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해 11월 5일, 이른바 일진회가 발표한 선언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요사이 한·일 두 나라 관계가 다만 옛 체제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라면 이는 거의 죽은 자를 불러서 다시 살아나라고 꾸짖는 것이니, 이것이 가능한가. 만약 그러하지 못한다면 우방의 지도에 의거해서 문명으로 나아가고 또 독립을 유치하는 것이 옳다. 이런 문제를 논하는 사람들이 "독립의 대권이 피해를 받았고, 국가 체면이 손상되었다"고 말하며, 혹은 허둥대며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망국을 한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전번에 맺은 한일의정서 가운데 이미 외교상 일을 명기하여,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모두 마땅히 일본 정부가 추천한 고문관에게 자문을 얻은 뒤에 결정한다고 하였다. 앞으로 외교 사무를 일본 정부에게 위임한다는 것과 그 차이가 얼마나 있는가. 그 실체를 말한다면 서로 똑같은 것이고, 형식적인 변화에 불과할 따름이다. 하물며 외국에 공사를 파견하여 국가 대표로 삼는 것은 국가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으려는 것인데, 그 이름과 지위가 허식에 지나지 않는 것이 무릇 얼마인가. 차라리 우방 정부에 위임하여 그 힘에 의거하여 국권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 또한 폐하의 대권이 발전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국내 정치로 말하더라도, 불필요한 사람들을 쓰는 것보다 차라리 선진국 고문을 택해서 폐정을 제거하고, 민복을 증진시키는 것 또한 폐하의 대권을 발진하는 것이 아닌가. 전일 러일전쟁 때, 우리 일진회원만이 홀로 힘을 내어 혹은 일꾼이 되어 경의선 철도 공사에 종사했고, 혹은 일본군 북진에 따른 군량미 운반에 힘써 일했으며, 수만 명 회원이 대오를 조직해서 한마음으로 힘써 일하여 쓰고 힘든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수백 명 사상자를 내면서도 기필코 적은 공이나마 세워 동맹국에게 신의를 표하려 했던 계책이었다.
또한 우리 회원들은 언제나 호의로 일본 관민을 대하였으니, (일본을) 선진으로 삼고, 또 우리 동맹의 우의를 좋아했던 것이지 별다른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세간에서 편견되게 보는 무리들은 (일본을) 외국인의 창귀로 취급하며, 심지어는 우리 일진회를 망국적이라 부르고, 우리 일진회를 매국노라고 이름 붙이니, 비록 책망이 심하지 않더라도 그 거꾸로 됨이 이렇게 심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 당은 한마음 한 기운으로, 신의로써 우방을 사귀며, 성의로써 동맹국을 대하여, 그 지도와 보호에 따라 국가 독립과 안녕을 유지하고 영원히 무궁한 복을 누리고자 한다.
-----------------------------------------------------------------------------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친일 단체였던 일진회가 발표한 선언서입니다. 내용은 “일본의 지도를 받아 독립을 유지하는 일이 옳은 일이다. 일진회를 매국노라 부르지만, 자신들은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내면서도 오로지 나라의 독립과 안녕을 위해서만 일하고 있다”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나라를 망친 사람과 단체는 하나같이 “자신들의 활동은 대의를 위해 하는 것으로, 타인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자신들의 마음을 이해할 날이 올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역사가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주지만, 문제는 당시의 많은 사람이 큰 피해를 본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늘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럴 듯 포장한 말만 내뱉는 일진회 같은 단체가 다시는 떳떳하게 행동할 수 없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