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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레워홀러 Oct 14. 2020

칠레 산티아고에서 영화보기

서른 살에 떠난 칠레 워킹홀리데이 25. 영화 관람



한 달 반 정도 브런치 글 연재를 쉬었다.

대신 스페인어로 하는 유튜브 운영에 좀 더 힘을 쏟고 있다. 산티아고에 있을 당시에도 했던 콘텐츠였는데, KPOP 가사를 스페인어로 번역해 알려주고 이런저런 한국 문화를 곁들어 소개해주는 식이었다. 남미와 한국 간에 문화 교두보가 되자는 방대한 포부를 안고 3월부터 꾸준히 하고 있는데, 8월 달에 드디어 구독자 1,000명이 넘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7P6heViF3RVxzrkuoZrR_w?view_as=subscriber


매주 주말마다 유튜브 홍보용 페이스북을 통해 남미 친구들이랑 소통도 하기 시작했는데,  눈에 띄게 뷰수와 참여자 수가 늘어 나름 행복한 주말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남미와의 연을 끊지 않고 있다는 건, 언젠가는 되돌아가고 싶다는 나의 굳은 희망이지 않을까. 남미에서의 기억들은 하나 같이 시리고 그립다.

오랜만에 들어온 브런치에 칠레 워홀을 꿈꾸는 누군가의 흔적에 다시 한번 힘을 내어 글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내 흔적이 누군가의 한뭉큼의 용기가 되어줄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산티아고 영화관

하늘이 우중충하던 산티아고의 어느 날,  밤새 비도 왔고 지진도 오고.. 매일 화창한 해만 맞이하던 때와 다르게 한층 더 어두워지는 듯하게 보였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니, 주위에서 환절기 감기 조심하라며 고맙게도 걱정해주는 친구들의 마음이 고마운 나날도 있었다.
오랜만에 쨍쨍한 해를 맞으며 학원 가는 길에 발걸음을 돌려 Tobalaba역 근처 코스타네라로 향했다. 이런 좋은 날씨에 수업은 너무 가혹하다며. 근처 사는 현지인 친구를 꼬셔 영화를 보려 했지만 사정이 생겨 혼자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도, 마냥 좋았다. 일상에서 벗어남이 이리도 행복하다니.

또발라바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코스타네라 건물은 산티아고 중심부에 위치한 가장 높은 상업 건물이다. 다양한 메이커의 옷과 마트, 화장품, 서점, 레고 샵, 전자기기, 사무용품뿐만 아니라 6층에 영화관과 5층 푸드코트에 다 모여있어 편리하다.






산티아고에서 영화관은 2번째였는데, 아르마스 광장 근처 작은 영화관에서(겉으로 보기엔 영화관처럼 안 보일 정도로) 스페인어 자막과 함께 라라 랜드를 4000페소에 봤다. 평일 특히 수요일은 이 삼천 페소에 볼 수 있는데 주말은 요금이 더 비싸진다.


화요일 오후라 싸게 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시간표를 보니.. 마땅한 게 없다. 마침 저녁에 친구들과 저녁 약속도 있고 해서 그나마 볼 수 있었던 영화가 "분노의 질주" 그것도 더빙에 프리미엄.. 그냥 다음에 볼까 하다 한국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럭셔리한 영화관을 보고 싶은 마음에 눈 질끈 감고 표를 끊었더니.. 7600페소.. 괜찮다 외식 2번만 안 하면 되지 뭐



한국이랑 비슷했던 매표소. 단지 시간표가 효율적이지 않아 보기 힘들었다. 더빙/자막, 시간, 스크린 종류 등 10분은 들여다본 듯




뭔가 입구부터 달랐다. 사람들이 북적한 곳과 떨어진 곳에 공항 vip 라운지 같은 곳을 들어가니 음식과 마실거리를 파는 곳도 있다. 샌드위치, 맥주 등등 "나 돈 내야 되는 거지?" "당연하지." "아, 배가 부르니 다음에 먹어야지." 푹신한 의자에 누워 정확히 영화 시간에 맞춰 입장했다.



공짜 팝콘과 음료를 기대했지만 어림도 없었고, 대신 침대 같은 의자에 누워 온갖 편안 자세를 취하며 영화를 기다렸다. 근데 영화가 시작하는데도 인기척이 없다. 오, 7600페소에 영화관 하나를 통으로 빌린 듯한 허세적인 느낌으로 서서 보다 누워 보다 앉아 보다 별 짓을 다 했다.





2시간 내내 스페인어 더빙으로 영화를 보니 지루해지기도 했는데, 다행히 액션 영화라 빈 디젤과 드웨인 존슨의 근육을 감상하며 재밌게 관람했다. 사람 사는 곳이야 어디든 똑같다지만, 지구 반대편에서의 혼영이야! 라며 스스로를 격려하며 하루를 마무리하지 않았었나. 스페인어의 압박만 좀 덜 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일에 대한 걱정) 칠레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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