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카 Oct 27. 2023

피곤할수록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지난주는 이상하리만치 내내 정신이 없었다. 운동을 못 가고 글쓰기도 하지 못했던 날들의 연속. 왜 그랬을까 찬찬히 생각하며 스케줄을 살펴보았다. 그렇게 바쁜 일이 있지도 않았건만 지켜오던 루틴을 무너지게 한 요인은 단 하나, 고양이가 아팠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야옹야옹 애처로이 우는 소리를 수시로 들어야 했고 아침저녁으로 혈뇨로 범벅된 방을 닦으면서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피폐해졌던 것이 일상을 무너뜨리게 하는 큰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피곤하니까 더욱 운동을 해야 한다 VS 피곤하니까 더욱 운동을 할 수 없다


나날이 피곤에 피곤이 쌓이고 운동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마음속에서 갈등이 휘몰아치는 때,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지난 한 주 동안 나는 몸이 아니라 마음을 따르는 선택을 했다. '피곤하니까 오늘은 운동하면 안 돼' '이런 날에는 집에서 쉬어야 해' '아이고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까 운동 못 가겠네'와 같은 그럴싸한 이유를 들면서.


그러자 1. 피곤해지니까 식욕이 사라지고 2. 끼니를 자주 걸렀으며 3. 공복에 분비되는 위액으로 인해 속이 자주 쓰렸고 4. 몸무게가 점차 줄어들었다. 이렇듯 마음이 원하는 대로 따른 결과는 최악이었다. 운동을 시작하기 이전의 엉망진창인 패턴과 정말 똑같았다!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서 쉬고 원하는 대로 푹 자고 일어나면 잘 회복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정신은 자꾸 멍해지고 몸은 물먹은 솜처럼 축축 처지고 무거워졌다.


현재 상태에서 어떠한 것도 나아지지 않고 되려 더 나빠지기만 한다면 이것은 현재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탄이다.


눈은 자꾸만 감기고 몸은 곳곳에 아령을 매달아 놓은 듯 천근만근 피곤했지만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서 꾸역꾸역 헬스장으로 향했다. 아주 오랜만에 간 헬스장은 모두가 그대로인데 나만 다른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이 가득했던 그날의 공기가 아직도 선명하다.


근력 운동은 도저히 할 의욕이 나지 않아서 삼십 분 내내 러닝머신만 뛰었다. 그저 걷고 뛰기만 반복했을 뿐인데 금세 심박수가 상승하고 이마와 등에서 땀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다. 지칠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뛰면 뛸수록 지친다는 느낌보다는 몸이 가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뛰는 순간에는 머릿속에서 어떠한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그저 뛰는 두 발과 가쁜 숨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덕에 몸뿐만 아니라 생각과 마음이 모두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전보다 가뿐히 눈이 떠지는 아침을 맞이하면서 위의 두 가지 선택 안 중에서 어떤 것이 옳은 선택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피곤할수록 더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한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은 더욱 피로해진다. 신체를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의 사용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딱딱하게 굳게 되는데 이는 신체를 균형적으로 지탱해 주는 근육의 소실을 불러오고 신체의 유연성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피곤할수록 더욱 스트레스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데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은 불안과 초조함을 가져오고 면역력을 약하게 만드는 등 신체를 더욱 혹사시키게 만든다. 운동을 하지 않으니 스트레스를 쉽게 받고 스트레스를 받으니 몸이 힘들어지고 몸이 힘드니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피곤하다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언젠가 몸속의 에너지가 바닥나고 운동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피곤하면 피곤할수록 더욱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


운동을 하다 보면 몸이 가벼워지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이는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서 그렇다. 아드레날린은 사실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도 분비되는 호르몬이지만 코르티솔이 몸을 바싹 타들어가게 만드는 호르몬이라면 아드레날린은 마른 가뭄에 뿌려지는 단비처럼 촉촉하게 살려주는 호르몬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다. 운동을 하고 나니 이전보다 덜 피곤한 것 같더라는 운동하는 사람들의 말은 결코 기분 탓이 아닌 것이다.


이처럼 운동은 스트레스에 몸을 잠식당하게 만드느냐 스트레스로 몸을 회복하게 만드느냐를 가른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고 난 후 달라진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이나 기분 상태들은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느끼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모든 상황들이 마음에 들지 않고 짜증 나고 귀찮은 것 투성이었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라며 가볍게 넘기게 된 것은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난 후부터였으니까.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실패나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를 되찾는 성질이나 능력을 의미한다. 밑바닥까지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치고 올라올 수 있는 힘을 뜻하는 이 용어는 심리적인 의미를 더 크게 갖지만 신체적인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 같다.


신체적으로 덜 피곤할 때 우리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 앞에서 쉬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적인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싶다면 신체적인 회복탄력성을 먼저 돌아볼 것!


오직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을 할 때 회복탄력성이 쉽게 상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날이거나 유난히 몸이 무거운 날에는 러닝이라도 좋으니 운동을 하여 땀을 뺄 것!'이라는 글 아래에 밑줄 쫙! 돼지 꼬리 땡땡! 별표 다섯 개를 달아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고부갈등 해결의 조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