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린 Feb 28. 2024

ep33. 체온

이게 잘 맞아야 천생연분

결혼을 전제하고 있다면 내 연인이 배우자감으로 적합한지 하나하나 요목조목 따져봐야 할 것들이 아주 많다.

그 모든 조건을 퉁쳐주는 마법 같은 프리패스권이 있으니 이름하야, 사랑.

허나 결코 사랑 하나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것이 결혼생활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 현실은 때론 지긋지긋하게 서로를 괴롭히기도 하는데 단지 ‘돈’ 같은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내가 말하는 '현실'은 돈 말고, 그것보다 조금 더 피부에 와닿는 진짜 리얼 현실.

예를 들면 삶의 온도 같은 것을 말한다.


같은 거실, TV 앞에 앉은 두 사람.

한 명은 담요를 몸에 둘둘 두른 채로 코를 훌쩍이는 반면,

한 명은 반팔 반바지를 입고도 이마를 쓸어 넘기며 열을 식힐 수 있다.

같은 공간 같은 온도라 할지라도 사람마다 체온에 따라 느껴지는 실질적인 체감 온도가 다른 것이다.

열이 많은 사람과 추위를 잘 타는 사람이 한 곳에서 지내려니 그 적정선을 찾아 맞추는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한 이불을 덮어야 하는 사이라면 더더욱 공감할 테다.


역시 베스트는 서로의 체온이 잘 맞는 것.

짝꿍과 나는 그런 점에서 천생연분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추울 때 그 사람도 춥고, 내가 더울 때 그 사람도 더운 완벽한 삶의 온도를 나눠가졌다.

둘 다 겨울을 싫어하고, 추위를 많이 타고, 따뜻한 걸 아주 아주 좋아한다.


이밖에도 이와 비슷한 조건으로는 코골이, 잠꼬대, 식성, 흡연유무 등이 있다.

사람이 먹고 자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는데..

매운걸 못 먹는데 엽떡을 시켜 끼니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 먹는 둥 마는 둥 한다던가

코 고는 소리 때문에 밤잠을 내내 설친다던가

간접흡연으로 인해 배우자가 폐암에라도 걸린다면 과연 온전한 일상이 유지될 수 있을까.

어쩌다 하루라면 몰라도 이 모든것들이 매일매일의 연속이라면 그게 과연 사랑으로 인내가 되는 일일까 싶네.


'결혼하고 싶은 사람?' 하고 떠올렸을 때 바로 떠오르지 않아 간과하기 쉽지만, 사실은 정말 정말 중요한 것들. 이러한 것이다.

사랑과 현실 사이, 여러 조건들 가운데서도 윤택한 결혼생활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을 꼭 체크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꽤 많은 친구들의 볼멘소리를 들어본 입장으로써.

돌이키기엔 이미 늦었고, 코골이 때문에 파혼할 순 없어 참고 살지만 당사자들은 꽤나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더라.

배우자와 살 부대끼고 사는 현실은 꿈처럼 달콤하지만은 않은 결혼생활의 리얼한 민낯이다.


다행히 나는 체온이 꼭 맞는 천생연분을 만났군.

게다가 코도 안골아.

그러니 이리저리 요목 조목 따져봐도 역시 내 사랑이 최고구나.

작가의 이전글 ep32. 집이 최고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