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현재를 사랑해
어바웃 타임을 처음 보고나서 기억에 남은 것은
How long will i love you.이 노래 밖에 없었다.
얼마나 널 오래 사랑할까.
그렇게 처음 보았을 때 그저 뻔한 사랑이야기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거기에 약간의 타임워프를 더한. 그런 영화.
다시 보았을 때 느낀 것은 뻔한 교훈. 현재가 가장 행복한 것이다. 현재를 느끼며 살아라. 현재를 후회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런 것들이 가득 뭉친 영화였다. 곳곳에 그런 장면이 내 어깨 근육처럼 단단하게 뭉쳐있다. 나는 뭉친 근육 때문에 거북목이 된다. 사막의 사는 거북목을 가진 거북이 같은 내 인생. 그렇게 조금 느리게 지내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경제생활을 서른이 다 되어서 시작했다. 돈을 서른이 되어서나 벌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또래보다 아주 느리게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오랜 기간 아주 원했던 곳이 아닌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날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일하면서 외적으로 다양한 스트레스가 들어오고 내적으로도 다양한 스트레스들이 불어온다. 그 많은 스트레스 중 한 가지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나.’라는 것인데 나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지나온 세월을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별별 생각을 다 한다. 수학을 일찌감치 포기해서 수포자라는 타이틀으로 입시 준비를 시작한 것, 친구들과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농구를 하고 야구를 하러 간 것부터 대학 자퇴와 편입, 휴학과 노량진 생활 같은 것들 별의별 후회로 나는 나를 미워한다. 모든 것들은 내가 ‘선택’해서 나는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다. 오로지 내가 만든 나의 인생들이었다. 만약 나에게도 조그만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나는 어디로 돌아갈까. 수학을 포기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수학을 포기하지 않아볼까.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학습을 더 주도적으로 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등등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 도달하는 곳이 꼭 노량진이다. 빌어먹을 노량진은 내 마음을 떠나지를 않는다. 후회는 항상 내 마음에 떠나지 않는 곳에 있다. 아무튼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지금 현재가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말. 그래도 다행인 것은 조그만 오아시스가 있다. 시간 여행은 할 줄 몰라도 글쓰기를 하고 있다. 나는 이게 지난 과거를 잊게 한다.
진부하지만 현재의 나를 사랑한다. 과거를 쓰면서 현재를 즐긴다. 그렇게 쓰는 생활을 하는 나를 사랑한다. 그래서 후회가 몰려오거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오면 나는 펜을 든다. 과거를 쓰면서 미래로 나아간다. 어떤 이야기를 쓰는 ‘선택’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선택’도 중요하다. 이런 나를 사랑하고 싶다. 사막의 거북이는 오아시스에서 물을 마신다. 거북이처럼 느리게 걷지만 그만큼 다양한 풍경을 봐야지. 현재를 천천히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니까. 매일 이런 생각의 반복이다.
How long will i love me
얼마나 날 오래 사랑할 수 있을까.
매일이 매일이라면 영원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