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떠난 칠레 워킹홀리데이 18. 산티아고
‘그래도 칠레까지 왔는데, 남들이 보는 건 봐야지?’ 하는 분들을 위해 산티아고의 대표적인 명소들을 정리해봤다. 솔직히 말해 난 도시 투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남미 여행을 하면서 더더욱 남미 국가들의 큰 도시들(특히 수도)은 비슷비슷하여 개성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스페인 침략시대 당시 세워진 공통적인 요소들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긴 하다) 그런 의미에서 산티아고는 관광에 최적화된 도시는 아니다. 하지만 칠레 인구의 반이상이 밀집해 있고 인근 다양한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로 한데 뒤섞여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와 사람 구경하기에는 정말 좋다(그만큼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곳의 강도나 소매치기 위험도 높아짐도 잊지 말 것)
칠레에 오기 전 가장 기대하고 고대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칠레 와인이었다. 칠레에 온 이후로 낮은 임금과 높은 집세, 학원비 때문에 머리가 아팠지만 이내 마트로 가 오늘 마실 와인과 맥주의 가격에 위안받기도 했다.(과일, 특히 한국에서 비싸 못 사 먹었던 블루베리나 아보카도의 가격은, 절반 이하이다.)
그리하여 볕 좋은 날 산티아고 근교 첫 여행으로 ‘콘차 이또로’ 와인투어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일명 악마가 지키는 와인으로 알려진 "Casillero del Diablo"의 생산지라는
거에 더 마음에 들었다.
시내에서 지하철과 버스로도 갈 수 있고, 성수기나 사람이 많은 주말을 제외하고 따로 예약하지 않아도 영어나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로(한국어는 없었다) 가이드를 택할 수도 있다.
내가 머물고 있었던 숙소(cerro blanco역)에서 지하철로 한 시간 여, 그리고 버스(갈 땐 택시, 올 땐 버스를 탔는데 버스가 더 빨랐다..) 타고 약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다.
*결론 : 자차가 가장 편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근교이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 가능
**방법 : Las Mercedes역에서 내린 뒤, 출구 Av. concha y toro poniente방향 나와서 바로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 73, 80, 81번 버스 탑승(버스비 650페소, 버스가 안 와 택시 탐)
택시의 경우 10분 정도 소요, 미터기 안 달고 5000페소(동승자가 있는 게 유리)
가장 기대했던 와인 시음. 화이트 와인 한 잔, 레드와인 두 잔 총 세 잔과 함께 와인 글라스를 기념품으로 준다. 저렴한 가격 대비 최고의 품질이라 자부하는 칠레 와인은 지중해성 기후와 겨울에도 비가 오는 날씨 속에서 포도가 자라고, 여름엔 뜨거운 볕에 열매가 익는 완벽한 환경을 갖췄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햇볕이 따스했다.
칠레 산티아고 도심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아르마스 광장과 역사박물관이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해가 아직 저물지 않아 집에 가기 아쉬운 마음에 들러도 좋고, 볕 좋은 주말 오후에 사람 구경하러 가도 딱이다.
신기하게도 남미에는 큰 광장 이름이 웬만하면 아르마스다. 예전부터 대도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중심부에 큰 공간을 만들어 놓고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들로 토론하고, 정보를 나누고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할 역할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의 아르마스 광장 모습도 활기차고 여유가 넘친다.
산티아고 도심 메트로는 생각보다 잘 되어 있다. 요금은 660페소, 거리에 상관없이 무조건 한 번만 내면 된다.(단, 러시아워 시간에는 740페소이다. *07:00 ~ 08:59 / 18:00 ~ 19:59)(반대로 LOW FARE 시간에는 610페소 *06:00 ~ 06:29 / 20:45 ~ 23:00) 아르마스 광장에 가려면 Plaza de Armas역에 내리면 바로지만, 걷고 싶은 마음에 La Moneda역에 내려 대통령궁을 구경했다.
그렇게 모네다 궁을 구경하고 10분 내외 거리의 아르마스 광장으로 향했다. 골목골목이 많아 길 이름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여기서 구글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로드하여 놓고 위치 정보를 켜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초입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단박에 광장에 다 왔음을 느꼈다.
이야기꾼, 차력쇼, 인형극, 노래, 춤 등 다양한 재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곳에는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나 체스를 마음껏 둘 수 있는 공간, 야외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간이 야외 홀 등 다양한 공간들이 있다. 처음 이 곳에 왔을 땐 괜히 소매치기를 만날까 봐 가방을 앞에 꼭 쥐고 잔뜩 긴장한 채 걸어 다녔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동네 어슬렁 거리 듯 다닌다.
광장을 몇 번을 돌았는데도 다른 풍경이다. 벤치에 앉아 책을 읽다 졸리면 운동 삼아 또 한 바퀴 돌고, 다시 자리 잡고 앉아 있다 한 바퀴 또 돌고.. 그래도 좋다.
마지막으로 박물관을 좋아하는 나에게 놀이터 같은 곳이었던 인권박물관(Museo de Memoria y los derechoshumanos), 그리고 그 맞은편에 위치한 산티아고 국립 자연사 박물관(Museo Nacional de historia Natural). 오늘은 국립 자연사 박물관을 소개할까 한다.
*위치 : 메트로 5호선(녹색) Quinta Normal역에 내리면 5분 거리 안에 있어 방문하기에 더없이 좋다.
*오픈 시간 : (매주 월요일 쉼) 평일 10:00 - 17:30 / 주말 11:00 - 17:30
*와이파이 사용 가능, 무료로 오디오 어플 사용 가능(영어, 스페인어)
역에서 출구는 2곳인데 어느 곳으로 나오던 상관없다. 바로 옆에 Parque Quinta Normal 이름의 공원이 있는데, 자연사 박물관이 이 공원 안에 위치해 가는 길에 낙엽진 산티아고의 공원을 느지막이 즐길 수 있다.
자연사 박물관은 프랑스인 과학자 클라우디오 게이가 8년간 수집한 자료를 기초로 문을 열었다. 10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바위도 전시되어 있으며 지구의 탄생부터 시작해 다양한 기후와 지형을 가지게 된 칠레의 자연사 과정, 그리고 다양한 종의 동식물들을 자세하고 친절히 알 수 있었다. 혹 산티아고를 방문해 시간이 많이 남는다면, 공원 산책 겸 자연사 박물관을 들려보는 것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