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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운 Sep 22. 2024

시간

빠르게 흐르는 시간은 가족을 보며 느낀다.


요양원에 갔다. 코로나 즈음 갔으니까 두 번째다. 요양원에 가기 전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몇 달 전 다리를 다쳤다. 다행히 이제는 거의 다 나아서 걸을 수 있단다. 그래도 11월에 다시 수술을 해야 한단다. 그래도 다행이다.


엄마는 엄마의 엄마, 외할머니에게 갖다 줄 빵과 요구르트를 샀다. 나는 그것을 들고 엄마 차에 탔다. 엄마는 오래된 모닝을 끌고 오랜만에 시내에 나왔다고 했다. 기어를 후진으로 놓자 센서가 울렸다. 후진센서가 고장 났다고 한다. 나는 수리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엄마는 오래된 차량이라 수리가 어렵다고 했다. 나는 새 차를 사라고 했다. 엄마는 운전할 일도 이젠 거의 없다고 했다.


그 사이 요양원에 도착했다. 나는 코로나 즈음 외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요양원엔 할머니들뿐이었다. 잠을 자는 할머니, 휠체어를 타는 할머니, 링거를 맞으며 숨만 쉬는 듯한 할머니.

그 사이에 외할머니가 있었다. 외할머니는 또래 할머니들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있었다. 어린 날에 나에게는.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요양원에서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야위어져 있었다.

외할머니는 사실 죽어가는 것에 가까웠다. 나는 예전의 외할머니 모습을 보고 싶었다. 사진이나 찍어둘걸.

짧은 병문안이 끝나고 엄마는 엄마에게, 설 때 또 온다고 그러네 성운이가라고 말했다. 나는 외할머니의 구부려 저서 얇고, 주름진 손가락을 잡았다. 그리고 봐요라고 하며 나왔다. 조금 건강한 모습이었다면, 죽음까지는 생각나지 않았을 것이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길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렸다. 할머니는 2021년 10월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전 1년 정도 피가 생성되지 않는 병이 발병하여 고생하셨다. 할아버지는 2019년 10월에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1년 후 병에 걸린 것이었다.

할아버지의 형제에서 작은할아버지를 이번 추석 때도 뵐 수 있었다. 건강해 보였다. 그리고 작은 할머니 역시 건강해 보였다.


*


지나가는 시간이 두려워진다. 될 수 있으면 하루를 반복적으로 보내려고 한다. 더 이상 새로운 것에 감동하진 않는다. 오히려 모르는 영역이라 겁이 난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한다. 해온 것들은 내가 시간으로 증명한 것이다. 그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나 됐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실망하진 않는다. 2024년을 시작하며 반복적이면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를 쌓고 있다.


책 읽기, 소설공부, 글쓰기, 영화 보기, 달리기. 

이 중 가장 변수가 많은 활동은 달리기.


10월엔 마라톤 대회를 나간다. 내년 4월에 마라톤대회 참여 자격을 위해서 이번 10월에 참가자격기록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려면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기록을 맞출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이건 1달에 소설 1개 쓰기와 같은 무게인 나의 최소한의 책임감, 약속 같은 것이다. 완전히 이런 것들을 잃고 싶지는 않다. 사실은 잘 해내고 싶다. 나는 다시 소설을 생각해야 한다.


*


추석을 보내고 난 후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는 다시 가족보다는 나에게 집중한다. 아픈 이후로 아침에 잠을 깨는 게 다행히 쉬워진다. 밥 맛은 다행히 있고, 재밌는 것을 보며 재밌다고 생각한다. 알고 싶은 것이 생겨 찾아보고, 부당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알아보고 싶게 한다. 뉴스는 어떤 사고나 사망소식을 들려주고, 카톡방에선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나와 한때 밀접했던 그들이 이제는 멀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같은 시간대를 보내왔구나 하는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나도 좋아져야지 하고 하루를 보낸다.


달리기를 하기 전 몸을 푼다. 하나, 둘, 하나, 둘.

달린다. 호흡은 습 습 후 후.

발바닥은 미드풋.

상체는 똑바로.

시선은 정면, 약간 밑.

팔은 자연스럽게.

주먹은 살짝만. 바람이 통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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