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마 Aug 23. 2020

혼자 여행에서 만난 청국장

청국장을 먹고 길에서 만난 사람과 이야기하다

일어나 보니 7시다. 부리나케 옷을 입고 출근할 준비를 하였다. 월요병이 도져 학교 가기 싫은 마음을 떨치려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고 평소보다 조금 더 멋을 냈다. 잠자고 있는 가족들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오늘따라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평소에도  내가 일찍 나가기는 한다.


월요일은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가서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일주일의 첫날부터 직장에서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지하주차장에 내려와서 새로운 마음을 다잡으며 시동을 걸었다.


차는 아파트를 나와 시내 도로를 지나갔다. 평소보다 10분 정도 일찍 나와서 그런지 차들이 없었다. 평상시 빨간불 일색이었던 신호등도 초록불을 보여줘 막힘없이 차가 슝슝 잘 빠졌다. 직장에 도착했다. 역시 주차장에 다른 직원들의 차가 없이 거의 비어 있다.


조금 이상한 감을 느낀 건 학교 버스가 있어서였다. 이 시간이면 아이들을 데리러 출동을 하고 주차장에는 없을 터였다. 순식간에 차들이 왜 길거리와 주차장에 보이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확실히 알기 위하여 휴대폰의 캘린더를 보았다. 아뿔싸! 일요일이었다.


집에 다시 돌아가야 하나 생각하다가 쿨쿨 자고 있는 가족들 옆으로 가기보단 친구를 만나자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언제나 지원군이 돼주는 친구가 가깝게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로 바쁘다 보니 만나기보다는 통화를 많이 하였고 만난 지도 벌써 몇 개월이 지났다. 친구에게 전화하니 자신은 본가에 왔다고 했다. 친구의 본가는 이 곳과 반대방향에 있다. 나에게 그곳으로 오라고 하면서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이 황당함을 누구에게 말하기도 부끄러웠다. 일이 있어서 밖에 나왔는데 갑자기 시간이 생겼다고 둘러댔다. 작은 거지만 대화에 거리낌이 생겼고 상대가 편안한 사람이라 그런이실직고했다.


"나, 일요일인 줄 모르고 학교에 왔어. "


친구에게 가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이렇게 된 이상 혼자 여행하기로 했다. 먼저 가족들에게 문자를 넣고 빈둥거리다 간다고 하였다. 친구와 남편이 응원해주었다. 나에게 자 맘껏 놀다 오라고 하였다. 갑자기 생긴 하루, 시간으로 따지면 10시간 정도였다.


먼저 이곳에 온 이상 주말의 텃밭에 가서 채소들에게 안부인사를 하였다. 가지와 오이가 싱그럽게 나를 맞아주며 자신을 가라는 듯 대롱 달려있었다. 한 개씩 따서 차에 넣었다.  여행 기념품으로 집에 가서 해 먹으 하루를 보낸 시간을 곱씹는데 필요한 것이었다. 화단에 가 았다.  여러 화초 속에 우리 반 아이들과 심어놓은 채송화와 봉숭아 꽃이 주렁주렁 환하게 피어 있다.


8시 30분밖에 안되었는데 여름이라 햇살이 따가웠다. 텃밭에 다녀온 동안 시원했던 차 안이 금세 더운 공기로 찼다. 평상시엔 퇴근 후에 바로 집에 갔다. 오늘은 직장 주변을 싸돌아 다니며 힐링하리라 생각했다. 작은 설렘 가슴에서 움트고 있음을 다. 직장보다 더 멀리까지 나아가 여행하자 했다. 갈 곳을 정하고 나갑자기 배가 고팠다. 아침을 파는 곳을 찾아 핸들을 돌렸다.  지금부터 여행시작이었다.


도로 북쪽으로 한참 달렸다. '아침밥 합니다.' 란 푯말이 반가웠다. 그곳엔 인상좋은 주인이 있었는데 혼자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토속음식을 먹고 싶어서 청국장을 주문했다. 사실 난 얼마 전부터 청국장을 먹고 싶었다. "청국장 할까?" 했더니 식구들이 만류했다. 집에서 요리하 냄새가 나서 옷과 물건에 배인다고 했다. 이런 연유로 못해먹은 청국장을 오늘 여기서 꼭 먹으리라 마음먹었다.


가게 주인이 자신과 같이 밥 먹자고 하여서 한 상에서 같이 먹었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청국장, 나물, 조림과 공깃밥이 나왔다. 텔레비전을 보며 가게 주인과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했다. 잠시 동안  가까운 친척집에 와서 식사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텔레비전을 보며 믹스커피 한잔을 마다.  사이클 복장(이하 사이클)을 한 사람이 땀을 흘리며 벌건 얼굴로 식당에 들어왔다. 사이클은 가게에서 좀전에 먹은 나의 청국장 냄새가 그의 후각세포를 건드렸는지, 냄새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고향의 향수에 빠져들었 여러 음식 메뉴 중에서 나처럼 청국장을 주문했다. 도 식사를 한 후 텔레비전을 보 얘기하고 있는 우리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되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천정부지 올라가는 집값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경제적 기반 채 마련지 못한 젊은 20-30세대의 부동산 올인하는 세태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  다루었다. 사이클, 식당 주인 나는 자신이 보고 경험한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그리고 다들 미쳤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회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왜 사람들이 이렇게 하는지 얘기했다. 일거리가 없어서 힘들어진 자영업자들. 빚내서 아파트 투자를 해야만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런저런 말을 들으면 나같이 귀가 얇은 사람 마음은 산란스럽다. 소심한 성격과 바쁜 일상관계로 결국은 잠깐 먹은 마음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지만 말이다. 식당 주인분은 소박하게 제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것 밖에 없다, 그래야 마음이 편안하다고 하였다.


아침을 먹기 위해 들어간 식당에서 겼던 청국장을 먹, 처음 만난 사람들과 노닥거리다 보니 11시 가까이 되었다. 그 사이 가족 단체손님이 왔다. 친정부모님과 딸 내외가 온 듯하였다. 그 모습을 보니 부모님이 갑자기 보고 었다. 전화버튼을 눌렀다. 혼자 여행을 하니 효녀가 되었나 보다. " 우리 딸 뭐하남? 건강해라"  이 나이에도 부모 앞에선 어린아이일 뿐이다.  부모님 안부 물으려 전화를 걸었는데 위안을 받는건 나다.  힌마디에 마음이 따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리 굴비 정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