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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마 Apr 12. 2020

매화와 목련은 못 봤지만 진달래는 들여놓고 싶었다

진달래 화전 만들기에 도전하다

4월 초 코로나 19로 인해 학교는 계속된 휴업상태다. 하지만 교사들은 재택근무와 학교 근무를 병행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 준비를 하고 학년 초 자신의 새 업무를 파악하고 처리하느라 바쁘다. 상황이 바뀌어 교육청에서 행동지침이 내려올 때마다 대비를 하느라 긴장상태다.    


교실에 있어야 할 아이들이 없으니 학교는 ‘앙코 빠진 찐빵’이라고 할까. 새 학년이 시작되었지만 수업을 못하니 아이들이 더욱 보고 싶다. 빈 교실에서 언제 올 지 모를 아이들을 생각하며 입학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로 환경정리를 하였다. 아이들에게 읽어 줄 그림책도 뽑아놓았다.


조용한 학교가 어색하기만 하다. 학교 주변에 사는 아이들도 학교에 친구가 없어서인지 운동장에 놀러 오지 않는다. 교실도 운동장도 고즈넉하다.     


자가 격리자는 아니지만 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나들이 갈 수도 없었다. 취미생활도 모임도 없다. 집에서 한가하게 독서를 할 수도 없고 글도 쓸 수 없었다.  맡은 업무를 정신없이 하다가 남는 시간은 모조리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러다 보니 어제 저녁에 본 뉴스가 다음 날 또 나온다. 하지만 새로운 소식인 양 눈과 귀는 텔레비전에 고정된다.     


늘 듣는 소리는 코로나 19 예방수칙, 우리나라 확진자 상황, 확진자의 이동경로, 외국의 상황, 경제상황, 개발되지 않은 백신 등 우울한 소리를 귀에 박히게 듣고 보다 보니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었다.


 빨리 끝나야 할 텐데. 힘겨워하는 사람이 없어야 할 텐데 하는 마음뿐이다. 좋아하는 멜로 영화 한 편도 볼 수가 없다. 멍하니 TV에 시선을 고정할 뿐이다. 우울감 속 조급증이 생겼다. 마음은 바쁜 데 일은 되지 않아 밤늦게까지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25년간 다도를 하시는 이숙자 선생님의 오마이 뉴스에 실린 진달래 화전에 관한 글을 단톡 방에서 보았다. 선생님은 자신의 글을 올리면서 주책없다고 하셨다. 그 모습이 진달래의 분홍빛처럼 발그레하게 느껴졌다.


제목이 ‘반죽 위에 진달래 하나, 집에서 느끼는 봄의 절정’이다. 진달래 하나로 봄의 절정을 집에서 느낄 수 있다니 제목이 멋졌고 갑자기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화전을 만들며 선생님은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우울한 시국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을 소소한 행복 속에 있게 한 것이다. 벌써 매화, 목련이 지고, 개나리, 진달래가 한창이란다. 주말에 매화를 보러 가자고 남편이 말을 했을 때 난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올 봄꽃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매화와 목련은 못 봤지만 진달래는 우리 집에 들여놓고 싶었다. 꽃을 따고 전을 부치며, 선생님의 계절을 보내는 방식을 따라 하고 싶었다.


추석, 곤로에 프라이팬을 놓고 국화 화전을 해주셨던 친정어머니가 생각나서였다. 코로나에 지친 내 마음을 분홍빛으로 조금 물들여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으리라.    


벌써 진달래가 피었다는 것을 글을 통해 알았고 며칠 지나면 꽃이 지고 그때 화전 하기는 늦으며, 무엇이든지 때가 있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나도 모르게 꽤 많이 웅크리고 있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퇴근하자마자 인근 야산으로 갔다. 지인이 빌려준 남편의 텃밭 주변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산으로 들어가는 길 주변에 분홍분홍 진달래가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길에서 조금 들어간 수풀이 우거진 쪽에 꽃이 피어있었다. 뱀이 있을까 무섭기도 해서 멈칫하고 있는데 남편이 들어가서 한 줌 꽃을 따왔다.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준비한 꽃도 있어야지’ 싶어서 용기를 내어 혼자 산 쪽으로 올라갔다. 10미터 내 앞에서 꿩 한 마리가 갑자기 푸드덕 날아올라 순간 깜짝 놀랐다.


해질 무렵 진달래가 햇빛을 받고 있었다. 진달래에 가까이 갔다. 벌레들이 꿀을 열심히 먹고 있었다. 시들지 않고 모양이 예쁜 것으로 꽃을 땄다.


<꿩이 이 곳에서 갑자기 날아올랐다>



집으로 가는 차속에서 봉투 속의 진달래꽃을 보았다. 이렇게 가까이 본 것은 처음이었다. 꽃술이 생각보다 많이 붙어 있무지막지하게 보였다. 꽃술을 같이 부치면 화전 모양이 지저분해지고 건강에도 이상이 있을 것 같아 꽃술을 따야 할 것 같았다.     


 “꽃술이 많이 붙어있네요. 이것도 그대로 먹나요?” 꽃술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이숙자 선생님에게 문자를 넣었다.     


“꽃술은 떼어 내야 해요. 화전 글 참고하시면~~” 아! 아까 분명 글을 읽었는데, 꽃술에 관한 부분은 생각나지 않았다. 다시 글을 보니 ‘꽃술을 떼어내고’라는 글이 씌어 있었다.   

  

“뒤집고 꽃을 올리나요. 아니면 뒤집기 전에 꽃을 올리나요.”     


꽃술 문제가 해결되니 언제 반죽에 꽃을 올리는지 궁금했다. 이번엔 실수할까 봐 글을 자세히 읽어보았다. 분명히 ‘부풀어 오르며 익으면 꽃잎을 올린다.’라고만 되어 있었다. 문자를 넣었다. 순간, 반죽 한 면이 익은 후 위에 꽃잎을 올리고 뒤집으면 꽃잎 색이 바래지고 상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뒤집어서 다 익은 후 꽃을 올려야겠네요.” 나도 모르게 이 멘트를 날렸다. 뿌듯했다. 선생님을 최소한 한 번은 귀찮게 안 해도 되니까 말이다.    


“다 익은 듯하면 뒤집고 꽃을 올린 뒤 조금 기다리면 반죽이 부풀어 올라와요. 그때 꺼내서 꿀을 수저로 조금만 발라요.^^”

“네! 셰프님!”     


명쾌한 답변에 저절로 셰프님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나의 엉터리 같은 질문이 끝난 듯했는데 또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선생님이 쓴 ‘꿀을 수저로 조금만 발라요’라는 문장에서다.  또 바보 같은 질문을 하고 말았다. 부끄럽지만 화전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 궁금증을 해소해야 했다.  

   

“아! 근데 꿀은 그냥 수저로 바르죵? 솔이 없응게요. 많이 안 하니까요. ㅋㅋ 별게 다 궁금하네요.” 계속된 질문에 짜증 나실 선생님을 위하여 최대한 귀엽게 멘트를 날렸다.


화전에 꿀을 수저로 바를 수도, 손으로 바르기도, 김에 기름을 바를 때처럼 솔로 바를 수도 있는데... 참 선생님이 보면 어이없는 1학년 같은 초보임이 확실한 질문들이다. 그래서 나의 부끄러움을 감추려 “어릴 때 먹어만 봤지. 혼자 제대로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ㅋ” 하고 말을 마쳤다.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하다 보면 요령이 생겨요. 너무 크거나 작아도 안 예쁘고 두께도 알맞아야 해요. 화전을 완성 후 그 위에 발라요.^^” 이숙자 선생님은 인내심 있게 만들기 전 마지막 코멘트를 달아주셨다.    


진달래꽃도 준비되었고 만드는 방법도 알았다. 로컬 푸드 점에 들러 찹쌀가루 한 봉지와 막걸리 한 개도 샀다. 이제 만드는 일만 남았다.    


진달래를 쟁반에 부어놓고 뉴스를 보며 꽃술을 땄다. 내 무릎 위에는 진달래 꽃이 담긴 쟁반이 놓여있었다. 그래선지 코로나 19 팬데믹 뉴스가 전처럼 우울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한창 꽃술을 따다 보니 개수가 궁금했다. 친숙한 진달래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색깔이 분홍이라는 것, 봄에 핀다는 것, 뿐이었다.     


진달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꽃술을 세어보았다. 암술이 1개, 수술이 10개 있었다. 꽃잎은 5장이었다. 무지막지하게 보였던 꽃술이 타조의 긴 속눈썹처럼 예쁘게 다가왔다.     



냄비에 물을 끓여 찹쌀가루에 부었다. 손에 달라붙었다. 찹쌀가루를 더 넣었다. 새알을 만들어 보니 반죽이 딱딱하게 된 것 같았다. 기름이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 새알을 넣고 나무주걱으로 눌러주었다. 맛있는 냄새가 났다. 뒤집은 후 꽃을 얹었고 꿀을 숟가락으로 살짝 발랐다. 윤기가 있어 보였고 모양도 예뻤다.   

  

드디어 완성! 기분이 좋았다. 화전을 길쭉한 직사각형의 질그릇에 담았다. 사진을 찍어 단톡 방에 올렸다.


“흐~흑 선생님, 정말 눈물 나네요. 이 이쁜 떡 저 주시려고 금방 하신 건가요? ㅎㅎ”


“ 그러믄요. 하나 드세요.”


“네. 고마워요.”


사진으로 하나 드셔 보라며 나는 선심을 쓰고, 또 잘 먹겠다며 김 선생님은 쿵 작을 맞춰주었고 자연스레 서로 너스레도 떨었다. 아이들 소꿉놀이하 것 같았다. 역시 재밌고 센스 있으신 김 선생님이다.



“샘, 첫 솜씨에 엄청 잘했네요.^^ 예뻐요. 다만 크기가 좀 크고 두께가 조금 얇은 점만 빼고는요. 이제 화전 장인 됐습니다. 반죽이 너무 되면 갈라지고 덜 예쁘니 유의하시면 더 좋아요. 잔소리가 많네요.”    

 

화전 사부님은 칭찬과 함께 부족한 점 등 세밀하게 심사평을 해주어 부족하고 소심한 제자의 발전을 도와주셨다. 화전 장인에게 코멘트를 받으니 내 인생의 영광이다.    


남편은 시원해진 막걸리를 냉장고에서 얼른 꺼내 놓았다. 화전을 맛보았다. 찹쌀가루와 기름이 만나 특유의 고소함과 감칠맛이 났다. 그러면서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었다. 꿀이 발라져서 화전의 맛이 더해졌다. 하얀 찹쌀 전에 발그레한 진달래가 놓여있어 눈을 밝게 했고 기분이 좋아졌다.     


남은 꽃에 집에 있는 이 홉들이 소주를 들이부어 진달래주를 담았다. 2-3달 후면 먹을 수 있다. 이제 담았는데 벌써 그 날이 기다려진다.   

                     



  진달래 화전 만드는 방법


1. 공기 좋은 곳에서 진달래 꽃을 딴다.

2. 꽃잎에서 꽃술을 따고 다듬어 놓는다.

3. 뜨거운 물로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새알을 만든다.

4. 기름을 넣고 달궈진 팬에 새알을 올리고 눌러준다.

5. 반죽이 부풀어 오르며 익으면 뒤집는다.

6. 뒤집은 반죽 위에 꽃잎을 올린다.

7. 기호에 맞게 적당량의 꿀을 바른다.


<진달래 주 .두달 후면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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