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학부모와 가정, 가장 혼란스러운 자리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를 때

by 쑥갓선생

한국 어느 거실에서, 새로운 형태의 놀이 시간이 펼쳐진다.


IT 기업 CTO인 김준구씨는 매주 다섯 살 아들 도훈이와 도서관에 간다. 함께 책을 고르고, 읽고,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김씨는 30분짜리 AI 세션을 준비한다. 어린 아이는 혼자서 AI 도구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김씨는 미리 맞춤형 프롬프트를 작성한다. 세션 중에 도훈이는 AI와 상호작용하며 상상의 행성을 디자인하거나 오리온 별자리 이야기를 쓴다.

"아이가 정말 즐거워해요," 김씨는 말한다. "매번 AI가 흥미로운 질문과 훌륭한 과학적 지식을 제공하거든요."

하지만 이것은 한국에서는 매우 드문 풍경이다. 2024년 사교육비는 29.2조 원으로 4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과 교육부의 2025년 3월 조사에 따르면, 6세 미만 아동의 47.6%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김씨처럼 AI를 아이의 창의성을 키우는 도구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AI는 새로운 경쟁의 도구가 되었다.

많은 사교육 업체들은 부모들에게 경고한다. "AI 기술이 없으면 아이가 뒤처질 것입니다." 김씨는 이 두려움 기반 메시지에 동의하지 않는다. "두려워서 일찍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창의성을 키우는 것입니다—탐험하고, 결합하고, 상상하는 것."

하지만 김씨 같은 부모는 소수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반대하는 부모들의 청원이 국회에 제출되었을 때, 그들이 우려한 것은 무엇이었나?


부모들이 직면한 현실

첫째, 스크린 타임 증가에 대한 걱정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이미 충분히 스크린에 노출되어 있다고 느낀다. 유튜브, 게임, 소셜미디어로 인한 중독 문제를 겪는 가정에서, AI 교과서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 또 다른 스크린 타임일 뿐이다.

둘째, 데이터 프라이버시다. AI 시스템은 아이들의 학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한다. 부모들은 묻는다. 우리 아이의 데이터는 어디에 저장되는가? 누가 접근할 수 있는가? 어떻게 사용되는가? 삭제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경우, 답은 명확하지 않다.

셋째, 학습 성과에 대한 의문이다. 부모들은 과학적 증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런 연구는 거의 없었다. AI 교과서는 충분한 검증 없이 도입되었다.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이 "기니피그"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무력감이다. 부모들은 AI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떻게 작동하는지, 무엇이 좋은 사용인지, 무엇이 나쁜 사용인지 모른다. 그런데 아이의 교육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한국적 맥락: 사교육과 부모의 불안

한국에서 부모의 역할은 특히 복잡하다. 2024년 사교육비가 29.2조 원을 기록했다. 학생 수는 감소하는데 사교육비는 증가하는 역설적 상황 속에서, 사교육은 사실상 공교육과 병행하는 또 하나의 교육 시스템이 되었다. 2023년 교육부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하며, 대입 시험에서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킬러 문항"을 제거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사교육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AI 도구가 도입되었을 때, 부모들은 두 가지 선택에 직면했다. 공교육 AI를 믿고 기다리거나, 사교육 AI를 구매하거나. 대부분의 부모는 후자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만 뒤처질 수는 없다"는 두려움이 모든 것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우려한다. "정부 관점에서는 경제 성장과 국가 간 경쟁이 중요할 수 있지만, 교육의 본질은 아이들의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것입니다. 이것은 유럽의 교육 철학과 더 가까운 접근입니다."


가족 학습의 복잡성

교육 전문가들은 부모의 참여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아이들은 부모를 관찰하며 배운다. 부모가 AI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가 아이들이 AI를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부모들은 준비되어 있지 않다. 많은 한국 가정에서는 할머니가 수학을 봐주고, 엄마가 영어를 봐주고, 아빠가 과학을 봐주는 식으로 가족 구성원이 역할을 분담한다. AI 도구는 이러한 복잡한 협력 구조를 고려하지 못한다.

김씨의 접근 방식은 시사점이 크다. 다섯 살 아이는 혼자서 AI를 사용할 수 없다. 김씨는 미리 프롬프트를 준비하고, 세션을 계획하고, 아이와 함께 결과를 탐구한다. 이것은 시간이 많이 든다. 하지만 이것이 AI를 책임있게 사용하는 방법이다.

김씨는 AI를 "정답을 빨리 찾는 도구"가 아니라 "상상을 확장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도훈이는 상상의 행성을 디자인하고, 우주 이야기를 쓴다. 질문은 정해져 있지 않다. 아이의 호기심이 방향을 결정한다.

교육 전문가들은 기술 교육만큼이나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이가 ChatGPT를 어떻게 보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인간이란 무엇인가?' 같은 큰 질문을 하는 법을 배우면, AI를 다르게 이해할 것입니다. 그것이 AI 시대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고입니다."


부모를 위한 지원

2025년 CHI Conference에서 발표된 연구 "SET-PAiREd"는 3-5세 자녀를 둔 20개 가정과 함께 AI 학습 로봇을 테스트했다. 부모들은 콘텐츠 적절성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AI와 로봇이 자신의 제한된 기술(Skill), 시간(Time), 에너지(Energy)를 보완해 줄 수 있다고 봤다. 핵심은 부모에게 통제권을 돌려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는 어떻게 부모를 도울 수 있을까? 교육 연구들은 학교가 부모 참여를 높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하고 솔직한 소통이다. 부모에게 AI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어떤 혜택이 있는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막연한 공지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말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부모를 위한 실습 워크숍을 연다. 부모가 직접 AI 도구를 사용해보게 하는 것이다. 이해는 사용에서 온다. 교실에서 앉아서 설명만 듣는 것과, 직접 ChatGPT에 질문을 입력해보고 결과를 받아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한 학부모는 워크숍 후 이렇게 말했다. "이제야 우리 아이가 집에서 뭘 하는지 알겠어요."

학교는 또한 실용적인 리소스를 제공해야 한다. AI 리터러시 툴킷, 가정에서의 안전한 사용 팁, 학교와 가정의 노력을 연결하는 방법. 이런 자료들은 부모가 일상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기 초에 부모들에게 간단한 질문지를 보낸다. "AI에 대해 가장 궁금한 것이 무엇인가요?" 그 답변을 바탕으로 학부모회 주제를 정한다. 부모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물론 모든 부모가 학교에 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맞벌이 가정, 교대 근무를 하는 부모, 여러 자녀를 돌보는 부모. 학교는 부모가 있는 곳에서 만나야 한다. 이메일 뉴스레터, 짧은 동영상 가이드, 카카오톡 채널을 통한 빠른 정보 공유. 한 중학교는 매주 3분짜리 "AI 팁" 영상을 학부모 단톡방에 올린다. 조회수보다 중요한 것은 접근성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는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데이터가 어떻게 보호되는지,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언제 삭제되는지. 부모가 이걸 알 때 비로소 신뢰가 생긴다. 어느 학교 교장은 학기 초 학부모 총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의 자녀 데이터는 우리 학교 서버에만 저장되며, 제3자와 공유하지 않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문의하세요." 투명함이 불안을 줄인다.


가정에서의 AI 활용

그렇다면 가정에서는 어떻게 AI를 활용할 수 있을까? 최근 교육 연구들은 조기 아동 교육에서 AI의 역할을 분석하고 있다. 핵심은 부모 참여를 쉽고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좋은 도구는 일상의 산만함 속에서도 부모가 교육적 순간에 참여하기 쉽게 만든다. 예를 들어, SET-PAiREd 로봇 같은 연구 프로토타입은 공유 독서나 놀이 세션에서 임시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부모가 저녁을 준비하느라 바쁠 때, 아이가 로봇과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 부모가 피곤해서 책을 다 읽어주기 어려울 때, AI가 나머지 부분을 읽어줄 수 있다. 이것은 부모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고품질 참여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풍부한 언어 노출이 유아기에 중요하므로, AI 도구는 어른과 아이 사이의 대화형 상호작용을 촉진해야 한다. AI는 공동 내레이터나 프롬프트 제공자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AI가 이야기 중간에 "이 공룡이 뭘 먹었을까?"라고 물으면, 아이가 답하고 부모가 반응한다. 대화가 이어진다. 김준구씨가 도훈이와 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AI는 일상적 결정과 행동에 대해 적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육아의 많은 부분이 즉흥적 결정을 포함한다. 병원 대기실에서 유튜브를 보여주는 대신 대화를 나누기로 선택하는 것, 마트에서 계산을 기다리며 숫자 세기 놀이를 하는 것. 모바일 폰을 통해 사용 가능한 AI 기반 행동 지원은 그런 순간에 시기적절한 제안을 제공할 수 있다. "지금 아이와 색깔 찾기 게임을 해보세요" 같은 간단한 알림이 도움이 된다.


부모가 되는 것의 어려움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자. 이 모든 것은 부모에게 또 다른 부담이다.

부모는 이미 생계를 책임진다. 아이를 돌본다. 숙제를 도와준다. 학교 활동에 참여한다. 아이의 정서적 필요를 충족시킨다. 이제 AI까지 이해하고, 관리하고, 아이에게 가르쳐야 한다?

National Center for Families Learning의 2014년 조사는 보여준다. K-8 학년 자녀를 둔 부모의 60% 이상이 숙제를 도와주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25%는 너무 바빠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수 없다.

어느 직장맘은 이렇게 말했다. "회사에서 돌아오면 저녁 준비하고, 아이 씻기고, 내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요. 그런데 이제 AI 공부까지 하라고요? 언제요?" 이것은 원망이 아니라, 현실이다.

AI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악화시킬까? 답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부모의 부담을 더하는 도구가 아니라, 부모가 이미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돕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선택의 기로에서

부모들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AI를 아이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도구로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또 다른 무기로 사용할 것인가?

AI 시대에 부모 역할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학교만으로는 할 수 없다. 정부만으로도 할 수 없다. 부모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부모를 홀로 남겨두어서도 안 된다. 부모에게 정보를, 도구를,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김준구씨 같은 부모가 예외가 아니라 표준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

부모가 혼란스러운 자리에 남아 있는 한, AI 시대 교육은 절반만 성공한 것이다.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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