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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메론 프라이 Apr 09. 2023

도데체, K-Pop 이란 무엇인가?(1)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저질러보는> 글 : 두번째 프로젝트



얼마 전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전해준 동영상 중에서 눈에 들어온 뉴스가 있었다.


RM이 스페인 매체 엘 파이스(El Pais) 와 진행한 인터뷰 기사였다. 그 중 화제가 된 내용은 스페인 기자가 그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RM의 답변이었다.


기자는 RM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케이팝 앞에 붙는 <K>라는 수식어가 지겹지 않냐?”


“K팝 아이돌 시스템이 아티스트를 비인간적으로 만들지 않나?”



이런류의 질문들은 질문자의 말에 담긴 뉘앙스로 인해 편견이 느껴질 때가 있다. 아마 RM도 인터뷰 도중 그런 뉘앙스를 느꼈던 것 같다.


RM이 스페인 매체 엘 파이스(El Pais) 와 진행한 인터뷰에 대한 뉴스 클립


인상적이었던건 이런 예민한 질문을 대하는 RM의 태도다. 그는 매우 이성적이고 현명하게 질문에 답을 한다.


그의 답변은 서구 제국주의적 담론이 만든 그들의 우월감이 자신들 안에 얼마나 편향된 시각을 내재화시켰는지를 담담하게 알려준다. 날카롭지만 통찰력이 담겨있고 절제된 답변이었다.


얼마전 방시혁PD가 CNN 기자와 가졌던 인터뷰에서도 이런 류의 질문이 던져졌고, 방시혁 PD 또한 RM의 대답과 비슷한 뉘앙스의 대답을 기자에게 돌려줬다.




하이브 방시혁 PD와 CNN 기자의 인터뷰 영상


이런 일련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K"라는 글자로 인해 파생되는 한국 대중음악을 향한 여러 시선을 느낄수 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K-Pop"이란 단어를 둘러 싼 다양한 시각을 살펴보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 용어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도 말해보려고 한다.


감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K-Pop”이란 단어의 탄생
누가 이 단어를 발명하였나?


각종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공식 K-Pop 플레이리스트들 (출처 : 각 플랫폼 화면 캡쳐)



“K-Pop”이란 단어는 언제부터 등장한 것일까?


이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검색을 하다 보니 궁금증을 풀어줄 빌보드 매거진의 칼럼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글은 2019년 10월11일 칼럼리스트 타마 허만(Tamar Herman)이 [Looking Back at How ‘K-Pop’ Came to Billboard 20 Years Ago]이라는 제목으로 빌보드에 기고한 칼럼이다.


이 칼럼에 따르면, 일단 이 단어를 발명한? 사람은 한국인이지만 공식적으로 이 명칭을 사용한 매체는 한국 미디어가 아니다. 이 단어를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한 매체는 바로 빌보드다.


1999년 10월9일에 발행된 빌보드 매거진에 한국과 관련된 기사가 하나 실린다. 기사의 제목은 [S. Korea To Allow Some Japanese Live Acts] 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 뮤지션들의 한국 내 공연을 허가했다”는 내용의 기사다. 이 기사에서 “K-Pop”이란 단어가 공식적으로 처음 미디어에 등장한다.


IMF 시절이던 그 당시, 한국 정부는 구제 금융의 댓가로 여러 분야에서 시장을 개방한다. 그 중에는 문화시장 개방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음악시장도 이에 해당한다. 이런 시장 개방의 흐름 속에 당시 음악시장과 관련해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주제는 일본 대중음악과 관련 된 것 이었다. 그때까지 일본 대중음악의 국내 유통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본 아티스트들의 국내 공연도 사실상 전무했다.


그러다가, 한국정부는 문화시장 개방의 일환으로 일본 대중음악의 정식 유통과 일본 아티스트들의 국내 공연을 허가한다. 빌보드는 한국 정부의 이런 정책 변화를 동아시아 및 아시아 음악 시장과 관련된 주요한 뉴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한국 특파원을 통해 이런 시장 변화에 대한 한국 대중음악계의 반응을 취재해서 보도했다.




 <2019년 10월11일 타마 허만이 기고한 칼럼>




타마 허만에 따르면, 1999년 빌보드 기사에 등장하는 한국 특파원의 이름은 조현진 (Cho Hyun-jin)이다. (타마 허만이 칼럼을 쓸 당시인 2019년에는 조현진 특파원이 국민대 교수가 되어 있었다)


1999년, 조현진 특파원은 일본 대중음악의 국내시장 진출과 관련해 국내의 업계 분위기를 취재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 때 인터뷰에 등장한 인물이 당시 일타 작곡가였던 김창환 작곡가다. 참고로, 김창환 작곡가는 신승훈, 김건모, 클론 등의 메가 히트곡들을 작곡했고, 프로듀서 101의 [Pick Me]도 그의 작품이다.


김창환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일본 대중음악이 한국에 들어올 경우, 우려와는 달리 크게 히트하지 못할 것이라는 뉘앙스로 말을 했다. 이유는 한국에서 대중에게 히트하는 “가요”는 멜로디 위주의 노래인데 반해, 일본의 히트곡들은 록큰롤이 기반된 곡이어서 스타일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었다.


이 인터뷰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건 “가요”라는 단어다. 조 특파원은 김창환이 당연하게 언급한 “가요”라는 단어를 어떻게 영어로 번역할 것인가를 당연하지 않게 고민했다고 한다.


나는 솔직히 이 칼럼을 읽기 전까지는 “K-Pop”이라는 단어가 당연히 “J-Pop”이라는 단어를 참고해서 붙여진 명칭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현진 특파원은 이 단어를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 냈다고 한다. 그건 바로 한국 프로축구리그의 명칭이었던 “K-리그”다.


그는 타마 허만(Tamar Herman)의 칼럼에서 K-리그에서 힌트를 얻어 “가요”를 “K-Pop”으로 번역했다고 말한다.


이런 그의 번역은 그대로 1999년 10월9일자 빌보드 기사에 실리게 되었고, 그래서 “K-Pop”이란 단어가 공식적으로 처음 미디어에 등장하게 된다.


아이러니 한 것은 조 특파원이 “K-Pop”이라는 단어를 “J-Pop”이라는 명칭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K-리그라는 명칭은 역으로 일본의 프로축구리그를 일컫는 “J-리그”라는 이름에 영향을 받은 타이틀이라는 사실이다. (“J-리그”라는 명칭은 1993년 일본프로축구 리그가 출범하면서부터 사용된 명칭인 반면, 1983년 출범한 한국 프로축구의 리그 명칭은 “슈퍼리그”, “축구대제전”, “코리안리그”등의 명칭 변경을 거쳐 1998년에서야 지금의 “K-리그”라는 명칭으로 정착한다)


아무튼, “K-Pop”이라는 공식 용어 탄생에는 이런 비하인드가 있다.





“K-Pop”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중의적 의미
가요? 아님 아이돌노래?



그 이후 이 단어가 빌보드에 다시 등장한 것은 6개월이 지난 2000년 4월8일자 한 칼럼에서다. 이 칼럼은 당시 빌보드의 아시아지역 책임자였던 스티브 맥클루어(Steve McClure)가 기고한 글 이었다.


제목은 “Asian Acts Cross Cultural and National Boundaries”다. 여기서 그는 당시 클론과 H.O.T 같은 아티스트들의 동남아 및 중국 진출에 관한 내용을 언급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들의 음악을 지칭하는 단어로 “K-Pop”을 사용한다.


6개월을 사이에 두고 빌보드에 게재된 이 두 개의 글속에 나오는 “K-Pop”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각각 차이가 좀 있다.


1999년 기사에 등장한 “K-Pop”이란 단어는 단순히 “가요”를 번역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수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등장한 “K-Pop”은 가요 또는 대중가요라고 불리는 한국의 모든 대중음악을 의미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이 2000년의 칼럼에 등장하는 “K-Pop”이란 단어는 그 의미가 좀 다르다. 이 단어는 칼럼리스트가 의도를 갖고 적극적으로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의미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특정지어진다. 즉, 이 칼럼에서의 “K-Pop”은 클론이나 H.O.T 같은 1세대 한류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의미하는 단어다.


그 결과 “K-Pop”이라는 단어는 태생부터 이런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갖게 되는 중의적인 단어가 된다. 즉, 하나는 “한국의 대중음악 또는 대중가요”를 의미하고, 다른 의미로는 “아이돌 음악”과 같은 특정 스타일의 음악을 지칭한다.


지금까지 “K-Pop”이라는 단어의 탄생과 그 중의적인 의미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현재 한국의 대중음악시장과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인식되는 “K-Pop”이라는 단어의 확장성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다음편도 기대해 주시길...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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