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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키키 Apr 20. 2020

밀키트   

실패할 확율을 줄여주는 최고의 요리선생님 

코로나의 영향으로 거의 외출을 하지 않고 있다. 장을 보기위해 가까운 마트 정도가 전부다. 지난 주말에 마트에 가려고 나가보니 벗꽃이 피기 시작했다. 성격이 급한 녀석들은 벌써 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따뜻한 봄날씨에 마음이 동하지만 자발적 거리두기에 최대한 동참하려고 올 봄 꽃놀이는 과감하게 생략한다. 집순이 아내랑 아들녀석도 집에 오래 있는게 그렇게 답답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다만, 집에는 아들녀석 장난감 로보트만 하나 씩 늘어만 간다. 


외출이 없으니 당연히 외식도 않고 있다. 배달 음식도 최소화 하고 있다. 대신 밀키트 주문을 많이 하고 있다. 밀키트란 반조리 음식제품을 말하는데 손질이 다 된 요리 재료를 레시피와 함께 배달해 준다. 코로나가 발병하기 전에도 한 번씩 주문해서 먹은 적이 있는데 맛이 괜찮았다(아니 맛있었다!). 지난주에는 무려 다섯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주말에 계속 집에 있어야 하니 매끼를 밀키트로 먹는다는 아내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섯가지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봤다. 


1. 새우 감바스 & 알리오 올리오  

먼저 새우 감바스를 만들고 남은 기름에 파스타를 넣어 만든다. 우선 마늘과 마른홍고추를 올리브오일에 볶는다. 그리고 물기를 뺀 새우와 준비된 야채와 허브솔트를 넣고 볶으면 끝. 감바스가 이렇게 쉬운 요리일 줄이야! 파스타는 끓는물에 소금 한 스푼을 넣고 파스타면을 한 7~8분 삶으면 된다. 감바스를 만들고 남은 기름에 물기를 뺀 파스타를 넣으면 알리오 올리오가 완성된다. 


2. 찹스테이크 

소고기의 핏물을 제거한다. 소고기도 밀키트 업체에서 네모나게 다 썰어서 보내준다. 핏물은 키친타올로 소고기를 감싸면 된다. 핏물을 뺀 소고기를 올리브, 허브솔트와 로즈마리(업체에서 보내준다!)를 잘 버무려 10분간 숙성해준다. 예열된 팬에 우선 소고기를 1분간 볶는다. 그리고 나머지 야채들을 올리브오일과 함께 강불에서 2분간 볶아주면 끝.  간은 허브솔트로 맞추고 로즈마리는 빼서 버리면 된다. 


3. 황태국

보내준 황태를 찬물에 씻고 물기를 짠 다음 2~3센티로 잘라준다. 중불에 황태와 무를 넣어서 1분간 볶아준다. 그 그릇에 물을 넣고 끊인다. 물이 끊으면 대파, 청양고추, 육수베이스를 넣고 12분간 더 끓이면 끝. 업체에서 보내준 육수베이스가 아마 맛의 비결인 듯 하다. 


4. 로즈파스타 

아까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 때 처럼 동일하게 파스타를 만들어서 준비한다. 면을 삶을 때 올리브오일을 조금 넣으면 면이 잘 안달라붙는단다.  새우역시 감바를 만들때 처럼 마리네이드 해준다. 후라이판에 올리브오일 그리고 베트남 홍고추를 부셔 넣고 1분간 볶아준다. 준비된 새우와 채소를 넣어 노릇하게 볶아준다. 토마토소스와 면수를 넣고 1분30초간 졸여준다. 준비된 파스타와 밀락골드를 넣고 1분30초간 더 졸여주면 끝. 뭔가 알리오올리오와 비슷한 조리법 인듯 하다. 


5. 밀푀유 나베 

소고기의 핏물을 제거한다. 보내준 육수와 다시다를 넣어 육수를 만든다. 다시다는 물이 끊으면 빼낸다. 보내준 야채와 소고기를 보기좋게 넓적한 냄비에 배치한다. 어떻게 배치하는지도 레시피에 나와 있다. 준비한 육수를 넣고 끊이면 끝. 


주말 동안 이 요리들을 요리 초보인 본인이 직접 다 했다. 이 말은 요리하기 정말 쉽다는 뜻이다. 심지어 맛있기 까지 했다. 약간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레시피 독해. 특히 로제파스타의 레시피는 설명이 초보수준에 맞춰져 있지 않았다. 설명서에 '면수'를 넣어라고 되어 있는데 면수가 면 삶은 물인지 아내한테 물어봐서 알았다. 그냥 허브솔트에 절여라고 하면 될 것을 '마리네이드' 하라고 왜 적어놨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파스타 면을 끊는 물에 넣으라는 말이 없어서 같이 찬물을 끓이며 같이 면을 넣었다가 아내가 보고 바로 건져냈다. 아내가 불안한지 슬쩍 슬쩍 와서 도와준다. 강불을 조용히 와서 중불로 바꾼다지. 


요리 초보가 요리를 배우기에 밀키트 만큼 좋은 수업이 없는 것 같다. 모든 재료가 업체에서 제공이 된다. 심지어는 올리브 오일까지. 준비된 재료를 순서에 맞게 조리를 하면 된다. 이건 마치 장난감 자동차를 조립한는 듯한 느낌과 흡사하다. 업체에서 보내준 소스 때문일까 어느정도 최소한의 맛도 보장된다. 어느정도 맛이 보장된다는 것.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요리를 배운답시고 재료를 왕창 사서 레시피를 보고 끙끙대면서 했는데 맛이 없다면? 이것만큼 요리 공부의 걸림돌이 있을까? 최소한의 맛을 보장하는 밀키트는 요리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준다. 마흔, 리스크 관리는 필수가 아니겠는가? 그게 요리에서든 말이다. 당분간은 밀키트로 요리 수업을 계속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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