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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영 Dec 19. 2021

선물 같은 시간이 되기를

<어바웃 타임>을 보고

좋아하는 영화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는 편이다. 판타지와 멜로, 코미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등 하나의 기준으로 묶이기는 힘든 영화들을 매번 돌려보곤 한다.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다시 보고 싶어 지면 나도 모르게 이미 영화를 틀어놓고 턱을 괸 채 감상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내가 유독 좋아했던 <어바웃 타임>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이 영화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특별한 감상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 비 오는 날의 결혼식이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레스토랑, 지하철 역사에서 분주하게 달리는 두 사람의 모습. 아름다운 장면들이 펼쳐졌지만,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뒷부분에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마지막 산책. 오늘도 그 장면을 보려고 이 영화를 본 게 아닐까.


시간여행을 하는 팀에게는 보통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오래, 이별의 시간을 미룰 수 있었다. 큰 이변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살아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몇 번이고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여행자에게도 끝은 있었다. 세 번째 자녀의 탄생을 기뻐하면서도, 더 이상은 아버지를 만나러 갈 수 없음에 슬퍼하는 팀에게서 미래의 내가 보였다.


나 또한 그러겠지, 슬퍼하면서도 어찌할 도리를 몰라하겠지, 하면서. 누군가를 영원히 잃어본 적 없는 내게는 아직은 아득히 먼 일만 같다. 조금만 시간을 내면 볼 수 있는 우리가 어느새 영영 멀어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그 슬픔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끝없는 상념 속에 빠진 내게 팀은 알려준다. 매일매일이 최고의 날들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 되돌리거나 바꾸려 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정확히 무어라 할지 모르겠다. 다만, 팀에게서 들은 힌트를 떠올려   같다.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거라고. 선물 같은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가  거라고. 작은 행복과 기쁨조차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할 거라고 말이다. 뻔한 대답일  있겠지만 나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해보려 한다.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선물 같은 2022년이 되기를,  글을 읽는 당신의 매순간이 최고의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우리는 삶 속의 매일을 여행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훌륭한 여행을 즐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About Time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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