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을 보고
좋아하는 영화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는 편이다. 판타지와 멜로, 코미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등 하나의 기준으로 묶이기는 힘든 영화들을 매번 돌려보곤 한다.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다시 보고 싶어 지면 나도 모르게 이미 영화를 틀어놓고 턱을 괸 채 감상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내가 유독 좋아했던 <어바웃 타임>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이 영화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특별한 감상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 비 오는 날의 결혼식이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레스토랑, 지하철 역사에서 분주하게 달리는 두 사람의 모습. 아름다운 장면들이 펼쳐졌지만,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뒷부분에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마지막 산책. 오늘도 그 장면을 보려고 이 영화를 본 게 아닐까.
시간여행을 하는 팀에게는 보통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오래, 이별의 시간을 미룰 수 있었다. 큰 이변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살아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몇 번이고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여행자에게도 끝은 있었다. 세 번째 자녀의 탄생을 기뻐하면서도, 더 이상은 아버지를 만나러 갈 수 없음에 슬퍼하는 팀에게서 미래의 내가 보였다.
나 또한 그러겠지, 슬퍼하면서도 어찌할 도리를 몰라하겠지, 하면서. 누군가를 영원히 잃어본 적 없는 내게는 아직은 아득히 먼 일만 같다. 조금만 시간을 내면 볼 수 있는 우리가 어느새 영영 멀어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그 슬픔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끝없는 상념 속에 빠진 내게 팀은 알려준다. 매일매일이 최고의 날들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 되돌리거나 바꾸려 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정확히 무어라 할지 모르겠다. 다만, 팀에게서 들은 힌트를 떠올려 볼 것 같다. 주어진 이 순간에 최선을 다 할 거라고. 선물 같은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가 볼 거라고. 작은 행복과 기쁨조차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할 거라고 말이다. 뻔한 대답일 수 있겠지만 나는 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해보려 한다.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선물 같은 2022년이 되기를,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매순간이 최고의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우리는 삶 속의 매일을 여행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훌륭한 여행을 즐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About Time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