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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마 Jun 04. 2020

밀크와 위크를 만나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가정방문을 한 이야기

매주 온라인 수업이 끝나는 금요일이면 아이들과 부모님이 마스크를 끼고 교실에 다. 현관 입구에서 발열체크를 한 뒤다. 오늘은 두 번째 모임이다. 1학년이라서 학교와 교실에 대 낯섦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가정학습에서 소화가 안 된 부분을 가르치려는 시간이기도 다.     


ebs 방송 시청하기 전, 전화나 카톡으로 방송을 볼 준비가 되었다는 메시지가 다. 공부를 하며 모르는 것은 질문을 하고 교과서와 배움 꾸러미의 활동물을 매일 사진을 찍어서 학습결과를 올렸다. 모두 열심히 하였다.    


신애와 할머니는 버스를 타고 빠지지 않고 다. 신애는 처음에 낯을 많이 가려서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젠 여러 번 봐서인지 얼굴 표정이 조금 편안해진 것 같다. 웃음을 잘 지었다.   


할머니와 신애의 생활을 이야기하다 농사일에 관한 것, 가족사도 듣게 되었다. 여러 번 만남을 갖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학생의 학습과 생활 이면의 다른 이야기 나눌 때가 있다. 아이와 가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오후에는 만남에 오지 못한 정민이네 집에 갔다. 처음에 학습 꾸러미를 전하 찾아갔을 때는 낯선 길이라 그런지 구불구불하면서 멀게 느껴졌다. 오늘은 금방 도착했다.    


첫 만남과 마찬가지로 정민이가 현관 앞에 나와 있었다. 아버지는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고 엄마는 회사에 다닌다고 하였다. 지난번에 뵀던 아버지는 인자하신 모습셨다.    

 

허리 디스크로 방에 누워 계셨던 할머니가 밖에서 두런두런 거리는 우리의 말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왔다. 허리와 무릎이 아픈데도 오전에 농사일을 잠깐 쉬는 중이었다고 하였다. 학습방법을 알려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머니는 아이가 심심해한다고 하였다.     


코로나 19로 인해 통학버스가 다니지 않았다. 가정형편상 정민이가 학교에 나 상황도 아니다. 아이 얼굴을 보니 심심해 죽겠다는 표정이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편찮으신 할머니를 방으로 애써 들여보내고 아이와 이야기를 하였다.    


“정민아, 그렇게 심심해? 집에 있는 동물, 식물과 친구해 봐.” 내가 해줄 말은 이거밖에 없었다. 정민이는 외동이다. 동네에는 친구가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여학생이라 말을 안 섞고 한 명은 코로나 19 상황이라 홀로 계신 할머니 집에 식구들이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선생님, 저 토끼 키워요.”

“그래? 어디 한번 토끼를 볼 수 있을까?”


토끼를 보러 가는 중에 닭장의 닭이 울음소리를 유별나게 크게 내며 퍼덕였다. 윤기 나고 화려한 깃털을 가진 수탉이었다.

“가까이 가면 꼬꼬가 발차기해요.”

“괜찮아. 꼬꼬가 반가워서 그러는 거야.ㅎㅎ”

“그래도 조심하세요. 선생님.”    

1학년 정민이가 차분하게 나를 챙다.


닭장 바로 옆에 나무로 만든 토끼장이 있었다. 문짝과 빗장까지 앙증맞게 있는 재래식 토끼이었다. 안에는 새하얀 털의 토끼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입을 움거리며 우리 쪽을 바라보았다.

“와~~ 귀엽다. 우리 정민이처럼. 토끼 몇 마리야?”

“두 마리예요.” 귀엽다는 말에 정민이가 약간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이름 지어 줬니?”

“지어주었어요. 눈이 검은색인 애 있죠? 얘는 밀크고 얘는 위크예요.”

“아! 우유처럼 하얘서 밀크구나.”

“우유를 잘 먹어요.”

“그런데 왜 위크라고 지었니?”

“아! 그냥요.”

“크자 돌림 가족이구나. ㅎㅎㅎ”

“정민이 친구가 많구먼. 꼬꼬도 있고 밀크, 위크까지. 심심하지 않겠네.”

“꼬꼬는 이름 아니에요. 아직 안 지어주었어요.”

“그래? 그럼 닭이 이름이 없는 말이구나. 이름도 지어줘. 꼬꼬가 서운하겠다. 자기만 이름 없다고. ”


심심하다는 아이의 마음을 애써 부정하려는 듯 동물 친구가 많으니 심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코가 시큰해져 옴을 느꼈다.     


‘그래. 이럴 때 심심함도 느껴봐야 해. 친구와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야.’ 평상시 같으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아이의 마음이 이해되었던 것 같다.   

  

“정민아, 사랑해. 선생님이 너 사랑하는 것 알지?”  정민이와 대화를 마치고 토끼와 닭을 구경하고 집을 나서려던 참이었다. 나의 애정을 확인시켜주고 싶었다. 심심할 때 가족 외에 학교 선생님의 사랑 생각하며 마음의 허전함을 조금이라도 덜게 된다면 다행이라고 생각다.    

“네.” 정민이는 살포시 웃으며 대답도 우직하게 다.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정민이 엄마 전화였다. 지난주 아빠와 통화하고 엄마처음이다. 베트남에서 오셨다고 하며 목소리가 밝고 호의적이었다. 회사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애쓰시죠? 어머니.”하고 인사를 했더니 “아니에요.” 하며 소리 내서 웃었다.

어머니에게 정민아버지는 언제 퇴원하시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퇴근시간을 묻는 줄 알고 6시에 퇴근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내일부터 화요일까지 자신이 회사를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쉰다고 하였다. 아이와 오랫동안 같이 있을 수 있다고 좋아하였다. 가족이 정민이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아이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민이에게

정민아, 등교 개학하면 심심한 것이 그리워질 때가 올 거야. 학교에 다니면 엄청 바쁘거든. 수업 끝나고 여러 가지 방과활동을 하고 나면 4시 30분이야. 집에 가면 5시가 넘지. 그러니 심심하다고 힘들어하지 말고 즐겨보는 것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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