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lcefarniente Jul 15. 2018

벵갈루루의 새로운 맛 a

네하와 함께 익숙한 곳을 벗어나 보자

드디어 그녀가 왔다.

"안녕, 네하!"



나는 이 NGO에 석사학위 논문을 위한 참여관찰뿐만 아니라, 한 달 동안 교육을 통한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함양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의 인턴으로 일하기 위해 왔다. 임시로 있는 나를 이어 이 프로젝트의 보조 연구원으로 '네하(Neha)'가 오기로 되어있었는데 한 동안 몸이 좋지 않았던 그녀는 예정보다 10여 일 늦게 첫 출근을 하게 되었고, 그동안 나는 회의 때마다 '네하가 곧 온다지요...?'하고 네하를 궁금해하며 3주를 보냈다.




캘커타에서 나고 자라 뭄바이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벵갈루루에서 갓 석사과정을 마친 네하는 내 예상보다 훨씬 아담하고 귀여운 외모에 참 얌전하고 침착한 말투의 소유자였다. 어떠한 이미지를 따로 그리고 있지는 않았는데 네하의 첫인상을 예상 밖으로 느낀 것을 보니 아마도 내가 만난 인도 사람의 표본수가 아직 너무 적었나 보다. 나와 네하 모두 조금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나는 곧 네하와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될 것임을 느꼈다(원래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서로를 파악하기가 쉬운 법). 실제로 우리는 거의 묵언의 첫 일주일을 보냈으나, 그 다음 주부터 굉장히 친해져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사무실과 가족들, 그리고 그 둘을 잇는 길, 이 셋을 벗어날 일이 거의 없던 나에게 네하는 벵갈루루의 새로운 모습들과 특히 '새로운 맛'들을 -우리 둘은 모두 대단한 Foodie이다- 소개해주었다.  





어느 월요일 퇴근 후 나와 네하는 지하철을 타고 벵갈루루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인 인디라나가르(Indiranagar)로 향했다.  


-꽃잎이 네 개인 보라색 꽃처럼 보이는 표시는 지하철역을 의미한다. 표는 가운데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생겼다. 티머니처럼 찍고, 마지막에는 저금통에 동전을 넣듯이 개찰구에 넣어서 회수한다.-


노선은 아직 두 개밖에 없지만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벵갈루루의 지하철을 체험하기 위해 우리는 오토를 타면 20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목적지를 30분을 지하철역까지 걷고, 지하철을 10분 정도 탄 후, 다시 내려서 20분을 걸어서야 도착했다. (실제로 지하철은 좋았다. 특이점이라면 여성전용칸이 따로 있고, 그 앞을 여성 경찰관이 지키고 있다.)


 


우리의 첫 순례지는 인디라나가르의 글렌스 베이크하우스(Glen's Bakehouse)로 굉장히 오래된 베이커리 겸 이탈리안 음식점이었다. 벵갈루루에서는 보지 못해 잊고 있었던 매우 익숙한 빵의 모습은 낯가리는 사람 1, 나의 마음을 열기에 충분했고 낯가리는 사람 2, 네하 역시 미니 레드벨벳 컵케이크의 달콤함에 마음을 열었다. 이내 우리는 인턴과 전담자이면서 전임과 후임이라는 약간의 긴장감이 맴돌던 관계에서 맛집 순례 동행이자 좋은 친구가 되었다.


Glen's Bakehouse에서


- 무엇보다 북부 출신의 네하는 내가 벵갈루루에서도 북인도의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


북인도식 탈리(Thali, 'Plate'라는 뜻으로 한식으로 치면 백반과 비슷한 메뉴라고 할 수 있다.)


티벳 혹은 네팔식 뚝빠(Thukpa)와 뗀뚝(Thenthuk). 뗀뚝에는 수제비와 같은 플랫누들이 들어있다. 우리가 국밥에 넣어먹는 고추다진양념과 비슷한 양념장을 넣어 먹는다.



작가의 이전글 남인도의 맛 b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