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러 가는 길
퇴근!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하고 재빠르게 사무실을 벗어난다.
새벽 4시에 잡아타는 택시는 마치 야생마 같다.
차가 없어 뻥 뚫린 도로를 아주, 아주 빠르게 질주한다.
정말 말을 타고 달리는 거라면 차라리 시원하기라도 할 텐데..
신호가 걸리거나 과속카메라에 가까워질 때만 아슬아슬하게 걸리는 브레이크는 내 속을 울렁거리게 만든다.
어지러울 땐 창 밖을 내다본다.
눈에 비친 풍경은 무심한 도시 야경이다.
모두가 잠든 시간이라 그런지 불이 꺼져 아름답게 반짝이지 않는다.
물론 그런 고요함 속에도 이따금씩 불이 켜진 집들이 있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 미라클 모닝?
아직까지 잠들지 못한 건지 혹은 방금 일어난 건지.. 알 길은 없다.
이런 생각에 잠길 때쯤 택시는 이미 집 앞에 도착했다.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나누고 내려서 돌아서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다.
역시, 야생마가 맞다니깐.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겨 집에 들어온다.
어젯밤 구워 먹은 고기냄새가 덜 빠졌는지 기름맛 나는 공기가 가장 먼저 나를 반긴다.
지난 저녁, 가까이 지내는 부부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고 청첩장을 손에 쥐어 돌려보냈다.
시끌벅적함은 온데 간데 없이 가만히 내려앉은 새벽 적막을 밟으며 생각한다.
내일은 일어나자마자 환기를 해야지.
침실로 오니 짝꿍이 잠든 곳 옆에 내가 누울 자리에 고양이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교대 때(4주 전에)는 분명 내외하느라 고양이는 거실에, 짝꿍만 침실에 있었는데. 이젠 제법 친해졌나 보다.
보기 좋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먼저 잠든 이들이 나 때문에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머리를 쓸어넘기며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욕실로 간다.
따순 물에 몸을 씻기며 피곤도 씻겨내린다.
노곤노곤하다.
잠옷을 꺼내 입고 짝꿍이 잠들어 있는 이부자리 안으로 파고든다.
하루 고생한 몸을 뉘인다.
피부에 와닿는 이불의 감촉이 차갑지만 곧 체온으로 따뜻해질 테니 괜찮다.
그리고 씻는 사이 잠시 방에서 나간 고양이를 부른다.
“베리야 이리 와” 하고 침대를 팡팡 치면 어딘가에서 냥선생이 꼬리를 치켜세운 채로 도도도 걸어온다.
냐아- 한 번 울고, 팔짝 뛰어 짝꿍과 나 사이에 자리를 잡고는 고롱고롱 듣기 좋은 소리를 낸다.
이제야 완벽하다. 우리 셋은 늘 한 침대에 꼬옥 붙어 잔다.
행복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출근만 하면 퇴근이 하고 싶어지는 연유가 여기에 있을까.
집에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좋다.
난 이제 어떤 날도 어떤 밤에도 혼자가 아닐 테지.
결혼은, 역시 좋은거야. 생각하며 눈을 감는다.
아늑하고 따뜻한 밤이다.
아마 금세 잠이 들 것이다.
이대로는 아쉬우니까 사랑하는 것들을 다시 한번 사랑스럽게 바라본 후 눈을 감는다.
좋은 꿈을 꿀 것 같다.
새벽이 와야 비로소 잠에 드는 모두, 잘 자고 좋은 꿈 꾸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