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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절기 Dec 19. 2021

<어바웃타임>처럼 시간여행 해보기 in 현실

<어바웃 타임>처럼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면 이 글을 따라하세요! 

예쁜 장면은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재생된다. 예를 들면 어바웃 타임의 결혼식 장면. 재밌게도 <어바웃 타임>은 명백히 따져봤을 때 레이첼 맥아담스가 연기하는 ‘메리’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지만 정작 중요한 서브 주인공 역할을 아버지 캐릭터에게 빼앗기고 만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레이첼 맥아담스로 기억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어바웃 타임> 속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화 포스터로도 뽑혔다. 이 영화에서 빗속의 결혼식 장면은 전혀 중요한 장면이 아님에도 말이다. 


<어바웃 타임>을 기억하는 수많은 분께는 모욕감을 드릴 수도 있겠지만(그도 그럴 게 어바웃 타임 관련 포스팅에는 이 장면 이야기가 꼭 들어간다), 난 여전히 이 결혼식 장면 이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되려 묻고 싶다. 이 장면이 ‘예쁘다’라는 것 말고는 이 영화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갖냐고.


사실 예쁘면 다이긴 하다만...


굳이 이 영화에서 이 장면의 의미를 만들어 낸다면, 되려 이 장면을 폄훼하는 것이서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서 하고 싶은 말은 결국엔 “우리의 하루하루는 소중하다 .”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인공 팀의 아버지는 행복을 위한 시간여행 방법으로 첫 번째, 일상을 그냥 살아볼 것. 두 번째, 다시 그 삶을 똑같이 살아보되 처음엔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것을 말해준다. 이 과정을 통해 팀은 주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고, 가게 점원의 친절에 감사하게 되고, 못 봤던 건물의 아름다움을 보게 되고, 짜증 나던 출퇴근길을 즐기게 된다. 결국 하루하루를 여행이라 생각하고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그 하루들이 소중해 질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마치 결혼식 장면처럼 거대하고 명징하게 예쁘게 남는 장면이 아니더라도, 모든 하루가 다 예쁘게 기억될 수 있다는 이야기. 하루하루를 느낀다면 그 아름다운 결혼식과 버금갈 만큼 매일이 멋진 하루라는 것이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메시지를 주면서, 포스터를 다르게 해야 하는거 아닌가?


이래저래 포스터에 대한 불평불만을 이야기했지만 이 작품이 하고 싶은 말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리고 사실 내가 팀의 아버지는 아니지만 시간여행을 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 그것도 세계 곳곳에 매시 매분 매초 태어나는 아이들의 성별을 바꾸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시간 여행 방법. 

도라에몽을 부르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다. 그중에서도 일기, 혹은 에세이 쓰기 말이다.


내가 들었던 글쓰기 수업 중 하나인 태재 작가의 “에세이 스탠드”에서는 ‘내 삶을 조명하는 것’이라는 이름 아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시간 단위로 적어보기라는 숙제를 준다. 놀랍게도 이 과정을 통하면 매일 똑같이 반복된다고만 생각했던 내 삶이, 특별한 거 없이 글쓰기 거리는커녕 점심시간 동료에게 말해도 못 들은 척 당할 내 일과 속에, 그래도 기억할만한 순간들이 한두 개씩 있었다. 나의 경우는 회사 열쇠 보관함이 안 열렸던 일, 구내식당 메뉴가 좋았던 일 등이 그랬다. 분명히 전날과 같이 ‘일을 했고’, ‘밥을 먹었다’는 같았지만 그 속에도 변화는 있었고 이 일들을 일기처럼 써 내려가자 각각의 일에 새로운 의미들이 부여되었다. 마치 팀이 시간여행을 하면서 같은 삶을 다시 살아보듯, 글쓰기 준비를 통해 하루를 반추하고, 또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그 안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어 나는 의미있는 하루를 산 게 됐다.


사실 이 영화 속 중요한 순간은 시간여행이 아닌 일로 이루어진다. 메리 만나기, 동생 이혼시키기, 그리고 자기 삶을 살기.


그.러.니 본인의 하루가 하찮고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된다면 짧게는 한시간, 길게는 세시간 간격으로 무얼 했는지를 기록해보자. 그러면 분명히 존재한다. 내 삶 속에 내가 놓친 즐거운 순간이, 이 영화의 결혼식 속 레이첼 맥아담스가 웃는 모습처럼 거대한 아름다움 말고, 작고 미세하지만 소소하고 소중하게 기억할만한 빛나는 순간들이. 누군가의 말처럼 죽고 싶은 이유는 명백하지만 살아야 하는 이유는 은밀히 있듯이, 우리가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늘 은밀하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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