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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마 Apr 13. 2020

진달래 화전

딸과 함께 진달래 화전을 만들다

“며칠이 지나면 진달래가 다 지고 없대. 너랑 꼭 하고 싶어.” 

    

 혼자 만든 화전을 사진으로 찍어서 딸에게 보여주고 정말 맛있다며  같이 만들자고 하였다. 거의 농담을 가장한 애원다. 그만큼 딸에게 진달래 화전 만들기 체험을 해주고 싶었다. 이틀 후에 진달래꽃을 따러 가기로 했다.     


딸은 도시에서만 자라서 그런지 벌레를 딱 질색하고 산과 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먹는 것도 마음껏 먹지 않고 조금씩 골고루 먹는 취향이다. 어쩌다 산책을 갈랴 치면 며칠 전부터 약속을 받아놓아야 한다. 원격강의를 받으며 이 시국에도 매일 바쁘고 시간이 없다.     


진달래 화전을 만들기로 한 날. 날씨도 화창하다. 퇴근 후 남편 차를 타고 딸과 함께 진달래 꽃을 따러 전에 갔던 곳으로 갔다. 그런데 갑자기 변수가 생겼다. 아이폰을 떨어뜨려 액정이 깨져서 수리비가 많이 들어간 것을 남편이 차속에서 이야기하다가 딸의 마음이 상하게 된 것이다.    

 

“여기 좀 봐! 진달래가 정말 예쁘다. 자기 봐달라고 이렇게 피어 있잖아. 우리 진달래꽃, 나무들을 보고 힐링하자. 마음 풀어~~ 딸래마~.”    


진달래꽃을 따지 않겠다는 딸의 마음을 돌리려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결국 딸의 마음이 조금씩 풀어져서 꽃을 조금 따서 집으로 왔다.


"엄마 조금만 잘게요."


꽃술을 따고 화전만들기를 할 준비를 바로 들어가고 싶었다.  딸은 오랜만에 야외에 나가서인지 피곤하다고 하며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1시간 후 딸이 일어났다. 화전의 맛을 기대하지 않고 있었고 만들기에도 시큰둥한 채, 딸은 화전 만들기를 시작했다. 진달래꽃의 꽃술을 따고 끓여놓은 뜨거운 물로 딸이 익반죽을 하였다.     


“물의 양을 잘 맞추고 적당하게 반죽을 잘하는구나. 내가 한 것보다 훨씬 낫네.”     


새알도 쉽게 만들고 역시 나보다 요리에 소질이 있었다. 달궈진 프라이팬에 새알을 올리고 눌러준 후 뒤집어 주었다. 반죽이 부풀어 오른 후에 꽃잎을 얹어주었다. 꿀 바르지 않고 찍어먹기로 하여 꿀 그릇을 주었다. 이것도 딸이 결정한 것이다. 같이 이야기를 하고 예쁜 꽃을 보며 만들어서인지 딸의 기분도 좋아졌다. 시간도 후닥닥 금방이다.     


“아~~ 바로 이 맛이구나!”     


다 만든 화전을 먹어본 딸아이가 말하였다. 세 판을 만들어 식구들이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마침 다음날인 토요일은 타지로 이사를 간 딸 친구와 또 다른 친구가 와서 우리 집에서 잠을 자는 날이었다. 딸은 아침으로 화전을 부탁했다. 진달래가 없어도 그냥 해 달라고 했다. 남편이 가까운 곳에서  노란 배추꽃을 따왔다. 딸과 나는 남은 찹쌀가루를 모두 반죽하여 화전을 부쳤다.  화전과 전복죽, 샐러드와 우유, 커피, 요구르트로 아침을 먹었다.     


“음~~ 맛있다!”    


“어떻게 만든 거예요?”    


딸 친구들은 이 말을 연신 외치며 먹었다. 세 딸들에게 화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고등학생 때 얘기며 대학생활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어머니, 화전이 정말 맛있어요. 죽도 맛있고요. 나중에도 생각날 거예요. 내년엔 같이 진달래꽃을 따서 함께 만들어요.”    


딸 친구들이 오후에 점심을 먹고 우리 집을 떠나며 말했다. 화전 마니아가 된 딸,  친구들과 함께 꽃을 따고 화전을 부치며 봄을 맞이할 내년이 벌써 기다려진다.    

 

봄이 오는 길목, 마음이 한없이 작아지고 우울감이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코로나 19가 그만큼 강력한 탓이었을까. 그런데 진달래 화전이 코로나로 인해 움츠러 내 마음을 순식간에 살려주었다. 딸과 사이도 더 좋게 하였다. 진달래 화전과 코로나 19, 진달래가 압승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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