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 나만의 속도에 맞춰 담담히 나를 들여다보는 걸음
여정이란 꼭 먼 곳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익숙한 길, 우연한 길, 새로운 길, 그 어떤 길 위에서든 나를 둘러싼 풍경은 끊임없이 달라지며 새로운 풍경을 펼쳐내고, 그 앞을 걸어가는 나 역시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미세하게 달라져 있다.
산책을 할 때에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 시간을 느슨하게 만들면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단단한 마음의 매듭도 살짝 헐거워진다. 그렇게 헐거워진 매듭 사이로 빠져나오는 고통들을 스쳐가는 바람과 길 위에 다 조금씩 흘려버렸다.
- 매 순간 산책하듯(김상현 지음, 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