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호 Aug 13. 2024

독립기념관 광복절 경축식 취소를 바라보며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은 1987년 국민의 성금으로 독립과 발전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곳입니다. 제1~2대 관장을 안중근 의사의 5촌 조카이자 독립운동가이신 안춘생 선생님이 맡은 이후 최익현, 박은식, 윤봉길, 지청천의 후손분들이 역대 관장으로 독립기념관을 발전시켜왔습니다. 그런데 독립기념관이 존재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고 볼 수 있는 광복절 경축식을 37년 만에 처음으로 취소했습니다. 이유는 기관 내부 사정이라고 밝히면서 말입니다.


기관 내부 사정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어떤 이유일까요? 서울에서 열리는 대통령 주최 정부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데, 기관장 없이 만세삼창 같은 이벤트를 할 수 없어 경축식 진행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논리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은 독립기념관 측이 내세운 이유보다는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논란을 빚은 김형석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럼 뉴라이트(NEW RIGHT)란 무엇일까요? 뉴라이트는 20세기 중후반 몇몇 국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보수, 우익 성향의 단체나 운동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적 관점으로 본다면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식민지 근대화론 : 우리나라의 성장은 일제강점기에서 기원한다.

2. 이승만에 대한 우상화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할 축소, 건국절 주장

3.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등 과거사 청산에 소극적이며 친일적 역사 인식

4. 반공주의


그렇다면 이번 광복절 경축사와 관련된 문제는 2번 건국절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굉장히 논란이 되었던 주제이기도 했던 1948년 건국절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을까요? 1910년부터 1948년까지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일본 침략에 저항했던 시기가 아닌 일제로부터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건국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논리로 귀결시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즉 식민지 근대화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또한 1948년 대한민국 건국으로 보는 순간 6·25전쟁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지켜낸 것에만 초점이 맞추어지며 반공만을 강조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1948년 이전 반민족행위자들의 친일 행적이 묻히게 됩니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많은 반민족행위자가 생존과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반공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국가 이념으로 강조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반공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워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없애버리는 동시에 자신들이 국가를 발전시킨 주역이라고 국민을 속이고 세뇌합니다.


역사를 하는 사람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뉴라이트 성향이 매우 걱정됩니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이 걸릴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해낸 것은 묵묵하게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던 일반 백성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몽골의 침입 이후 잘못된 역사를 계속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몽골에 저항했던 백성들의 기록은 삭제되고, 개인의 권력을 지키고자 백성을 괴롭혔던 무신정권과 삼별초는 영웅으로 만들었습니다. 임진왜란에서 백성과 관군이 일본군에 맞서 싸웠지만, 나라를 버리고자 했던 선조는 명나라의 도움으로 전쟁에서 이겼다고 말했습니다. 관군은 전공을 노리고 죽은 수급만 베어버렸다고 비난하며, 목숨 걸고 싸운 장수보다 자신을 호종했던 신하들에게 더 많은 상을 내렸죠.


경술국치 과정에서 왕족과 관리들은 나라를 팔아 개인의 이익을 추구할 때, 백성들은 목숨 걸고 일제에 맞서 싸웠습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쌓아놓은 부와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태평양 전쟁 때 청년을 전쟁터로 내몰고, 자기 돈으로 비행기를 사서 일제에 기부했습니다. 그들은 광복 이후 이승만 정부의 비호를 받으며 반민특위의 처벌을 피하며, 오히려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 제거했습니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그 기회를 이용하여 사회주의 국가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영웅으로. 그리고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영웅으로 자신의 기반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모든 분이 친일파 출신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오히려 반민족행위자들로 인해 칭찬받아야 할 분들이 매도되는 현상이 뉴라이트로 인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말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반민족행위자를 색출하여 역사의 심판대에 세워야 합니다. 진짜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준 분들을 기억하고 존경받게 만들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 시작점은 바로 1945년 광복절을 기억하며, 모든 것을 국가를 위해 희생하셨던 분들을 기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광복절은 광복회를 비롯한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가 윤석열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기념행사에 불참하고, 별도로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시에 일본은 속으로 손뼉 치며 좋아할 일이 윤석열 정부 때문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저항이지만 백범김구기념관과 효창원에서 독립운동단체가 진행하는 기념행사에 참석하고자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이어 들려온 행복한 소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