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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키키 Apr 20. 2020

차돌박이 된장찌게

특별한 무언가 

아들이 '헬로 카봇' 만화를 좋아한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집에는 '헬로 카봇'에 등장하는 로봇 장난감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로봇들은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변신을 한다. 장난감들은 완제품이며 완성도는 매우 놀랍도록 뛰어나다. 그런데 어떤 로봇은 쫄따구들이 따라오기도 한다. 일명 '카봇 크루'들인데 오직 이 녀석들은 추가로 조립이 더 필요하다. 어제 온 로봇은 쫄따구들이 여섯명 이었다. 하나 하나 조립을 해줬다. 가슴에 투명 LCD 모니터 창을 달아주고 그 위에 스티커를 붙인다. 얼굴에는 헬멧을 씌워 주고 헬멧 위에는 로봇들의 표정 스티커를 붙여준다. 다 붙여주고 나니 원래 스티커는 헬멧을 씌우기 전, LCD 창을 달기 전에 붙여야 한단다. 공구함을 꺼내 제일 작은 일자 드라이브로 조립한 헬멧과 LCD를 해체한다. 그리고 헬멧과 LCD에 붙였던 스티커를 때어서 다시 얼굴과 가슴팍에 붙인 뒤 다시 헬멧과 LCD를 씌워 준다. 코로나 19 덕분에 이렇게 무료한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장난감 조립과 A/S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오늘은 차돌 된장찌게를 준비해 봤다. 


먼저 재료를 준비한다. 차돌 150g정도를 핏기 제거를 해준다. 무는 한 줌 정도 채를 썰어준다. TV에서 무 채써는 게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어렵더라. 채를 썬게 아니고 길다랗게 깍뚝썰기로 되어 있었다. 애호박 1/4, 감자 한개, 양파 반개, 두부 반모 를 깍뚝썰기로 준비해 둔다. 파는 한대 청양고추는 한개 똑바로 썰어서 준비 해놓는다. 냄비에 차돌구이를 볶아준다. 반 정도 핏기가 없어졌다 싶으면 무채를 넣어서 함께 볶아준다. 무의 숨이 죽을 때까지, 고기의 기름이 잘 덮여질 때까지 볶아준다. 그런다음 쌀뜨물 500mm를 넣어준다(나는 쌀뜨물이 없어 그냥 물을 넣었다). 감자, 양파를 먼저 넣어 주고 끓여준다. 불순물 거품이 뜨면 채로 걸어주라던데 별로 없어서 생략. 이제 양념을 넣어준다. 된장 두 큰술, 고추장 반 큰술, 간마늘 한 큰술. 된장이 잘 뭉치니 잘 풀어줘야 한다. 조금 끓으면 애호박, 두부 순서로 넣어준다. 조금 더 끓으면 청양고추, 대파, 고추가루 반 큰 술을 넣고 끓여주면 끝. 


 흔한 된장찌게 였지만 차돌을 넣어주니 맛이 특별해 진다. 늘 그렇듯 아내의 눈치를 먼저 살핀다. 아이와 함께 먹어야 하는데 청양고추를 넣었다는 네거티브 코멘트를 받았다. 내가 맛을 보니 그리 맵진 않던데 쩝. 맛을 본 아내는 괜찮다며 다시 일으켜 세워준다. 내가 먹어봐도 나쁜 수준의 맛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가 막힌 수준은 아니었다. 이건 레시피의 수정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언제 다시 차돌박이 된장찌게를 할 지 모르지만.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나서도 무료한 시간을 계속 된다. 문득 서재 방의 불을 보니 밝기가 좀 어두어 진거 같다. 전등 커버를 뜯어보니 역시나 3개 중 2개가 나갔다. 전등을 교체하자 방이 환했다. 전등 하나 교체했는데 방안이 이렇게 밝을 수가. 집안의 전등을 싹 다 갈고나니 이제는 옷걸이가 눈에 보였다. 아직 겨울용 자켓이 외출복과 함께 있었다. 시간이 많아지니 집안에 안보였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아마 어르신들이 은퇴 후에도 늘 바쁘신 이유가 이것 때문이 아닐까? 


집콕 라이프가 벌써 한 달이 넘어 간다. 그사이 벚꽃은 벌써 피었다 졌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새로산 카마라 랜즈가 장농에 쳐 박혀 있다.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켐패인에 적극 동참하기로 한다. 정 답답하면 가까운 마트에 장보러 나가긴 하겠지만. 대신 집안을 더욱 살펴본다. 집안 구석 구석을 살펴보면 손을 봐야 할 곳이 있는지 기억해 둔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어떤 요리를 해볼지 알아본다. 2020년의 봄은 이렇게 지나 갈 것 같다. 무료하고 소소하게. 하지만 그 속에서 어떤 특별함을 찾아 볼 계획이다. 된장찌게에 차돌박이를 넣을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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