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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Dec 02. 2024

옛 그림과 논어





〈오늘의 책〉 

    

《 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 

- 세상의 기준에 좌절하지 않는 어른의  생활법        _양승렬 / 한빛비즈          



책속으로 들어가기 전, 띠지에 적힌 ‘이로움을 얻거든 의로운지 생각하라’는 문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금 한국사회는 일부 정치인들이 의(義)롭지 못한 이득(利得)을 받은 문제로 시끄럽다. 그들은 자신들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잡아떼지만 그 반론의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관련 있는 정치인들이 최소 20여명이라고 한다. 대부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희한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면 그들이 모두 피해자일 텐데, 아무도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않는 듯하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참으로 해괴한 일이다.           



『논어(論語)』는 익히 알려져 있듯, 공자와 그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한 책이다. 텍스트로 처음 출현한 것은 중국의 전한시대(기원전 202년~기원후 8년)라고 알려져 있다. 한국에는 삼국시대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출판계에선 꾸준히 논어와 관련된 도서들이 출간되고 있다. 생명력이 긴 책이다. AI시대에도 논어의 등장이 낯설지 않은 것은 무슨 연유일까? 그것은 바로 ‘인간다움’ , ‘인간답게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수천 년 전 인간의 삶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기본적인 마음자세가 달라야 할까?           



이 책은 그간 출간된 『논어』관련도서들과 성격을 달리한다. 우선 저자는 인문학자는 아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살았던 평범한 직장인이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우리문화숨결의 궁궐길라잡이 소속으로 경복궁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우리의 문화유산과 역사에 대해 알리는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도서도 출간했다. 저자는 동양의 근본적인 가치관에 대한 호기심으로 2020년부터『논어』를 파고 들었다고 한다. 논어의 한줄 한 줄을 옮기며 나름대로 풀이한 것을 보면 예사롭지 않다. 인문학자 못지않은 성찰이 느껴진다. 특이한 점은 논어의 구절들과 관련된 옛 그림을 함께 담아서 이해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하나를 골라본다. 자공이 공자에게 묻는다.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면서도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그 정도면 괜찮다. 그러나 가난하면서도 즐길 줄 알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보다는 못하구나.” 말은 쉽지만 이렇게 살아가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자는 제자들이 같은 질문을 해도 각 제자의 품성에 맞게 맞춤형 답변을 해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이 대답은 어느 제자가 물어도 같은 답변이 나왔을 것 같다. 저자는 이 글과 함께 조선의 화가 최북을 소개한다. 최북은 중인출신의 직업 화가였다. 그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큰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림을 그려 주었다. 그러나 돈으로 거만하게 굴거나 그림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순순히 작품을 팔지 않았다. 언젠가 작품을 청탁한 사람이 그림을 주지 않는다고 협박하자, 최북은 분노하여 송곳으로 자신의 한쪽 눈을 찔렀다고 한다. 이 일로 그는 한쪽 눈을 잃었다, 그는 비록 가난하지만, 재물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림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교만한 부자의 눈을 찌르고 싶었겠지만, 참으면서 자신의 눈을 찌른 것으로 이해한다. 안타깝다.            



책은 크게 두 챕터로 편집되었다. ‘소재로 보는 그림’과 ‘화가로 보는 그림’이다. ‘소재로 보는 그림’이 저자가 나름대로 논어를 풀이하며 상념과 함께 그림에 대한 해설을 덧붙였다면, ‘화가로 보는 그림’은 그림을 그린 화가를 더욱 가깝게 찬찬히 들여다본다. 강세황, 김득신, 김정희, 김홍도, 윤두서, 신윤복, 심사정, 이인상, 정선, 조영석, 최북 등의 화가들 그림이 세 점씩 소개된다. 그리고 책 제목으로 쓰인 《하루논어》에 걸맞게 64개의 글, 64일에 걸쳐서도 읽을 수 있게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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