" 그리고 동시에, "이게 우리 아이들이 평생 배우는 사람으로 자라는 데 도움이 되나요?"

한 학부모는 청원에 이렇게 썼다. "AI 교과서가 문제 풀이는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아이가 수학을, 과학을, 역사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나요? 아이가 시험 끝나고도 계속 배우고 싶어 하게 만들 수 있나요?"

교육부는 대응했다. 시범 운영을 확대하고, 교사 연수를 강화하며, 데이터 보호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은 충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AI 디지털 교과서인가? 입시 성적을 올리기 위한가? 아니면 진정한 학습을 위한가? 혹은 정말로 둘 다 가능한가? 그리고 만약 불가능하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정책은 이 질문을 회피했다. 그리고 그 회피가 현장의 혼란을 만들었다.


미국 주들의 시행착오

미국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2025년 10월, 미국 AI for Education이 발표한 지도는 충격적이었다. 미국 50개 주 중 절반만이 K-12 교육에서 생성형 AI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공백 상태였다.

가이드라인이 있는 주들도 내용은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주는 AI 사용을 적극 권장했고, 어떤 주는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으며, 어떤 주는 구체적인 지침 없이 "책임감 있게 사용하라"는 원칙만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 주들도 같은 근본 문제와 씨름하고 있었다. AI를 시험 준비 도구로 쓸 것인가, 학습 도구로 쓸 것인가?


Alabama의 선택: 명확한 기준

Alabama 주 교육부는 2024년 6월, 미국에서 가장 포괄적인 AI 정책 템플릿을 발표했다. 이것은 2023년 11월 Alabama AI Summit과 그 후속 세션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템플릿은 8개의 기둥을 제시했다. 전략, 거버넌스, 데이터 프라이버시 및 보안, 조달, 구현, 역량 개발, 위험 관리, 유용성 및 효과성.

중요한 것은 Alabama가 AI의 목적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템플릿은 명시했다: "AI 도구는 평가 준비를 효율화할 수 있지만, 그것이 유일한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AI는 학생의 비판적 사고,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을 개발하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구분을 제시했다. 표준화된 시험 준비에는 AI 사용을 제한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 반복이며, AI가 대신하면 학생의 시험 수행 능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프로젝트 기반 학습, 탐구 활동, 창의적 과제에는 AI 사용을 장려한다. 여기서 AI는 학생의 사고를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한 Alabama 교육청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명확히 했어요. AI는 시험 점수를 올리는 지름길이 아니에요. AI는 학생이 더 깊이 생각하도록 돕는 도구예요."


Louisiana의 단계: 4단계 접근

Louisiana는 다른 접근을 택했다. 2024년 가을 발표된 가이던스는 AI 사용을 4단계로 분류했다. AI-Empowered(AI 강화), AI-Enhanced(AI 향상), AI-Assisted(AI 지원), AI-Prohibited(AI 금지).

특히 주목할 것은 "AI-Prohibited" 범주였다. Louisiana는 명확히 했다: 표준화 시험 연습, 기본 계산 문제, 암기 과제에는 AI 사용을 금지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런 활동들은 기초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AI가 개입하면, 학생이 정말 그 능력을 가졌는지 알 수 없다.

반면 "AI-Empowered" 범주에는 연구 프로젝트, 복잡한 문제 해결, 협업 과제가 포함됐다. 여기서는 AI를 적극 활용하되, 학생이 AI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어떤 판단을 했는지를 함께 평가한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이렇게 평가했다. "드디어 명확해졌어요. 시험 대비할 때는 AI 없이, 진짜 배울 때는 AI와 함께. 이제 학생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요. 왜 어떤 때는 AI를 쓰고, 어떤 때는 안 쓰는지."


Nevada의 원칙: 인간 중심

Nevada는 윤리를 중심에 놓았다. Nevada Community Foundation과 협력해 개발한 가이던스는 "STELLAR 윤리적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가장 먼저 명시된 원칙은 이것이었다. "인공지능은 인간 지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창의성과 독창성을 증폭시키는 도구입니다."

그리고 4단계 학습 프레임워크를 도입했다. 이해(Understand), 적용(Apply), 통합(Integrate), 성장(Grow). 각 단계마다 AI의 역할이 달랐다.

"이해" 단계에서는 AI 사용을 최소화한다. 학생이 스스로 개념을 파악해야 한다. "적용" 단계에서는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기본을 익힌 후 AI로 연습량을 늘릴 수 있다.

"통합" 단계부터 AI 사용이 확대된다. 여러 개념을 연결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할 때. "성장" 단계에서는 AI와의 협업이 핵심이 된다. 학생은 AI를 도구로 삼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다.

한 Nevada 교육 관계자는 말했다. "우리는 물었어요. AI가 시험 점수를 올려줄 수 있나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게 우리가 원하는 건가요? 우리는 학생들이 평생 배우는 사람이 되기를 원해요. 그래서 프레임워크를 그렇게 만들었어요."


한국이 직면한 선택

한국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만약 입시를 위한 것이라면, Alabama처럼 명확히 해야 한다. 시험 준비에서 AI의 역할을 제한하고, 학생의 실제 능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지속적 학습을 위한 것이라면, Nevada처럼 단계를 구분해야 한다. 언제 AI 없이 배워야 하고, 언제 AI와 함께 배울 수 있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아니면 Louisiana처럼 둘을 명확히 분리할 수도 있다. 시험은 시험대로, 학습은 학습대로. 각각의 목적에 맞게 AI를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어중간하게, "개별 맞춤 학습"이라는 모호한 구호 아래 둘 다를 포괄하려고 하면, 결국 둘 다 실패한다. 시험 성적도 오르지 않고, 학습 동기도 떨어진다.

한 교육 정책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교육의 딜레마는 새로운 게 아니에요. 우리는 항상 입시와 교육 사이에서 갈등했어요. AI는 이 갈등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을 뿐이에요.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해요. 무엇이 먼저인지."


정책의 우선순위

2025년 WCET(WICHE Cooperative for Educational Technologies)는 "AI Education Policy & Practice Ecosystem Framework"를 발표했다. 프레임워크는 3단계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우선순위 1은 기초적 필수사항이었다. 법적 준수, 윤리적 무결성, 즉각적 위험 완화, 기본 운영 역량 확립.

여기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AI의 목적 명확화. AI를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시험인가, 학습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만약 둘 다라면,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이것이 명확하지 않으면, 나머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진다.

우선순위 2는 전략적 촉진자였다. 제도적 역량 강화, 운영 효율성 향상, 교수와 학습의 질적 개선.

우선순위 3은 혁신적 기회였다. 제도적 모델 재정의, 새로운 가치 형태 창출, 깊고 지속 가능한 혁신.

한 대학 IT 관리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선순위 3부터 시작했어요. 'AI로 교육을 혁신하자!' 그런데 우선순위 1도 안 됐더라고요. AI를 왜, 어떻게 쓸지조차 합의가 안 됐어요."


교사는 어디에 있는가

하지만 이 모든 정책과 프레임워크에서 종종 빠지는 것이 있다. 교사의 목소리다.

한국의 한 교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2025년 3월에 시작하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 11월인데, 아직 연수도 못 받았어요.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솔직히 물어보고 싶어요. AI 교과서로 뭘 하라는 거예요? 시험 점수 올리라는 거예요, 아니면 진짜 배움을 만들라는 거예요?"

또 다른 교사는 더 직설적이었다. "정책 결정 과정에 교사가 없어요. 우리는 나중에 '이렇게 하세요'라는 공문을 받아볼 뿐이에요. 교실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교실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있어요."

Virginia Tech의 Andrew Katz 교수는 경고했다. "우리가 이 도구들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더 많이 배우지 않으면, 양질의 교육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우리보다 덜 아는 사람들이 그것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구현될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시스템이 해야 할 일

그렇다면 시스템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첫째, 목적을 명확히 하라. AI 교과서가 시험을 위한 것인지, 학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둘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어중간한 목표는 어중간한 결과를 낳는다.

둘째, 단계를 구분하라. Louisiana처럼, 언제 AI를 쓰고 언제 쓰지 말아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라. 교사와 학생이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셋째, 교사를 중심에 두라. 정책은 교사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교사를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교사 없이 만든 정책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넷째, 기초부터 쌓아라. WCET 프레임워크처럼, 우선순위 1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순위 3에 투자하지 마라. 목적도 불명확한데 혁신만 추구하면 실패한다.

다섯째, 학습하라. 완벽한 정책은 없다. 중요한 것은 계속 개선하는 것이다. Alabama, Louisiana, Nevada도 여전히 배우고 있다.

한 교육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AI 도구를 도입하기 전에 물어야 해요.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이 뭐죠? 더 높은 시험 점수? 아니면 평생 학습자를 키우는 것? 답에 따라 AI를 사용하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져요. 그리고 만약 둘 다를 원한다면, 언제 어떻게 다르게 접근할지 명확히 해야 해요."


아직 쓰이지 않은 정책

이 장을 쓰는 지금도, 새로운 AI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다. 어떤 것은 성공할 것이고, 어떤 것은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목적이 불명확한 정책은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AI가 시험을 위한 것인지, 학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 둘을 구분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으면,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학생은 왜 배우는지 모르고, 학부모는 불안해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책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기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실에서 배우는 학생들과, 그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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