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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Apr 07. 2024

이게 되네?

친구 두 명과 오랜만에 만나 술을 마시며 금요일 저녁을 보냈다. 1차는 꼼장어집이었는데 소주값이 8,000원인 것을 보고는 적당하게 3병만 마시자고 서로 약속 같은 것을 했다. 그러나 꼼장어라는 안주의 아쉬움에 2병더 시켰다. 결국 소주값만 4만원이라는 현실에 씁쓸함을 느껴야만 했다. 2차는 무슨 위스키집에 갔는데 한 잔당 1,5000원이었다. 소주보단 괜찮은 건가 라는 친구 말에 나는 그런가? 하며 주문한 위스키를 마셨다. 서로가 각자 대화를 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고, 3차에서는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셨는데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내 방이었다. 기억은 모두 나는 것 같은데 집에 온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니 3차에서 오버해서 마신 탓이었다. 숙취 때문에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아니면 비가 와서 집에서 쉬고 싶은 생각에 아무 영화나 보기로 했다. 영화는 어느 신인감독의 단편 영화였는데 내 예상별점 4점이라서 보게 되었다. 예상별점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내 취향을 반영했다는 거니까.

영화는 14분이었는데도 몰입감이 있었다. 사람은 뜨고 나면 변한다를 잘 보여주었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일까, 아니면 그렇게 되고 싶은 걸까. 작품을 보면 그렇게 되고 싶은 것을 소망하는 듯했다. 변변치 못한 활동을 지속하던 감독은 어느 날 유튜브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세상의 관심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다큐 형식의 중편 영화를 찍는다. 그것이 성공하여 소위 뜨게 되자, 거만하게 변한다는 내용이었다. 변함 이후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맡겼다. 어떻게 보면 거만하게 변한 감독을 욕할 수 있지만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너도 이렇게 안 변할 자신 있어?라고 묻는 듯 했다. 나도 몇 번이나 자문해 본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성공하면 변해야지 안 변할 수 있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 성공하면 변할 것이다. 변하자!라고 노트에 적고 노트를 덮었다. 그리고는 내 주변환경을 생각했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무일을 하고, 내 주변엔 평범한 사람들이 많다. 갑자기 인생역전을 한다든가, 유튜버처럼 조회수가 떡상한다거나, 작품이나 책이 잘 되서 성공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주식이나 코인을 한다는 사람은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몰라도 매번 물을 때 마다 죽는 소리를 했다. 당신들은 내 가까운 미래가 될 것이고 내 가까운 과거의 모습이었다.  그러니 내 주변엔 갑자기 변할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일 변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건 아무래도 로또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보다 더 빨리 변하고 싶었다. 최대한 거만하고 재수없게. 

그 이후로 10여분짜리 단편 영화를 몇 번 더 봤지만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는 없었다. 무슨 권위있는 평론가라도 되는 냥, 보다가 말다가 우습지 이러는 내가 우습지 하면서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었다. 점심과 저녁 중간에는 잠깐 잠을 잤다.  


2, 15, 16, 23, 35, 41



로또 당첨이다. 몇 번을 확인했지만 1등이다. 어제 술을 먹으면서 친구들과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내가 로또가 되잖아. 지훈이 1억, 효재 1억, 그리고 가족 5억, 나머지 다 사회환원.”

이틀 전 로또 명당에서 1시간의 줄을 기다려 구매한 로또 1장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새끼 지금 한 말 녹음해.”

지훈이 말하자 효재가 다시 녹음기를 켰다.

“미친놈들아. 우리 의리가 있는데 그것도 못해주겠냐.”

눈이 떠졌다. 꿈이었다. 꿈이지만 달콤했고 생생한 현실 같았다. 시간은 로또 발표를 5분 정도 남겨두고 있었다. 나는 로또 방송을 켰고 때마침 번호를 하나씩 발표하고 있었다.

2,15,16…

어..? 이러다 되는 거 정말 아니야?

어제 함께 술을 먹은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받아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무슨 말을 할 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어떻게 해야 할 지 어떻게 하는게 맞는 지 수 천가지 수 만가지 생각이 떠올랐고, 지금 이것 역시 꿈이 아닌가 꿈이면 차라리 낫겠다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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